"트럼프 꼼수 자정에 풀린다" 3만명 벌떼처럼 몰려간 美국경
미국에서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불법 이민자를 즉각 추방하는 규정이 12일 자정(현지시간)부로 폐지되면서 ‘규제 공백기’를 노려 미국에 입국하려는 이민자 수만 명이 미국·멕시코 국경에 몰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고 로이터·AP통신 등이 11일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11일 저녁 미 텍사스와 애리조나의 멕시코 국경 지대엔 미 영토로 진입하려는 이민자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텍사스 엘파소의 미 국경 부근에선 며칠 째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는 이들로 붐볐고, 또다른 입국 루트인 멕시코 마타모로스의 리오 그란데 강은 헤엄을 쳐 강을 건너려는 이들이 몰려 들었다. 특히 성인 키높이 수심의 리오 그란데 강에선 갓난 아이를 여행 가방에 넣어 물에 띄우고, 어린 아이를 무등 태운 채 미끄러운 강둑을 기어 오르는 등 위험천만한 모습이 포착됐다. 이에 국경수비대가 확성기를 들고 “어린이들은 위험하다. 조심하라”고 경고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미 관세국경보호국(CBP)은 최근 며칠새 미 국경 지대에서 불법 입국을 시도한 2만 8000명이 이민자 보호소에 구금 돼 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 지역에 2만 4000명의 국경 수비대·경찰을 파견했다.
이 같은 ‘이민자 대란’이 빚어진 배경에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도입했던 ‘42호 정책’이 12일부로 사라진다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이민자들을 즉각 추방할 수 있도록 하는 42호 정책을 도입했다. 표면적으론 공중 보건상의 이유였지만, 실상은 이민자 유입을 막으려는 트럼프 정부의 꼼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20년 3월부터 최근까지 이 42호를 근거로 추방된 인원은 280만 명에 달했다.
그런데 조 바이든 행정부는 코로나19 방역조치 완화를 위해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12일 자정부로 해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방역 조치의 일환이었던 42호 정책도 폐지된다는 얘기였다. NYT에 따르면 최근 틱톡 등 소셜미디어(SNS)에는 ‘42호 폐지’를 알리는 이민 브로커들의 홍보 게시물이 급속히 확산됐다고 한다. ‘5월 11일: 당신은 추방될 수 없다. 42호는 끝났다’는 식의 게시물들이었다. “42호가 폐지되고 새로운 이민 규제가 도입되기 전에 입국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민자들이 대거 국경으로 몰린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는 “규제 공백은 없다. 42호가 폐지된다고 해서 국경이 개방되는 게 아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기존에 있던 ‘8호 정책’을 대신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NYT에 따르면 국경에서 이민 신청을 할 수 있는 8호 정책 역시 온라인으로 이민 신청을 사전에 해야 하고, 미국 내 재정 후원자를 확보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은 11일 백악관 브리핑을 통해 “오늘 밤이 지나도 미국의 국경은 개방되지 않는다. 이민 브로커의 거짓말을 믿고 당신의 생명과 재산을 위험에 빠뜨리지 말라”고 직접 경고했다. 그는 “합법적인 경로를 통하지 않으면 이민 자격이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면서 “상습범으로 분류되면 미국에 5년 간 재입국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NYT는 최근 몇년 새 미국의 불법 이민자 급증의 배경에는 베네수엘라·콜롬비아·니카라과 등 중남미의 정치 불안정이 있다고 지적했다. 베네수엘라에서만 750만명이 미국 등으로 망명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화물열차와 트럭 등에 몸을 숨겨 불법 입국하는 등 위험천만한 잠입을 강행하고 있다. 이에 미 공화당은 “국경을 강화하는 새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바이든 정부의 이민자 정책이 내년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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