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코스 밟던 대세 배우 아델 에넬, 돌연 은퇴를 선언한 슬픈 이유

라효진 2023. 5. 1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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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까지 프랑스에서 가장 잘 나가는 '차세대 대세' 여성 배우를 꼽자면 아델 에넬의 이름이 반드시 나왔습니다. 2002년 영화 〈악마들〉로 데뷔한 후 성인 연기에 도전하자마자 세자르상의 각 부문 후보로 호명된 그는 천천히 알찬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었어요. 아델 에넬의 2019년 작품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한국에서도 컬트적 인기를 누리며 여러 번 재상영될 만큼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런 아델 에넬이 최근 돌연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불과 서른 네 살의 잘 나가는 배우가 영화계를 아예 떠나겠다고 한 거예요. 심지어 어렸을 때부터 배우의 길만 걸어왔던 그였음에도요.

아델 에넬의 선언은 정치적입니다. 그는 프랑스 텔레라마에 자신의 인생에서 영화를 지우기로 한 배경을 전했는데요. "프랑스 영화 산업은 성범죄자에 대해 일반적으로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생태계 파괴적이고 인종 차별적인 세상의 질서와 협력하는 방식"이라면서 스스로의 은퇴를 일종의 경종으로 사용하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할리우드에서는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을 제거했던 '미투 운동'이었지만, 프랑스 영화계에서는 이에 대해 무관심했다는 것도 에넬의 지적입니다. 에넬은 프랑스의 국민배우 제라드 드파르디외, 전설적 감독 로만 폴란스키, 프랑스 국립영화영상센터장 도미닉 부토나의 이름을 언급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여성을 성적으로 공격하고 학대했지만 여전히 영화계의 거물로 남은 프랑스 남성입니다. 에넬은 "그들(프랑스 영화계)는 모두 손을 잡고 드파르디외, 폴란스키, 부토나의 체면을 세워 주려 한다"라며 "피해자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건 그들을 괴롭게 하고, 그들은 피해자들이 조용히 죽는 걸 바랄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에넬은 2019년 11월 과거 한 감독으로부터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백한 피해자입니다. 그것도 12살 때에 말이죠. 또 그는 2020년 세자르상 시상식에서 로만 폴란스키가 감독상 수상자로 호명되자 현장에서 "프랑스의 수치!"라고 외치며 항의의 표시로 자리를 박찬 연대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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