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떠들 이유 없다"? 통영시장 발언 논란
[윤성효 기자]
▲ 천영기 통영시장. |
ⓒ 통영시청 |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은 가운데 국민의힘 소속 천영기 경남 통영시장이 "떠들 이유가 없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천영기 시장은 지난 11일 통영시청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과 관련해 "후쿠시마 오염수 이야기를 계속하면 통영 수산물이 안 팔리게 된다. 우리 입으로 떠들 시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천 시장은 "정부도 조용한데 굳이 통영시가 떠들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시의회가 대책이 있니 없니 이야기를 하는데, 시민을 위한 의회인지 안타깝다.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 있다"고 부연했다.
앞서 통영시의회는 지난 3월, 일본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피해 대책 특별법 제정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사천시의회와 거제시의회도 같은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지방자치시대 시장으로 최악 발언"
천영기 시장의 발언이 알려진 뒤 지역에서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진보당 경남도당은 비난 논평을 냈고,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은 조만간 입장을 내기로 했다.
이병하 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저지 경남행동 상임공동대표는 전화통화에서 "통영을 비롯한 남해안 어민뿐만 아니라 횟집하거나 어류 유통을 하는 사람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을 책임지는 시장은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하고 경남도와 정부를 찾아다니며 호소를 해야 한다. 조류인플루엔자나 구제역만 발생해도 전국적으로 해당 식품에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 바다 재앙인 오염수 방류에 대해 조용히 있으라고 하면 되겠느냐. 가만히 있으면 넘어갈 문제라고 하는 생각은 정말 안이하다"고 지적했다.
배윤주 통영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천 시장이 그런 발언을 한 사실을 몰랐다. 들어보니 기가 막힌다"며 "정부가 나서기 이전에 바다에 깃대어 사는 주민이 절반이 훨씬 넘는 통영에서 더 목소리를 높여 정부가 외면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지자체가 있는 이유다. 지방자치시대에 시장으로서 최악 발언이다"라고 비판했다.
강수동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본부장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가 방류되면 통영은 물론 거제, 사천을 포함해 남해안 지역 경제가 그야말로 초토화될 것이다. 천 시장의 발언은 참으로 소극적이고 무사안일한 처신의 표본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 본부장은 "관선 시대도 아니고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30년이 넘었다. 윤석열 정부가 가만히 있다고 거기에 동조하는 것은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시장으로서 무책임한 언동이 아닐 수 없다"며 "우리는 오염수 방류로 도민들의 건강과 생계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기에 해당 시군지부와 협의하여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욱철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이사장은 "통영시장은 어민의 생존권과 시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방류를 규탄하고 어민과 함께 원전 오염수를 투기하지 않도록 하는데 먼저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시민 안전과 어민 생존권을 위한 정책을 펴주기 바란다. 침묵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어민·시민과 함께 오염수 투기에 함께 규탄해 주길 바라고, 그것이 시장에게 주어진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보당 경남도당은 '일본 오염수 방류에 뒷짐 진 통영시장.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나'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대응 논리이다. 오염수가 방류되면 직격탄이 예상되는 통영시 아닌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응책을 고심해야 할 당사자임에도 뒷짐 지고 '강 건너 불구경'하는 대응 태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오염수 방류에도 입을 꾹 다문 윤석열 정부가 급기야 일본의 명분만 쌓아주는 후쿠시마 시찰단을 파견한다. 철저한 검증이 아닌 일본의 들러리로 나서는 꼴이다. 정부가 이러니, 통영시도 '나 몰라라' 손 놓고 있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천 시장에 대해 이들은 "지금은 조용히 있겠다 하는데,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근시안적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겠다는 것"이라며 "방류된 오염수는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방류되고 나서 원산지 단속을 강화한다거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제한 등의 뒷북 대책은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진보당 경남도당은 "통영시장이 생계 위기에 처한 농어민·시장상인, 시민들의 안전을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지금 그런 한가한 소리 할 때가 아니다"며 "우리는 일본 방사성 오염수 방류를 저지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13일 오후 거제어촌민속전시관 주차장 앞에서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투기 규탄대회'를 연다.
이들은 미리 낸 자료를 통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투기될 경우 우리나라 바다는 물론 태평양 일대 해양오염은 불을 보듯 뻔하며 국민, 인류의 먹거리와 건강을 위협받게 될 것"이라며 "오염수 처리는 '재정적 기준'이 아닌 환경과 인간의 피해를 고려한 기준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집회를 통해 생명의 근원인 바다를 오염시키고 전 세계 인류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일본의 용납할 수 없는 결정을 규탄하고 시민들의 우려를 전하고자 한다"며 "지역의 어민, 어민단체, 시민단체 지자체, 의회 등이 참여하여 규탄하고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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