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처리수'라 부르자는 국힘 "아무리 일본 미워도 용어는 정확히..."

곽우신 2023. 5. 1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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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종·하태경 등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대신 '오염처리수' 호명 주장... 유승민·허은아 등 반발

[곽우신 기자]

 일본 후쿠시마 원전과 핵오염수 저장 탱크의 모습.
ⓒ 도쿄전력 홈페이지
  
"아무리 일본이 미워도 물의 상태를 설명하는 기술적인 용어는 정확히 써줄 필요가 있다." - 하태경 국민의힘 국회의원

국민의힘 안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오염처리수'라고 부르자는 주장이 힘을 받으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를 예고한 가운데, 한국 정부는 한일정상회담에서의 합의를 토대로 일본에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 파견을 준비하는 중이다. 이런 와중에 앞서 <중앙일보>는 우리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용어를 '처리수'로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를 내놓아 파문이 일었다. 외교부는 즉각 해당 보도를 부인하고 나섰다(관련 기사: 외교부, "후쿠시마 오염수→처리수 변경" 보도 공식 부인).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역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그런 제안도 있었지만, (후쿠시마 오염수 대응) TF에서 공식적으로 논의한 바는 없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정부보다 한 발 더 나아가는 모양새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12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오염처리수는 오염되지 않아 방류해도 되는 물? 방류해도 되는 물은 정화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윤현수 외교부 기후환경과학외교국장과 카이후 아츠시 일본 군축불확산과학부장 등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현장 시찰단 파견 관련 양국 실무진들이 12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첫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하태경 "오염처리수, 아직 검증 절차 통과하지 않은 물이라는 뜻"

하태경 의원은 "제가 방송에서 '오염수 대신 오염처리수라 불러야 맞다'고 하자 일각에서 뜻을 오해하는 분들이 있다"라며 "그 분들은 오염처리수를 방류해도 되는 물이라는 뜻이라고 왜곡까지 하고 있다. 한글의 기본 뜻까지 설명이 필요할까 싶었는데 워낙 예민한 문제라 오해가 생겼다 싶어 추가 설명을 해드리려 한다"라고 적었다.

그는 "제가 오염처리수란 개념을 썼을 때 그 의미는 정화설비 여과 과정을 거쳤지만 아직 검증 절차를 통과하지 않은 물이라는 뜻"이라며 "검증 절차를 통과해 방류해도 되는 물은 '처리수'가 아니라 '정화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화설비 통과 이전과 이후의 물 둘은 기술적 상태가 다른데 이것을 똑같은 용어로 불러서는 안 된다"라며 "여전히 오염수라면 검증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 아직 오염되어 있는 물인데 검증할 필요가 뭐가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방류해도 되는 물은 '처리수'가 아니라 '정화수'"라고 반복했다. "미, 영, 유럽연합, IAEA(국제원자력기구)에서도 이 세 가지 물을 서로 다르게 부른다"라며 "정화설비 통과 이전의 물은 'contaminated water(오염수)' 이후의 물은 'treated water(처리수)' 검증된 물은 'safe water(정화수)'"라는 것. "하지만 북한과 중국은 정화설비를 거쳐도 처리수란 말을 쓰지 않고 '핵 오염수'라 부른다"라고도 주장했다.

"오염수 운운은 용어 혼란술" "오염처리수라고 쓰는 게 맞지 않을까"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오염수'라는 용어 사용을 지양하는 움직임은 여당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당장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지난 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최근 야당은 국제원자력기구 등이 과학적 기준으로 검증할 예정인 후쿠시마 방류수에 대해 온갖 괴담을 만들어내면서 국민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라며 "방류수"라고 표현했다.

9일 출범한 당 '우리 바다 지키기 검증 TF' 위원장을 맡은 성일종 의원은 당시 임명식 자리에서 "국민의힘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TF는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방류 문제에 관해, 정치나 감정이 아닌 오로지 과학적 사실과 명확한 근거에 기반해서 우리바다와 국민의 식탁을 안전하게 지키는 게 임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후 11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더 명확하게 자기 주장을 펼쳤다. 성 의원은 "후쿠시마 원전이 쓰나미에 의해서 잠긴 거지 않느냐. 그래서 거기에서 방사능에 오염된 오염수가 나온다"라며 "그런데 그 오염수를 모았다가 여기에다가 알프스(ALPS: 다핵종제거설비)라고 하는 다핵종을 걸러내는 기기가 있다. 이 기기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검증을 했고 IAEA가 주축이 돼서 다핵종들이 걸러지는지 안 걸러지는지 지금 다 검증·시험하고 있지 않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서 거기에서 다 검증해서 국제법적으로 기준치 이내에 들어왔었을 때 그 물을 바깥 바다에 방류하겠다는 거잖느냐"라며 "정확하게 바깥으로 방류하는 물에 대해서는, 일단 처리해서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오염처리수라고 쓰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는 게 논지였다.

앞서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4월 6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일본이 방류한다면 '오염수'가 아니라 '오염처리수'인데 주구장창 '오염수' 운운하고 있는 것은 '용어 혼란술'"이라고까지 주장한 바 있다.

당 안에서도 반발 나와... "그러니까 '들러리 선다' 비판 나오는 것"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권 당시만 하더라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강하게 반발하며, 오히려 당시 정부가 일본에 더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해 왔다. 물론, 어떤 용어를 사용할지를 두고 당 차원에서 결론을 내리거나, 당론이 정해진 건 아직 아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뀐 후 입장이 오히려 미묘하게 바뀌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장면들이 반복해 연출되고 있다.

이미 윤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이었던 지난 2021년 8월 <부산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일본에서도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것은 아니다. 지진하고 해일이 있었서 피해가 컸지만 원전 자체가 붕괴된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니까 방사능 유출은 기본적으로 안 됐다"라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고, 게재 몇 시간 뒤 본문에서 삭제됐다(관련 기사: 윤석열 캠프, 또 언론탓... "부산일보, 인터뷰 초안 공유 안 해줘" https://omn.kr/1urja).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당 일각에서도 반발하고 있다. 유승민 전 국회의원은 지난 11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우리 국민의 건강과 우리 바다의 안전이 걸린 심각한 문제"라며 "23일 현장시찰단이 후쿠시마에 가는 이유는, 방사능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하면 바다에 방류해도 안전한지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기 위함이다"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유 전 의원은 "시찰단이 출발하기도 전에 정부나 여당이 나서서 일본 입장을 대변하거나 두둔하는 듯한 말을 하는 것은 국민의 신뢰를 스스로 깎아먹는 일"이라며 "그러니까 '면죄부를 준다, 들러리를 선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국민들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걱정한다"라고 지적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허은아 의원 역시 같은 날 페이스북으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오염 처리수'로 바꾼다고요?"라며 "국회 과방위원으로서, 소관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에 확인해본 바에 따르면 원안위는 '오염수'라는 명칭을 별도로 변경할 계획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아직 우리 실사단이 일본에 가지도 않았고,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직접 확인한 것도 없다"라며 "그런데 '오염수'를 '처리수'라고 미리 답을 정해놓고 바꾸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여전히 국민들께서 불안해 하는데, 프레임 전환을 해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용어와 관련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페이스북을 통해 "이러면 모양새가 당은 바꾸자고 하고, 정부는 바꿀 생각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모양새인데, 이게 소위 말하는 그들이 원하던 당정관계인 것"이라며 "보통은 정부가 하는 일을 입법부의 일원으로서 당에서 견제해야 되는데, 당을 탐색대처럼 쓰니 완전 관계가 역전되어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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