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제, 후지잖아요"…민주당 내 판 깔기 나선 '친명'

김민석 2023. 5. 12.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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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민형배, 회견 열고 "대의원제 폐지하라"
"'권리당원 권리' 보존 위해 쇄신안에 포함해야"
'대의원제 폐지' 청원인 82%↑…5만 돌파 눈앞
비명계 일각선 "개딸 힘 커질라" 우려 나오기도
(왼쪽부터 일곱번째)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12일 국회에서 민주당 대의원제 폐지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대의원 제도'의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대부분이 권리당원으로 이뤄진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들의 폐지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은 11개 단체와 함께 회견을 열고 대의원제 폐지에 힘을 보탰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당내 일각에선 내년 총선에 앞서 이재명 대표에게 유리한 판을 만들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민·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11개 민주당 단체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민주당의 주인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해, 진정한 당내 민주화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 주실 것을 요청 드린다. 14일 열리는 긴급 의총에서도 이 내용이 논의되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용민 의원은 "민주주의 선거에는 보통, 평등, 직접, 비밀 4대 원칙이 있으며, 이는 우리 헌법에도 명시돼 있다"며 "민주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는 아직까지 1인 1표 평등선거의 원칙을 따르지 못하고 있다. 현 당헌에 따르면, 전국대의원·권리당원·일반국민·일반당원으로 구성되는 전당대회 선거인단의 투표는, 대의원 30%, 권리당원 40%, 국민 25%, 일반당원 5%의 가중치로 표결에 반영된다"고 말했다.


이어 "2만명이 채 안 되는 대의원 투표에 100만명을 넘는 권리당원 투표에 버금가는 가중치를 줌으로써, 사실상 대의원의 한 표에 권리당원 수십명 이상의 표와 맞먹는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라며 "특히 권리당원이 늘수록 상대적으로 대의원의 표 가치는 더 높아져 대선 전 권리당원 33표에 해당하던 대의원 1표의 가치가, 권리당원 114만명의 오늘에는 권리당원 54표에 맞먹을 만큼 치솟은 역설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표의 등가성을 보장하는 민주주의 평등선거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매우 비민주적인 관행으로, 수많은 권리당원들의 뜻을 제대로 대의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과거 우리 시민혁명에서 사라지게 만들었던 제3신분을 민주당 내에서 만든 거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존하고 당의 주인은 권리당원이라는 걸 천명하기 위해서라도 쇄신안에 이 문제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민주당 대의원은 약 1만6000명, 권리당원은 약 120만 명으로 추산된다. 전당대회 투표 반영 비율은 권리당원 40%, 대의원 30%, 여론조사 25%, 일반당원 5%다. 이 때문에 대의원 1명의 표가 권리당원 60명 표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당내 일각에선 송영길 전 대표가 선출된 2021년 전당대회 당시 대의원 45%, 권리당원 40%로 대의원의 투표 반영 비율이 컸던 만큼 대의원 관리만 집중하면 선거에서 유리해지는 구도이기 때문에, 금권선거 발생 가능성을 높였다는 게 분석도 나온다.


민대련, 민민운, 더명문학교, 세종강물, 파란고양이, 청출어람, 추풍당당, 부산당당, 잼칠라보호연맹, 딴지 대구당, 시사발전소 등 민주당 단체가 12일 국회 본청 계단에서 대의원 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결의 대회를 열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석 기자

민형배 의원도 대의원 제도를 언급하며 "되게 후지지(품질이나 성능이 다른 것에 비해 뒤떨어지다는 의미를 속되게 이르는 말) 않나. 대통도 한 표고, 도지사도 한 표고, 시민도 다 한 표이지 않나"라며 "왜 민주당에서만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의 등가성이 보장 안 되나. 우리 보다 덜 민주적이라고 하는 다른 당(국민의힘)에선 이미 하고 있지 않나. 제발 기득권 내려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견에는 민대련, 민민운, 더명문학교, 세종강물, 파란고양이, 청출어람, 추풍당당, 부산당당, 잼칠라보호연맹, 딴지 대구당, 시사발전소 등이 동석했다. 이들은 회견을 마치고 국회 본청 계단으로 장소를 옮겨 결의대회를 열기도 했다.


대의원 제도의 폐지를 원하는 목소리는 당원들 사이에서도 분출되고 있다. 12일 오전 기준으로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 올라온 '민주당 대의원제도 완전 폐지 요구' 청원의 동의율은 82%(4만1000여명)를 넘어섰다. 당 지도부는 동의 인원이 5만명이 넘을 경우 해당 청원에 응답해야 한다. 해당 청원은 18일에 종료된다.


청원 작성자는 "이번 돈 봉투 사건의 시발점은 국민의힘도 폐지한 대의원제도에 있다"며 "구태적인 대의원제도를 철폐하고 반드시 당원 중심의 깨끗하고 공정한 민주당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비명계를 중심으로 한 당내 일각에선 대의원제를 폐지할 경우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들의 영향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또 영남 등 당세가 약한 지역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어려워진다는 지적과 함께 호남 중심의 당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명계인 박용진 의원은 지난 1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대의원제 폐지에 대해 "소 잃고 외양간도 때려부수는 잘못된 방향"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돈 받은 사람이 문제라면 국회의원의 지분을 없애거나 지역위원장을 없애야지 왜 애먼 대의원 제도를 없애려 하냐"며 "이것은 오히려 민심과 더 멀어지는 일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광온 원내대표마저도 지난달 30일 한 방송에서 '대의원제 개편'에 대해 "대의원제 개편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치유법은 아니다"라며 "대의원제는 어느 정도 폐해가 있는 것이 이번에 드러나긴 했지만, 민주당의 전국 정당화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제도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드러난 폐해만으로 폐지해야 한다고까지 얘기하는 것은 아직은 조금 시기상조"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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