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판 에어비앤비? 대기업 제한 없인 불가능"

국제전략센터 2023. 5. 1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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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자본주의> 의 저자 닉 서르닉과의 대담

[국제전략센터]

 닉 서르닉의 저서 <플랫폼 자본주의>
ⓒ 킹콩북
국제전략센터는 지난 4월 28일 <플랫폼 자본주의>의 저자이자 런던대학 킹스칼리지에서 디지털경제, 플랫폼 산업, 정치경제학 등을 강의하는 닉 서르닉(Nick Srnicek)을 온라인 대담에 초청해 진보포럼을 진행했습니다. 플랫폼 자본주의는 어떻게 탄생했으며, 어떠한 특성을 가지고,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알아보았습니다. 다음은 닉 서르닉과의 대담을 정리한 기사입니다. 

- 국제전략센터 : 저서 <플랫폼 자본주의>에서 현재 플랫폼 자본주의가 탄생하기까지의 역사적 과정을 설명했다. 즉, 1970년대 제조업 부문의 경쟁 증가로 린 생산시스템과 불안정한 노동으로 전환되었고, 1990년대 닷컴 호황과 불황으로 현재 기술 인프라와 완화적인 통화 정책이 생겨났으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완화적인 통화 정책은 지속되었다. 최근까지 정부는 긴축 정책을 펼치는가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주가 부풀리기, 특히 플랫폼 기업의 주가를 부풀려서 부를 창출하는 '자산가격 케인스주의'에 집중하고 있다. 경제 위기 복구 과정에서 '자산가격 케인스주의' 방식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이라 보는가? 

닉 서르닉 : "첫째, 신자유주의의 부상이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로 제조업에 비해 금융 부문에 훨씬 더 중점을 둔 경제 구조가 생겨났다. 이러한 경제 구조 하에서 금융시장의 이득을 위한 정책이 펼쳐졌다. 금융자산의 가격, 주가는 계속 올랐지만, 그 결과 세계적으로 제조업의 경쟁력은 약해졌다. 둘째, 위기에 대한 대안책이다. 예를 들어 정부 지출을 늘리는 정책은 최근까지 이념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었다. 오랫동안 정부 지출, 정부 적자에 대해서 많은 공포가 조성되었고, 이로 인해서 정부가 정책을 펼칠 때 정부 지출을 늘리지 않는 방향을 선택했다. 이런 방향은 2008년 이후 미국, 영국과 유럽, 특히 EU에서 강조되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위기가 발생하면 재정정책보다는 통화정책을 우선적으로 사용한다."

- 자산가격 케인스주의 방식이 경제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은 무엇인가? 

"가장 큰 영향은 투기 버블이다. 1990년대 닷컴 버블이 있었고, 2000년대는 부동산 버블, 2010년대에는 스타트업 버블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저금리와 양적완화와 같은 통화정책으로 자본이 과도하게 창출되었고, 이 자본은 계속 투자처가 필요했다. 이 자본은 리스크가 큰 벤처기업에 투자했고, 그 결과 버블이 형성된 것이다. 한가지 의문은 선진국의 경제가 얼마나 완화적인 통화정책에 의존하고 있는지이다. 이제 우리에게는 경제성장이 둔화되어 제로에 가까운 성장을 하는 스태그네이션을 수용할 것인지, 아니면 자산 버블로 반복되는 물가상승을 수용할 것인지 두 가지 선택지만 남았다."

-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했다. 게다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제조업을 미국 내에 두는 리쇼어링 정책을 펼치려 한다. 이 두 가지 추세가 자산가격 케인즈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잠재적으로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미국에서 고금리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같은 재정적 개입, 반도체 보조금은 지난 30년간의 통화정책 중심의 자산가격 케인즈주의와 정반대되는 재정정책이기 때문이다. 

제조업을 미국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리쇼어링은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이 미국으로 돌아온다고 해도 대부분이 자동화된 산업이기 때문이다. 이는 폭넓게 이익을 분배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가에게만 이익을 주는 경향이 있다. 또한, 제조업이 미국으로 돌아와도 제조업에 비해 금융산업이 갖는 우위를 바꿀 수 없을 것이다. 리쇼어링은 단기적으로 경기를 부양할 수 있지만 중기적으로 봤을 때 지속 가능할지는 불확실하다."

플랫폼 자본주의의 원동력은 플랫폼 사용자의 데이터 추출을 확장하는 것이라 했다. 즉, 페이스북이 사용자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은 마크 주커버그가 원해서가 아니라 플랫폼 자본주의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또한 인터넷을 별개의 생태계로 분할하는 경향이 있다고 책에서 언급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의 메타버스는 구글의 인터넷 영역과 별개로 인터넷의 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최근 챗GPT과 같은 인공지능(AI)의 발전은 이 두 가지 경향에 어떤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는가? 

"데이터의 중요성은 여전하지만, 현재 플랫폼 경제에서 많은 기업은 이미 경쟁적으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예를 들어 AI를 개발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의 경우를 봐도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사용해서 AI를 학습시키고 있다.  AI 개발 원칙 중 하나는 데이터가 많을수록 더 정확한 AI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무언가를 생성할 수 있는 AI의 경우에는 더 그렇다. 그래서 AI 개발에 더 많은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AI를 만드는 데 데이터가 중요한 만큼 큰 연산능력을 할 수 있는 하드웨어도 중요하다. 챗GPT-4 개발의 경우 1억 달러가 넘는 자금이 들어간다. 이 비용의 대부분은 컴퓨터 하드웨어를 만드는데 사용되었다. 2012년부터 2019년까지 필요한 연산능력은 30만배 이상 증가했다. 거의 3~4달에 한번씩 AI 개발에 필요한 연산능력이 두 배로 늘어났다는 뜻이다.

그래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능력에 대한 소유권과 접근성이 더욱 더 중요해진다. 이로 인해서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들이 더 많은 권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특히 경제가 클라우드에 더 의존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특히 AI를 개발하고 학습시키는데 데이터 센터 규모의 연산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연산능력을 가진 권력은 응용에 대한 권력도 가진다. 데이터센터를 만드는데 1000만~1억 달러의 자본이 들어가기 때문에 큰 규모의 테크 기업들만이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기업들은 데이터 통제 뿐만 아니라 컴퓨터 하드웨어까지 통제하게 되면서 클라우드에 대한 접근성도 통제할 수 있다. 이에 더해서, AI 개발과 디지털 기술의 조건까지 설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국, 대규모 테크 기업들에 엄청난 권력이 집중된다. 이 책을 쓰면서 데이터 추출뿐만 아니라 하드웨어를 집중해서 봐야 한다는 관점이 생겼다." 

- <플랫폼 자본주의> 에서 플랫폼의 독점성을 극복하는 것은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불가능하다고 했다. 플랫폼 사회주의의 필요성을 암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정부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서비스하는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잠재력을 언급했다. 이러한 플랫폼 사례가 있는가? 현존하는 사례가 없다면 공공의 이익을 위한 플랫폼은 어떤 모습일까? 

"가장 좋은 사례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개발한 자동차 공유 시스템인 라이드 오스틴(Ride Austin)이다. 우버와 리프트가 오스틴의 규제를 따르지 않아서 영업을 할 수 없게 되자, 우버와 리프트가 제공하던 서비스에 공백이 생겼다. 그래서 여러 비영리 단체가 모여 라이드 오스틴을 개발했다. 가장 주목할 점은 개발 과정을 모두 공개했다는 것이다. 오스틴 시민에게 이 서비스를 빠르게 공유하기 위해서 최대한 빠르게 출시하고자 6명의 개발자가 4주에 걸쳐서 개발을 완료했다. 그 후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진행해 60개의 버전이 생기기도 했다. 

이 사업은 지역의 테크 기업들로부터 기부를 받아 자금을 마련했기 때문에 거대 자본에게 이익이 집중되지 않았다는 장점이 있다. 라이드 오스틴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 아마존 플랫폼을 사용했다. 서비스 비용은 사용자가 많아지면서 낮아졌지만 사기에  대응해야 하는 부수적인 비용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이 시스템의 장점은 낮은 가격으로 도시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던 점이다. 노동자에게도 우버나 리프트의 노동자보다 더 많은 임금을 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익을 지역 경제에 기부했기 때문에 실리콘밸리의 플랫폼 대기업으로 이익이 유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문제는 우버와 리프트가 지역 규제 당국에 많은 로비를 해서 규제를 바꾸고 오스틴에서 사업을 재개하면서 생겼다. 협동조합 형식으로 운영되는 앱들이 많은 타격을 받았고 서비스를 완전히 종료한 앱부터 사용자가 20% 감소한 앱, 일주일만에 사용자가 50% 감소한 앱이 생겨났다. 우버와 리프트와 같은 대기업이 자본력으로 지역 내에서 가격을 대폭 내리고 플랫폼을 사용하는 운전자들에게는 더 많은 임금을 제공해, 라이드 오스틴과 같은 서비스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었다." 

-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에어비앤비 같은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큰 이유는 지방 정부에서 국가 정부까지 상상력과 추진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 만들어 내는 사업과 같은 것을 정부가 만들 수 없다는 편견이 팽배하다. 라이드 오스틴의 경우 6명의 개발자가 4주 개발해서 서비스를 만들어냈듯이, 런던, 베를린, 뉴욕 시 정부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정치인들은 플랫폼을 정부가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또 하나의 큰 이유는 대기업 플랫폼 독점자본에 맞서기에는 정치권력이 부족하다. 라이드 오스틴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지방 정부에 기반한 대안 서비스는 수억달러의 자본력이 있는 기업과 경쟁할 수 없다. 정부에서 플랫폼에 대한 대안을 만들고 싶다면 대기업의 활동을 제한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정부가 대기업의 활동을 제한하는 것을 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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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국제전략센터 웹사이트(www.goisc.org)에 한글과 영문으로 게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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