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임대차3법, 전세 사기 원인" 국힘 주장 '거짓' [오마이팩트]

김시연 2023. 5. 1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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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민간임대사업자 혜택-HUG 전세금 반환보증 제도가 직접적인 영향

[김시연, 강석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개회선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검증대상] "문재인 정부 임대차 3법이 전세 사기 원인" 국민의힘 주장

"집값 급등과 시장 교란을 초래한 과거 정부의 반시장적, 비정상적 정책이 전세 사기의 토양이 되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전세 사기 책임을 이전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돌렸다. 그는 특정 정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그동안 정부여당 정치인들은 문재인 정부가 2020년 7월 시행한 '임대차 3법'을 전세 사기 원인으로 지목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은 지난 4월 20일 '전세사기 근절 및 피해지원 관련 당·정 협의회'에서 "민주당은 지난 문재인 정권 시절 임대차 3법을 강행 처리하면서 집값과 전세값 폭등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밝혔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집값 폭등기에 일방적인 임대차법의 개정으로 임대차 시장에 충격을 주면서, 지금과 같은 전세사기 피해의 원인이 뿌려졌다"고 주장했다(<오마이뉴스> 전세사기도 '문재인 탓'이란 국힘, 건축왕 배후 거물 정치인 또 언급 https://omn.kr/23lp3).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도 "전세사기 만든 임대차법 주범"(<중앙일보> 4월 25일)으로 규정했고, 보수 성향 언론도 "전세사기, 문 정부 '임대차 3법'이 촉발"(<조선일보> 4월 20일), "'문 정부 임대차 3법'이 전세사기 판 깔았다"(<중앙일보> 4월 25일)로 이를 뒷받침했다.

임대차 3법은 최대 4년까지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하면서 갱신시 전월세 인상률을 5%로 제한하고, 임대차신고제로 임차인 알권리를 보장하는 법이다. 이같은 법이 '전세 사기' 원인이라는 국민의힘 정치인들의 주장이 사실인지 따져봤다.

[검증내용] 전세 사기, 2020년 임대차3법 시행 이전인 2017~2019년 발생

이른바 '빌라왕', '빌라의 신'이라는 불리는 조직적인 전세사기단에게 속아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 임차인 피해가 늘고 있다.

'전세 사기'란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전세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속여 임차인이 착오에 빠진 상태에서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전세보증금 전부 또는 일부를 되돌려 받지 못하는 경우"(이강훈 변호사, '깡통전세 문제해결을 위한 법률적 대안', <도시와 빈곤> 2023년 3월호)를 말한다.

국토교통부도 지난 2월 2일 "보증금 반환능력이 없는 무자력자를 바지 사장으로 활용하여 신축빌라를 대규모 매집, 높은 전세가로 보증금 수령 후 잠적 또는 고의 부도" 내는 '빌라왕' 수법을 소개했다(국토교통부,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 방안' 보도자료, 2023년 2월 2일).

<조선일보>는 지난 4월 20일 "2020년 문재인 정부가 계약갱신청구권 등 이른바 임대차 3법을 도입하면서 아파트 전셋값이 급등했다. 아파트 전세 시장에서 밀려난 서민들이 빌라 등 연립주택으로 몰리면서 빌라 전셋값도 덩달아 뛰었다. 부동산 전문 업자들이 자기자본 없이 보증금만으로 빌라를 수백 채씩 사들여 '전세 사기'를 벌일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다"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임대차 3법 가운데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는 2020년 7월 말부터 시행됐고, '빌라왕'과 같은 1세대 전세사기단이 '무자본 갭투기' 방식으로 빌라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시기는 임대차 3법 시행 이전인 지난 2017년부터 2019년 사이다.

SBS 전세사기 배후추적단에서 지난 1월 27일('빌라왕'이라는 착시... 전세사기는 정책 실패) 100채 이상 보유한 악성 임대인 49명의 연간 주택 매입량을 분석한 결과, 2017년 550건에서 2018년 1335건, 2019년 3309건, 2020년 4141건으로 늘어났다가, 2021년 2326건으로 다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12월 13일 문재인 정부에서 민간임대사업자 혜택을 강화한 이후였다.
 
 100채 이상 보유 49인 악성 임대인 연간 주택 매입량 (단위 : 채) 출처 : SBS 전세사기 추적단, "빌라왕'이라는 착시, 전세사기는 정책 실패"(2023.1.27.) 자료 : HUG, 빅밸류 등
ⓒ 김시연
 
원희룡 장관도 "전세 피해 물량 2019-2022년 초 집중"

원희룡 장관도 지난 2월 2일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 방안' 발표 브리핑에서 "2017년부터 원인이 쌓였지만, 전세 피해 물량은 2019년부터 2022년 초까지에 집중돼 있다. 그 피해 물건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오마이뉴스> 원희룡 "전 정부 임대차3법, 서민을 전세사기 먹잇감으로" https://omn.kr/22kxo).

원 장관은 "이념적으로는 서민을 위한 임대차 3법, 전세대출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조직적인 사기 집단에게 먹잇감을 던져주고, 다수의 서민들은 전세사기의 피해자로 전락하게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국토부 발표 자료에는 '임대차 3법'이 전세 사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내용이 없다.

국토부는 당시 '전세사기 위험 발생 3대 요인' 가운데 하나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반환보증제도를 꼽았다. "집값 안정기에 전세가율 100%까지 가입을 허용한 HUG 전세금 반환보증 제도를 무자본 갭투자 수단으로 악용"했다는 것이다.

실제 국토부가 공개한 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사고 금액은 2017년 74억 원에 불과했지만, 2018년 792억 원으로 10배 이상 급증한 뒤, 2019년 3442억 원, 2020년 4682억 원, 2021년 5790억 원, 2022년 1조 1726억 원으로 계속 증가 추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연도별 보증사고액과 대위변제액 현황. 출처 : 국토교통부,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방안' 보도자료(2023.2.2.)
ⓒ 김시연
장석호 공인중개사는 지난 10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임대차계약 시점과 HUG 반환보증사고 발생 시점은 계약 기간에 따라 2~4년 정도 시차가 있다"면서 "보증사고 원인이 된 임대차계약은 2~4년 전인 2017년부터 이뤄졌으며 현재 전세사기 사건은 대부분 2020년 7월 31일 이전 사건들이다. 다만 2020년 7월 이후 깡통전세사기 사건도 더 많이 발생할 것"라고 밝혔다.

그는 "1998년 IMF 때나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집값이 폭락했지만 깡통전세사기가 없었던 것도 그 당시에는 전세대출이나 반환보증보험이 없었기 때문"이라면서 "깡통전세 사기사건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을 부양하기 위한 정책인 주택임대사업자 세제 혜택과 전세자금대출, 전세반환보증이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도 지난 8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전세 사기는 빌라 같은 싼 주택을 바지 임대인을 세워서 매입하고 반환보증보험을 이용해 전세보증금을 뽑아가는 수법을 쓰기 때문에, 근본적인 원인은 전세대출이고 임대차 3법 영향은 극히 일부"라면서 "전세대출은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했고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HUG 반환보증보험을 일반주택으로 확대하면서 2018년 이후 보증사고금액도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4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에 대해 “일방적이고 졸속 특별법 제정에 반대한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 유성호
 
임대차 3법 '임대료 폭등' vs. '상승폭 완화'... 전문가 의견 엇갈려

2020년 하반기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시행되면서 아파트를 중심으로 임대차 시장에 혼란이 발생했다. 당시 갱신시 인상률 5% 제한으로 갱신계약이 늘어났고, 상대적으로 전세 물량은 줄면서 신규 계약 중심으로 전세 가격이 급등했다.

이 때문에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임대차 3법이 2020~2021년 아파트 전세가격을 폭등시켰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 전세에 부담을 느낀 임차인들이 값싼 빌라로 옮겨가면서 전세사기단 먹잇감이 됐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객관적, 실증적 근거는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상승한 임대료를 비교적 쉽게 전세대출로 메울수 있게된 것이 아파트 전세가 상승세를 뒷받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문도 교수는 "임대차 3법으로 임대료가 폭등했지만, 전세대출이 없었으면 그렇게까지 폭등하진 않았을 것"이라면서 "전세가격이 높아지면 임차인이 눈높이를 낮춰야 하는데 전세 대출을 받아 높은 전세가격을 따라가게 만들었고, 이제 가격이 떨어지니 역전세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도 지난 4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전세보증금이 너무 올라 임차인이 돈을 못 구해서 대출해 준 게 아니라, 전세대출을 쉽게 해주고 반환보증까지 해주니 임대인이 보증금을 쉽게 올릴 수 있었던 것"이라면서 "(전세대출과 반환보증) 제도가 서민주택안정이 아닌 전세 과소비, 전세쇼핑을 야기해 집값 폭등 촉매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임대차 3법이 전세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완화했다는 주장도 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4월 2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임대차 3법으로) 임차인의 권리가 강화됐다고 해서, 한 사람이 빌라를 자기 돈도 없이 1000채, 3000채 살 수 있다? 말이 안 된다"면서 "'저금리 대출정책'으로 오른 전세가가 임대차 3법으로 한 풀 잡힌 게 사실"이라고 주장했다(<오마이뉴스> 원희룡 반박한 심상정 "전세사기, 임대차 3법 탓? 사실 아닌 정치공세" https://omn.kr/23q4m).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도 지난 9일 참여연대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1년, 주거·부동산 정책 평가 좌담회'에서 "2020년 월별 전세가 추이를 살펴본 결과 2020년 4월부터 7월까지의 전세가 상승 추세가 이후에도 지속되었다면 훨씬 더 높은 전세가 상승이 나타났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임대차 3법은 전국·서울의 전체 주택과 아파트 모두에서 호당 전세가와 3.3㎡당 전세가의 급격한 상승 추세를 완화하는 역할을 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국도시연구소, 전국·서울 전체 주택 및 아파트 3.3㎡ 당 전세가의 월별 변화(2020년) 자료 :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
ⓒ 한국도시연구소
 
또한 임대차 신고제의 경우 2020년 8월 통과됐지만 시행 시기를 2021년 6월로 늦췄고, 현 정부 들어서도 계도 기간을 2023년 5월 말까지 늘려 아직도 과태료 부과는 되지 않고 있다.

심상정 의원은 "임대차 신고제를 통해 지난 2년 간 정확한 가격 정보를 축적할 수 있었다면, 전세가 부풀리기를 잡을 수 있었을 것이고 지금 겪는 재난의 규모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지난 1월 31일 보고서('전세사기 방지를 위한 공인중개사 책임강화 입법의 모색')에서 "빌라왕 사건은 부동산 적정 시세나 선순위 권리관계, 임대인의 세금 체납사실 등 임대차 관련 정보가 임차인에게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증결과] "임대차 3법이 전세 사기 원인" 국민의힘 주장은 '거짓'

전세 사기는 2017~2019년부터 발생했기 때문에, 2020년 7월부터 시행된 임대차 3법이 영향을 끼칠 수 없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2015년 부동산시장 부양책으로 출발한 전세자금대출과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제도, 2017년 말 민간임대사업자 혜택 강화 등을 전세 사기 원인으로 보고 있다.

반면 임대차 3법에 따른 전세 가격 폭등이 전세 사기 원인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객관적 근거는 찾을 수 없었다. 따라서 '임대차 3법이 전세 사기 원인'이라는 국민의힘 일부 정치인 주장은 '거짓'으로 판정한다.

[오마이팩트]
국민의힘
"문재인 정부 임대차 3법이 전세 사기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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