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쓰촨대지진 15주년..재건 과시해 비극 덮고 당 불만 유족 감시
진도 8.0에 사망·실종자 8만7000명. 신중국 건설(1949년) 이래 최대 규모로 기록된 중국 쓰촨(四川) 대지진이 12일로 15주년을 맞았다.
세월이 흘러도 유가족의 슬픔은 계속되고 있지만 중국 공산당은 비극의 현장을 '애국 관광(홍색 관광)' 기지로 만들어 당의 피해 극복 성과를 강조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12일 보도했다. 특히 당시 정부의 재난 대응에 불만을 가졌던 유족을 상대로 중국 정부의 감시와 차별이 계속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주요 진앙 중 하나였던 쓰촨(四川) 성 원촨(汶川) 잉슈(映秀) 지역이 대표적이다. 이 곳은 2018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지시로 '전국 애국주의 교육 모범기지'로 지정됐다. 모범 기지는 무너진 중학교 건물을 그대로 보존해 유적지로 만들었는데 시 주석이 시찰하면서 당원들의 필수 방문 코스로 자리 잡았다. 시 주석은 당시 "(지진을 극복한) 역사적 성과는 당에 의한 강력한 지도와 우리 제도의 우위성을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지난달말 잉슈 기지를 찾은 단체 여행객·학생들을 태우고 대형 관광버스 줄이 길게 늘어선 가운데 여행 가이드가 "당의 지도 하에 지역민들이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소개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고 한다.
홍색 관광지가 되면서 이 지역에 지난 5년간 25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왔지만, 정작 현지 주민 수는 20% 이상 줄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숙박하려는 관광객이 많지 않다 보니 현지 일자리 증가는 많지 않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거리의 풍경은 새롭게 태어났지만, 유족의 슬픔은 여전하다"고 전했다. 한 유족은 닛케이에 "아이를 떠올리지 않는 날은 하루도 없다"면서 "아이를 잃은 부모 중 약 30%는 그 뒤로 더는 자녀를 낳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를 제소하려 했던 일부 유족은 당국의 차별을 받았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당시 어린 희생자가 많이 나왔던 일부 초등·중학교의 경우, 피해 학부모들이 학교 측에 "내진 시설을 갖추지 못한 부실시공이 피해를 키웠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현지 정부 제소 움직임까지 일었지만, 의견이 갈린 데다 당국의 방해·협박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이후 정부 제소에 동참하지 않은 유족들은 현지 정부가 구해준 '부흥주택'에 거주하게 됐지만, 항의를 주도한 유족들은 그 같은 혜택을 받지 못했다고 요미우리가 지적했다.
미국 라디오 자유 아시아(RFA)에 따르면 일부 유족들이 지난해 집단 추모제를 열려고 했지만 당국의 방해를 받았다. 쓰촨 대지진에서 자녀를 잃은 부모들이 사고·질병 등 다른 이유로 자녀를 잃은 부모들과의 만남을 추진한 것도 정부의 감시 대상이 됐다고 닛케이가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공산당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은 용납이 안 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 용어사전 > 쓰촨 대지진
2008년 5월 12일에 발생했다. 진도 8.0으로 신중국 건국 이후 지진 규모로는 최대였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사망자·행방불명자는 약 8만7000명이다. 피해는 쓰촨성 외에도 간쑤성, 산시성 등에서도 이어져 총 피해자 수는 4625만명에 달했다.
」
서유진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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