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찰풍선' 3개월만에 설리번·왕이 만났다…"전략적 소통 지속"
정찰 풍선 격추로 얼어붙었던 미ㆍ중 양국이 3개월 만에 대화의 물꼬를 텄다. 미국은 “불운한 사고”(unfortunate incident)였다며 한발 물러섰고 중국은 “전략적 소통 강화”를 언급하며 보조를 맞췄다.
10~11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이 회동했다. 당사자 모두 양국 정상의 최측근 외교 참모들이다.
미 백악관 측은 이틀간 8시간에 걸쳐 대화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미 고위 관계자는 “초강대국 간의 관계를 중단시킨 정찰 풍선 사건을 넘어설 필요성을 인식했다”며 “이번 회담이 세계 양대 경제 대국 간의 더 많은 소통을 위한 길을 열어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양측이 지난 2월 사건이 불행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표준화되고 정상적인 통신 채널을 재정립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4일 미국은 몬태나주 상공에 나타난 중국의 정찰 풍선이 국가 안보를 위협했다며 F-22 스텔스 전투기를 동원해 격추했다. 이로 인해 2월 초로 예정됐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도 무기한 연기됐다.
AP통신은 “이번 회담은 세계 두 강대국 사이에 긴장이 완화되고 있다는 ‘작은’ 신호”라고 분석했다.
중국도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관영 신화통신은 12일 “양측이 중ㆍ미 관계의 장애물을 제거하고, 관계의 하락세를 멈추고 안정화하기 위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며 “솔직하고 건설적인 논의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전략적인 소통 채널을 계속 잘 활용하기로 하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향후 설리번 보좌관과 왕 위원이 미ㆍ중 관계의 실타래를 푸는 고위급 소통 창구 역할을 강화할 것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왕 위원이 중국의 외교라인 일인자인 당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에 오른 이후 두 사람이 별도의 양자 회동을 한 것은, 공개된 것으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 8일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은 니컬러스 번스 주중미국대사와 만나 “시 주석이 양국관계 정상 궤도로 돌아가길 희망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양측은 대만과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백악관은 “설리번 보좌관이 ‘하나의 중국’ 정책에는 변함이 없으며 대만 해협에서의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있어 미국과 동맹들의 강력한 대응 의사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신화통신은 “왕 위원이 대만 문제에 대해 중국의 단호한 입장을 강조했다”면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선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회동이 오는 19일부터 21일까지 일본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바이든 미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인 가운데 중국에 대한 접근 방식을 긴밀히 조율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관측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를 지낸 대니얼 러셀은 회동에 대해 “양측 모두 절제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지만 이런 만남을 통해 불안정한 관계를 진정시키는 데 필요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회동에서 중단됐던 블링컨 미 장관의 방중 일정에 대해선 논의되지 않았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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