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일가 '검은 돈'... 전우원씨가 'PD수첩' 제작진에 남긴 말

이학후 2023. 5. 1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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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MBC < PD수첩 > '전우원 모자(母子)의 고백, 전두환의 숨겨진 재산' 편

[이학후 기자]

 
▲ <pd수첩></pd수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쿠데타로 대통령을 차지했던 전두환씨는 1997년 4월 군형법상 반란수괴·내란수괴·내란목적살인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 원을 확정받았고 선고 직후 검찰은 313억 원을 추징했다. 이후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그는 2003년 4월 재산목록 명시 관련 재판에 출석하여 "전 재산은 예금 29만 원이 전부"라 주장하며 추징금 납부를 거부했다. 2021년 11월 23일 전두환씨는 아무런 사과 없이 세상을 떠났고 그에게 부과된 추징금 중 922억 원은 여전히 남았다. 그리고 미납된 추징금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 갔다.

2023년 3월 14일 전두환씨의 차남인 전재용씨의 둘째 아들인 전우원씨가 SNS를 통해 충격적 발언을 쏟아내며 전두환씨의 추징금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는 "돈이 없다던 제 가족은 어디에서 모를 돈이 계속 나와서 아직도 잘 먹고 잘살고 있다", "할아버지 연희동 자택에는 하늘에서 돈이 쏟아지듯 계속해서 현금 뭉치가 들어왔다"는 등 전씨 일가의 호화로운 삶과 비자금 은닉을 폭로했다.

MBC < PD수첩 >의 '전우원 모자(母子)의 고백, 전두환의 숨겨진 재산' 편은 전우원씨와 그의 친모 최모씨를 만나 전두환 일가의 출처 모를 '검은돈'을 취재했다.

"돈 세는 기계 있었다"
 
▲ <pd수첩></pd수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전우원씨의 친모 최 모씨의 말에 따르면 전두환씨가 1988년 11월 전 재산을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약속을 한 이후에도 전씨 일가는 호화로운 생활을 누렸다고 한다. 15년 이상 전두환 일가의 며느리로 지낸 그녀는 전씨의 연희동 자택 내부에 위치한 비밀스러운 공간엔 현금이 가득했다고 기억한다. 최모씨가 전두환 일가의 며느리로 들어갔을 때는 전두환씨가 전 재산을 국가에 헌납하기로 약속한 지 4년이 흐른 뒤였다.

"돈 세는 기계가 시아버지 서재에 있었다. 100만 원씩 세서 구권과 신권을 섞어서 묶고 그것을 다시 1000만 원 다발로 만드는 작업을 며느리 셋이 같이한 적이 몇 번 있다."

전씨 일가의 비자금은 연희동 자택에 숨겨놓은 현금 외에 지인을 이용하여 회사를 세워 돈세탁하는 방법으로도 조성되었다. 전우원씨는 과거 전재용씨가 대표로 있다가 현재는 전두환 정권 시절 청와대 비서관과 제1부속실장을 지낸 손삼수씨가 대표로 있는 주식회사 웨어밸리가 전두환씨의 비자금 세탁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목한 바 있다. 전우원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웨어밸리의 주식 7%를 소유하고 있었지만, 그에게 돌아가야 할 2020~2022년 배당금 약 1억 3천 3백만 원은 고스란히 전재용씨의 부인 박상아씨 계좌로 흘러갔다. 

이 외에도 전우원씨가 모르는 자신 명의의 또 다른 비상장주식 보유 기록은 다수 존재한다. 곽준호 변호사는 전재용씨가 전우원씨 모르게 아들 명의로 주식을 산 행위가 순수한 목적의 증여가 아닌, 비자금 추징을 피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 당시로만 봤을 때는 상속이라기보단 명의신탁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명의를 빌려줘서 실질적으로 다른 사람이 이용하게 하는 거 자체가 불법이다."

'전두환 추징 3법' 귀추 주목
 
▲ <pd수첩></pd수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현재 전두환씨가 조성한 비자금은 직계 가족뿐만 아니라 측근의 차명 재산으로 관리되는 상황이라 추징할 방법이 마땅찮다. 현행법상 미납 추징금 집행은 당사자가 사망하면 그 절차를 중단하게 되어 있으며 상속재산을 대상으론 징수할 수가 없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2020년 6월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추징금을 미납한 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그 상속재산에 대하여 추징할 수 있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범인 외의 자가 정황을 알면서 불법 재산을 취득한 경우와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취득한 경우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몰수의 대상을 물건으로 한정하지 않고 금전과 범죄 수익, 그 밖의 재산으로 확대하는 '형법 개정안' 등 이른바 '전두환 추징 3법'을 발의했지만, 2020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한 이후 추가 논의는 멈춘 상태였다. 

그러나 전우원씨의 폭로로 전두환씨 일가의 은닉 재산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자 지난 3월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논의를 재개했다. 향후 국회가 소급 적용 논란 등 '전두환 추징 3법'을 어떻게 풀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 <pd수첩></pd수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2013년 전직 대통령 노태우씨는 추징금 2397억 원을 완납하며 국가와 역사에 사죄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노태우씨의 아들 노재현씨는 몇 차례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며 부친의 과오를 반성했다. 

전씨 일가는 노씨 일가와 대조되는 행보를 보였다. 전두환씨는 2017년 발간한 회고록에서 5.18 민주화운동에 가담한 조철현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모욕하고 5.18에 대해 어떤 책임도, 잘못도, 사과할 일도 없다고 주장했다. 전두환씨의 부인 이순자씨는 남편을 "민주주의의 아버지"라고 평가하거나 "우리 부부도 5.18 사태의 희생자다"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들과 달리 손자 전우원은 지난 3월 31일 전두환 일가에서 최초로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아 "5.18은 대학살이자 비극이며 주범은 그 누구도 아닌 저의 할아버지 전두환"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 PD수첩 > 제작진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제 죄에서 도망가지 않고 죄인은 죗값을 치러야 한다. 말로만 사과하고 뒤에서는 국민들을 조롱하는 게 아니라 죄를 지었으면 거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진실을 알아서 이제는 정말 숨길 수가 없구나. 이런 상황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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