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송 뷰] 한쪽에선 ‘흔적’ 지우는데...‘중드 공개’ 국내 OTT 향하는 따가운 시선

장수정 2023. 5. 1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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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김치 등이 중국에서 유래됐다고 주장하는 중국의 동북공정과 문화공정 시도로 인해 시청자들의 시선 또한 한층 깐깐해지고 있다. 중국풍 소품을 등장시키며 역사를 왜곡한 드라마가 방송 2회 만에 폐지되는가 하면, 중국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는 공들여 각색하며 그 흔적을 지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들이 중국 드라마를 선보이는데 적극성을 보이면서 일부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드라마 '량언사의' 속 한 장면

최근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청춘월담’은 중국 웹소설을 원작으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작 단계에서부터 뭇매를 맞았었다. 당시 ‘조선구마사’가 중국풍의 소품을 등장시키는 등 역사 왜곡 논란으로 2회 만에 폐지되면 반중 정서가 확대된 것은 물론, 원작소설 작가가 혐한 사상을 가졌다는 의혹이 불거지기까지 했던 것이다. 여기에 중국이 꾸준하게 삼계탕은 중국 음식이라고 조작하는 상황에서, ‘잠중록’에 삼계탕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표하는 독자들이 있었던 것이다.


결국 ‘청춘월담’은 원작의 설정은 차용하되, 각색을 통해 한국적 정서를 강조하며 논란에서 벗어났다. 캐릭터들의 의상부터 음식, 소품 등 섬세한 부분들까지 신경 쓰며 만족도를 높였으며, 제작발표회 등에서도 원작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물론 원작의 큰 줄기를 이어가기는 했으나, 그 흔적을 지우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모두 한 셈이다. 시청자들이 엄격한 시선으로 중국의 문화공정 시도에 저항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제작사 또는 드라마 관계자들 또한 논란의 여지를 남기지 않기 위해 한층 섬세한 노력이 필요해진 시점인 것.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OTT들이 꾸준히 중국 드라마를 국내 시청자들에게 선보이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콘텐츠에 김치 또는 한복, 갓, 삼계탕 등을 담아내며 이를 중국의 것인 양 포장하는 중국 드라마들을 꾸준히 선보이는 것 또한 중국의 문화공정 시도를 용인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예로 아이치이 드라마 ‘량언사의’에는 극의 전개와 무관하게 김치를 담그는 장면이 등장해 논란이 된 바 있었는데, 이 드라마는 현재 왓챠, 웨이브 등을 통해 공개가 되고 있다. 17회의 한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김치 담그는 장면 역시도 편집 없이 송출이 되고 있다.


이 외에도 첫 회에 장구를 연상케 하는 악기가 등장해 온라인상에서 ‘동북공증 드라마냐, 아니냐’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던 ‘군자맹’이 최근 티빙에서 공개를 시작했으며, 한복을 입은 하인들이 등장해 논란이 됐던 ‘삼생삼세 십리도화’ 또한 티빙에서 시청을 할 수 있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동북공정 요소가 포함된 중국 드라마 리스트를 서로 공유하며 이를 피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기도 한다. 그중에선 논란이 될 만한 장면들을 편집해 선보이는 작품들도 없지 않으나, 그럼에도 이 같은 시도가 있었던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불매의 대상이 되곤 하는 것이다.


팬층이 탄탄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이며 취향을 저격하는 것이 중요한 OTT들의 입장에선 중국 드라마가 하나의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중국 드라마는 물론,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작품들을 선보이며 콘텐츠 목록의 다양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다만 그럼에도 작품을 확보하고, 이를 공개하는 주체가 그 내용까지 함께 고려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배급을 담당하는 만큼 신중함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콘텐츠가 단순히 즐기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남기기도 하면서, 콘텐츠 관련 업계들을 향한 요구도 더욱 섬세하고, 다양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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