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디그라운드(146)] 7년 만에 다시, ‘we hate jh’
박주현(기타·보컬), 이상근(드럼), 정진욱(베이스), 라일준(기타)로 구성된 4인조 록 밴드 we hate jh(위헤제)는 이름부터 범상치 않다. 리더 주현의 이니셜을 딴 jh를 붙여 ‘리더를 싫어하는 밴드’라는 설명은 역설적으로 구성원들의 끈끈함을 표현하는 듯 하다. 음악 역시 마찬가지다. 특별한 의미가 없다고 하지만 이들의 음악은 처음부터 인디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2013년 결성돼 이듬에 첫 미니앨범 ‘오피셜리, 위 헤이트 제이에이치’(officially, we hate jh)를 발표하고 EBS ‘스페이스 공감’의 신인 발굴 프로젝트 ‘헬로루키’ 결선무대에 진출하며 음악적 역량을 인정받았다. 이후 활발하게 앨범 활동을 하던 이들은 돌연 2016년 앨범 ‘divert’를 끝으로 팀으로서의 활동을 멈췄다. 7년의 기간을 각자의 자리에서 따로, 또 같이 보내오던 이들이 다시 뭉친 건 올해 결성 10주년을 허투루 넘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멤버들이 어떻게 한 팀으로 만나게 됐나요?
너무 오래돼서 기억도 잘 나지 않는데요. 아는 사람들을 통해 하나 둘씩 데려왔어요. 뭔가 운명적인 만남과는 거리가 먼, 다분히 주변에 있는 사람 긁어오기 식이었습니다. 모난 사람이 없어서 계속 하고 있네요.
-멤버들끼리의 합이 어떤지도 말씀해주세요.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받는지, 또 서로 조언을 주고받기도 하는지요.
주현) 드러머인 상근이가 많이 맞춰주는 편입니다. 저는 음악적 이론보다는 들어왔던 음악들을 구현하고 싶었던 욕구가 강해서, 위헤제 한창 활동 할 때는 진욱이와 일준이가 여러모로 저의 색깔을 맞춰주는 배려를 많이 해주었습니다.
-팀으로 함께 수년을 활동하면서 의견이 엇갈리거나, 갈등이 있는 상황들은 없었나요?
주현) 다들 성격이 조용한 편이라 제가 곡을 써와서 분위기 좀 이상하다 싶으면 자연스레 버리고 알아서 눈치보고 추렸던 것 같습니다.
상근) 있었던 것 같은데, 저 말곤 다들 착해서 이겨낸 것 같아요.
-2016년 ‘divert’ 발매 이후론 멤버들이 각자의 길을 걷고 있었어요.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을까요?
주현) 음악을 늦게 시작해서 탄탄한 내공이 없었습니다. 대학생이 돼서야 본격적으로 기타를 쳤고, 그것마저 독학이었습니다. 군 제대 이후, 1년도 안 된 상황에서 곡을 쓰고 활동을 했으니까요. 방구석 뮤지션이라 곡은 괜찮은데, 라이브가 약하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최종 오디션에 많이 올라가고 끝자락에서 떨어지는 걸 3년간 반복하다 보니 외면할 수 없는 (멤버 일준의) 군대 문제 등이 있어서 일단 2년만 쉬자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벌써 시간이 많이 지나버렸네요.
일준) 이런 걸 영향력이라고 하죠?
-그로부터 벌써 7년의 시간이 흘렀어요. 그 사이에도 멤버들끼리는 자주 만나기도 하고, 음악적 교류를 이어왔던 건가요?
주현) 다들 살면서 축하할 일도 생기고 먹고 살기 팍팍해서 한 번씩 생각나면 가서 보고 인간적 교류가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저 솔로 프로젝트 할 때 상근이도 한 번 슬쩍 도와주기도 했고요.
상근) 멤버들끼리는 자주는 아니어도 오랜 친구를 가끔 만나듯이 지냈습니다. 음악적 교류도 중간 중간 있었고요.
일준) 자주 만나지는 못해요. 각자 사정이 있는지라 음악적 교류를 위해서 만난 건 7년만이고, 그 동안은 놀려고 만났어요.
-정말 오랜만에 다시 뭉친 건데요, 왜 꼭 ‘지금’이어야 했나요?
주현) 2~3년 전부터 하자고 말만 하고 모이지 못하다가 10주년은 그냥 지나가면 안 되겠다 싶어 무조건 추진했습니다. 이번 싱글에서는 베이스의 진욱이가 개인 사정으로 빠져 있습니다. 밴드 사정상 더 이상 미룰 수가 없기에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을 하게 되었습니다.
상근) 더 늙기 전에 이모(Emo)음악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랄까요.
-다시 모인 이후의 첫 곡을 어떤 곡으로 해야 할지 고민도 많았을 것 같아요.
직관적인 느낌이 있었습니다. 발전이라는 말로 안 입는 옷을 억지로 입는 것보다 그 동안 쌓아왔던 잘하는 걸 더 잘해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게 나온 신곡 ‘풀악셀’은 어떤 곡인지 설명해주세요.
신나게 들을 수 있는 팝/록 싱글입니다. 어쿠스틱, 일렉, 드럼, 베이스 빽빽하게 채워 넣었습니다. 위헤제를 되돌아 봤을 때, 가장 위헤제다운 노래를 만들어보자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활동했던 순간을 되짚어보고 싶었습니다. 차마다 CC가 다르듯이 저희 기통 안에서는 풀악셀을 밟아왔고, 기대했고, 좌절했고, 애써 외면했던 기억을 담았습니다.
-가사를 보니,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아니었을까 생각도 드는데요.
주현) 위헤제 시절에도 그렇듯이 가사에 큰 의미부여는 없습니다. 주제를 정하고 멜로디에 가장 적합한 단어를 찾아내고, 솔직하게 하고 싶은 말과 조금의 억지문장의 조합이죠. 오아시스의 곡 작업 스타일을 좋아합니다. 곡 작업이 끝나면 감정도 곡에 이식되어 후련합니다.
상근) 사실 주현이 가사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일준) 처음에는 ???, 점점 !!!, 나중에는 !?!?
-각자 이 음악의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작업을 했는지도 설명해주세요.
주현) 최대한 4년간 해왔던 루틴을 다시 떠올리는데 많은 부분을 할애했습니다. 밴드 음악이니까요. 어느 파트나 섭섭하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상근) ‘we hate jh’가 돌아왔다” 입니다.
일준) 곡을 듣자마자 ‘위헤제’구나 할 수 있게 작업했습니다.
-오랜만에 앨범 작업으로 호흡을 맞춘 소감도 듣고 싶어요.
주현)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듯이 7년 전 그 느낌 그대로라서 타임머신을 탄 느낌이었습니다. 곡 작업이 막힐 때, 미적지근하게 만드는 것 같은데 결과물은 그럴싸한 게 언제나 신기한 경험입니다.
상근) 주현이가 그 사이에 레코딩 스튜디오를 만들어서 거기서 녹음을 재밌고 여유 있게 진행했습니다. 녹음 전에 먹었던 짬뽕이 인상 깊었습니다.
일준) 저는 함께 모여서 녹음하기 전까지는 막막했어요. 오랜만에 작업하는 거라 아이디어도 잘 안 떠오르고 만드는 기타 라인마다 너무 별로인거 같고 했는데, 막상 파트별 녹음을 모두 마치고 결과물을 들었을 때는 혼자 속으로 ‘위헤제다!’라고 생각했어요. 이번 작업은 주현이형 녹음실에서 했는데, 모든 게 수작업이라 창고에 있는 드럼 세트를 하나씩 다 녹음실로 옮겨서 세팅하고, 저희 박주현 큰어르신의 명을 받들어 일렉기타 2대, 통기타 1대의 기타 줄을 모두 가느라 녹음하기도 전에 전완근이 다 털렸었네요. 덕분에 릴랙스하게 녹음할 수 있었어요.
-이 앨범이 we hate jh에게 훗날 어떤 앨범으로 기억될 것 같으신가요?
주현) 미니앨범 혹은 정규앨범에서의 산뜻한 출발의 싱글.
상근) 길었던 공백을 깨고 성공적으로 컴백한 앨범으로 기억 되었으면 합니다.
-2014년 데뷔하고, 벌써 9년이 흘렀어요(흩어져 있던 시간도 있지만요). 이제 내년이면 10주년인데요. 세월이 흐른 만큼 음악의 내용들도 과거와 달라졌는지 궁금해요.
주현) 가사가 1절 2절 후렴의 반복입니다. 과거에는 어떻게든 덜 중복되게 가사를 추가한다던가, 남들이 모르는 부분에 과도하게 편집에 집착하는 것들을 버렸습니다. 지금은 받아들일 부분들을 받아들였습니다. 멤버들을 더 믿고 자연스러운 작업물에 집중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가장 후회됐었던 순간들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팀 활동, 혹은 음악활동을 하면서 유독 뼈아픈 후회의 순간이 있을까요?
주현) 라이브보다는 곡 작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이 아쉽습니다. 천천히 해도 되는 것인데, 그 당시에는 더 좋은 곡으로 뭐든 빨리 내고 싶었어요. 더 선별했어도 되는데 욕심이 많았어요.
상근) 레슨을 너무 많이 하면서 음악이 싫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밴드멤버들에게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고, 그게 참 미안하네요.
-we hate jh의 정체성도 궁금해요. we hate jh가 추구하는 음악의 방향성은 어떻게 될까요?
듣기 좋은 멜로디의 노래를 많이 만들고 싶습니다. 장르적인 것도 무시할 순 없지만, 1번은 멜로디가 아닐까 합니다.
-오랜 시간이 걸려 다시 모인만큼, 한 팀으로서의 활동을 계속 보여주시는 거겠죠? 내년이면 10주년이니 정규앨범을 기대 해봐도 되는 걸까요?
주현) 예전처럼 음악을 위해서 모든 시간이 맞춰있지 않기 때문에, 시간은 예전보다는 더 걸리겠지만 구체적인 목표는 미니앨범 하나 내는 것입니다. 정규는 너무 길어질 것 같은 느낌이라 중간 중간에 공연 할 수 있는 시간도 있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상근) 활동은 계속 이어나갈 것 같습니다. 내년 계획은 이번 앨범 반응을 보고 결정해야 할것 같습니다(웃음).
-음악적으로, we hate jh의 최근 가장 큰 고민거리는 무엇인가요?
주현) 생업과 음악을 할 수 있는 시간의 밸런스. 그리고 위헤제의 상징적인 색깔의 탐구.
일준) 이번 작업에 참여하지 못한 베이시스트가 돌아오기를….
-we hate jh의 최종 목표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항상 같습니다. 돈 안 되는 음악으로 돈 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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