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진 스케일, 중요해진 디테일…모두에게 필요한 ‘전문성’ [K-스태프 역할과 한계①]
장르가 다양해지고 제작 규모가 커진 만큼 촬영과 동시에 결과물 함께 보기도”
200억 원에 가까운 제작비가 투입된 넷플릭스의 SF 영화 ‘정이’는 내용의 호불호에도 불구, 우주 공간의 화려한 비주얼에 대해선 ‘합격점’을 받았다.
2194년 새로운 우주 공간 쉘터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인 만큼, 연출을 맡은 연상호 감독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세계가 어떻게 구현될지가 관전 포인트 중 하나였는데, 황량하면서도 신비로운 풍경들이 완성도 높게 펼쳐졌다. 여기에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만든 인공지능(AI) 로봇의 어색함 없는 활약까지. ‘보는 재미’만큼은 확실한 작품이었다.
연 감독은 이 같은 비주얼 구현이 가능했던 이유에 대해 “세트나 미술팀은 지금까지 SF 장르를 시도했던 국내 작품들을 통해 어느 정도의 노하우가 구축이 됐다. 하다못해 목공을 하시는 분들까지도 이러한 작업에 익숙해져 있다. 다들 노하우가 쌓인 전문가들이라 도움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제는 감독의 연출력을 중심으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협업하며 상상력을 구현해 나가고 있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세트를 창조한 채경선 미술감독이 크리에이티브 아트 에미상 프로덕션디자인 부문을 수상하는 등 그들 또한 콘텐츠의 뒤가 아닌, 앞에서 이름을 알리며 존재감을 키우기도 한다.
한 CG 업체 관계자는 “요즘에는 작품 규모와 상관없이 작은 작품에서도 CG를 필요로 한다. OTT 시장의 확장으로 텐트폴 드라마 제작도 훨씬 많아졌고, 예전에는 조명, 마이크 등을 사전에 정리하고 촬영했다면 요즘은 연기에 집중하거나 특정 앵글을 위해 그대로 유지하고 후반 공정에서 리터치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후반 업체들은 촬영이 종료된 이후부터 일하지 않는다. 장르가 다양해지고 제작 규모가 커진 만큼 감독님들은 촬영과 동시에 결과물을 함께 보기를 희망하신다. 편집과 CG 파트는 이러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현장에서 함께 작업을 진행하거나 1차 편집본이 나오면 러프한 형태로 결과물을 만들어 편집본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서포트하고 있다. 게다가 일부 장면들은 촬영하면서 결과물을 함께 확인할 수 있는 버추얼 작업들도 대세를 이루고 있다”고 커진 역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장르물 또는 대규모의 작품이 아니더라도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며 완성도를 높이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영화, 드라마를 가리지 않고 참여하며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노력 중인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해 방송돼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은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에는 ‘올드보이’, ‘괴물’, ‘살인의 추억’, ‘헤어질 결심’ 등에 미술감독으로 참여한 류성희 감독이 합류, 이 드라마만의 동화적인 분위기를 배가시키며 마니아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은 바 있다. 영화 ‘박쥐’, ‘아가씨’, ‘헤어질 결심’을 쓴 정서경 작가의 탄탄한 각본에 ‘왕이 된 남자’, ‘빈센조’ 등 여러 흥행작을 배출한 김희원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에 류 감독의 디테일까지 더해져 매혹적인 비주얼을 선사하는 한편, 각종 소품 등에 담긴 의미를 파헤치는 적극적인 관심까지 유도했다.
판타지적인 분위기 가미하는 것은 물론,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묘사하는 도구로 활용되며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돌고래 CG를 비롯해, ‘작은 아씨들’과 마찬가지로 캐릭터들의 의상 또는 소품 하나까지도 ‘복선이 아닐까’라며 분석이 이어졌던 ‘더 글로리’까지. 디테일까지 신경 쓰며 완성도를 높이는데 기여한 작품들이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끌어내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고 있다.
한 미술팀 스태프는 “촬영 현장에서 미술은 우리가 숨 쉬는 공기와 같은 것이라고 항상 생각하고 있다. 보여지는 예술이기에 미술이 많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곧 감독의 연출력까지 이야기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늘 중요하게 여기며 작업을 하고 있었지만, 최근 높아진 미술의 중요도를 시청자들께서 인정을 해주고 계신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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