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3배 비싸진 공연 티켓, BTS 아미 ‘부글부글’
그룹 방탄소년단의 팬인 트위터 이용자 레이(Rei, 46)씨는 멤버 슈가의 미국 콘서트 티켓을 구매하려다가 깜짝 놀랐다. 판매 개시 직후 350달러(약 46만2000원)였던 티켓이 결제 시점에 1000달러(약 133만2000원)로 3배 가까이 올라서다. 티켓 가격이 실시간으로 오른 이유는 최근 도입된 다이내믹 프라이싱 정책 때문이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상품을 고정 가격에 판매하지 않고, 실시간 수요를 계산해 가격을 경매가처럼 높이는 판매 방식을 뜻한다.
하이브는 슈가와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미국 투어에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도입했다. 회사는 이달 초 컨퍼런스 콜에서 “다이내믹 프라이싱 시스템이 적용되려면 티켓 파워가 필요한데 저희 아티스트들은 그런 파워를 가지고 있다. 미국 외 다른 지역도 공연 매출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하이브 관계자는 “미국 외 지역에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추가 도입할지는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미국의 대표적인 티켓 판매처인 티켓마스터가 2011년부터 운영해온 판매 방식이다. 슈가와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말고도 폴 매카트니, 해리 스타일스, 콜드플레이 등 여러 팝스타들 콘서트 예매에 다이내믹 프라이싱이 도입됐다. K팝 가수 가운데서는 그룹 블랙핑크의 영국 콘서트 티켓 일부가 수요 기반 변동 가격에 판매됐다. 티켓마스터는 다이내믹 프라이싱 정책을 통해 가수와 기획사가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티켓 최초 판매 가격을 암표 가격만큼 높이면,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을 암표상이 아닌 가수와 기획사가 가져갈 수 있다는 논리다.
팬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레이씨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예매 전 다이내믹 프라이싱이 적용된다는 안내를 받지 못한 데다, 해당 판매 방식을 적용한 플래티넘 티켓이 기본값으로 설정돼 많은 팬들이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플래티넘 티켓을 구매했다”고 꼬집었다. 관객이 최종 결제가로 티켓을 구매할지 말지를 선택할 수 없는 점도 문제다. 티켓마스터는 원칙적으로 예매한 티켓을 취소하지 못하게 한다. 구매자가 다른 구매자에게 티켓을 재판매하는 것만 가능하다. 레이씨는 “결정된 티켓 가격이 부담스러워도 결제를 하지 않을 수 없는 방식”이라며 “이 때문에 자신이 구매한 가격의 절반 가격으로 티켓을 재판매한 팬도 있다”고 말했다.
레이씨 사연이 알려지자 SNS에선 해시태그(#) ‘하이브 티켓값 뻥튀기 반대’ ‘노 다이내믹 프라이싱’(No Dynamic Pricing)을 단 글이 쏟아졌다. 일부 팬들은 하이브 사옥 앞에 트럭을 보내 다이내믹 프라이싱 정책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논쟁거리다. 미국 전설적인 록 뮤지션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공연은 티켓 가격이 4000달러(약 532만원)까지 치솟아 팬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40년 넘게 운영되던 팬사이트마저 문을 닫을 정도였다. 논란은 티켓마스터의 시장 독점 논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11월 테일러 스위프트의 콘서트 예매 개시 당시 티켓마스터 서버가 먹통이 되면서 티켓마스터의 가격 폭리와 독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미국 법무부는 티켓마스터가 공연 산업 내 영향력을 남용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가요 관계자는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가격 책정에 따르는 리스크를 모두 소비자에게 넘기는 형태다. 티켓 가격을 수요보다 낮게 책정해 수익을 극대화하지 못할 위험과 티켓 가격을 수요보다 높게 매겨 티켓이 팔리지 않을 위험을 기획사가 아닌 소비자가 부담하게 된다”며 “아마존·우버 등 다른 기업들이 다이내믹 프라이싱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팝 산업은 서비스 제공자(가수)와 소비자(팬덤) 사이 정서적 유대감이 중요한 시장이기에 이 같은 가격 정책이 반발에 부닥친 것”이라고 짚었다. 문제를 공론화한 레이씨는 “사전 안내 없이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적용해 티켓을 판매한 것은 소비자 기만”이라며 “팬덤은 집단 지성이다. 자본 논리를 앞세운 기획사에 끌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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