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잘 줘도 마르는 잎... 식물의 말을 잘못 알아들었다

용인시민신문 송미란 2023. 5. 1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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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을 고대하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내년이면 성년을 바라보고 있다.

식물을 돌보면서 아이를 키우던 때의 감정을 간혹 되새기곤 한다.

처음 실내식물을 키울 때 이파리 끝이 노랗게 말라가는 것들이 많았다.

처음 키웠던 많은 식물이 뿌리가 건강하지 못해 제대로 물을 흡수할 수 없었는데, 거기에다 물을 계속 줬으니 흔히 말하는 과습으로 저세상으로 보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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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키우듯 의미 파악하고 필요한 것 채워줘야... '너의 언어를 이해하겠다'는 자세로

[용인시민신문 송미란]

 필자에게 아프다고 말하는 식물
ⓒ 용인시민신문
 
첫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을 고대하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내년이면 성년을 바라보고 있다. 세상의 많은 엄마가 그렇듯이 처음 임신했을 때의 두려움과 설렘은 잊히지 않는 기억이다.

임신 동안 아이가 태어나면 당장이라도 모성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막상 아이를 낳았을 때에는 몸이 너무 힘들어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흐르면서, 눈을 마주치고 새로운 경험을 공유하면서 모성이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를 낳았다고 바로 모성이 생긴 것이 아니라 아이를 돌보고 키우면서 그 감정 또한 커져 갔다.

육아를 해본 부모라면 말 못 하는 아기를 바라보며 답답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이가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울음. 그 울음소리를 듣고 배가 고픈지 졸린지 아니면 어디가 아픈지를 알아야 하니 얼마나 난감한 일인가. 배고프다고 우는데 안아준다거나, 졸리다고 우는데 젖을 먹인다거나 무엇을 원하는지 전혀 알아듣지 못해 마냥 울리기만 한 시간도 있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을 거치면서 점점 울음의 의미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욕구를 채워주는 과정이 쌓여 육아라는 게 익숙해지고 수월해지는 순간이 다가왔다.

아이 얼굴 표정만 봐도 배가 고픈지 알 수 있고, 손짓 하나로 졸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로지 아이로 향한 안테나는 필자를 아니, 세상의 많은 부모를 모성애 또는 부성애가 강한 사람으로 성장시켰을 것이다.

식물을 돌보면서 아이를 키우던 때의 감정을 간혹 되새기곤 한다. 처음 실내식물을 키울 때 이파리 끝이 노랗게 말라가는 것들이 많았다. 물이 부족한가보다 싶어 물을 듬뿍 주었다. 점점 노랑 잎이 많아졌고 물이 아직도 부족한가보다 싶어 점점 더 많은 물을 주었다.

결국 필자는 '식물 저승사자'가 됐다. '괜찮아, 원래 식물은 다 죽는 거야. 그래야 꽃집 사장님들도 돈을 벌지'라며 우스갯소리를 했지만, 마음 한구석이 착잡함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내 손을 거쳐 죽어 나간 친구들이 많아지면서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에 정신을 차리고 관찰하고, 각종 자료를 찾아보며 공부를 시작했다.

지식과 경험, 관심이 쌓이면서 식물 상태를 조금씩 알아갔다. 처음 키웠던 많은 식물이 뿌리가 건강하지 못해 제대로 물을 흡수할 수 없었는데, 거기에다 물을 계속 줬으니 흔히 말하는 과습으로 저세상으로 보낸 것이었다.

자꾸 지켜보니 각각의 증상마다 식물이 표현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걸 알아챘다. '말라요, 숨을 못 쉬겠어요, 배고파요, 가슴이 조여와요, 답답해요... 식물이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건강한지 아픈지, 물이 필요한지, 영양분이 필요한지 조금씩 눈대중을 할 수 있는, '식물 저승사자'라는 타이틀을 뗄 수 있는 단계로 상승했다. 식물이 건네는 말을 이해하니 진정한 반려식물인으로 거듭나는 듯했다.

흔히 식물은 말을 못 한다고 한다. 하지만 갓난 아기가 말을 모른다고 표현을 못 한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을 한 것처럼, 식물도 그 나름의 방식으로 표현한다.

관심과 애정의 시간이 쌓이고 식물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지면 그 미묘한 차이를 느낄 수 있게 된다. 요즘 많이 키우는 반려동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꼬리를 흔드는 모습이나 '멍멍, 야옹'하고 우는 차이를 느껴 소통하고 대화하는 반려인도 많아졌다.

하지만 표현 방법이 다른 반려식물, 반려동물과 반대로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 사이의 소통에서 불협화음이 나는 경우를 간혹 목격하기도, 경험하기도 한다. 내 이야기만 전달하고자 하는 욕구가 허공을 떠다닌다. 식물, 동물의 표현을 이해한 것처럼 내 주변 사람의 표현도 이해하고 싶다. '나'의 언어가 아닌 '그'의 언어로 이해하고 관심과 애정을 줘야겠다.

송미란(숲과들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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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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