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전 9안타' 손아섭, 1번 타자가 체질이었네

양형석 2023. 5. 1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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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11일 kt전 결승득점 포함 4안타 1득점 맹활약, NC 3연전 스윕

[양형석 기자]

 2021시즌 종료 후 FA 4년 총액 64억 원에 NC로 이적한 손아섭
ⓒ NC다이노스
 
NC가 적지에서 최하위 kt를 상대로 주중 3연전 전승을 따냈다.

강인권 감독이 이끄는 NC다이노스는 11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15안타를 터트리며 4-1로 승리했다. 지난 2일과 3일 LG트윈스에게 연패를 당한 후 4일 연속 비 때문에 경기를 치르지 못했던 NC는 최하위 kt를 제물로 3연승을 달리며 선두 SSG랜더스에게 연패를 당한 5위 KIA타이거즈와의 승차를 1.5경기로 벌렸다(17승 14패).

NC는 선발 구창모가 6.1이닝 5피안타 1사사구 10탈삼진 1실점 호투로 시즌 7번째 등판 만에 첫 승을 따냈고 머리를 짧게 자르며 결의를 다진 마무리 이용찬은 이틀 연속 세이브를 기록했다. 타선에서는 1회 선제 적시 2루타를 때린 박건우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김주원은 4회 시즌 5호 솔로포를 터트렸다. 그리고 1번 타자 변신 후 엄청난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손아섭은 이날도 4안타를 폭발하며 경기를 지배했다.

홈런타자만큼 위대했던 '안타의 달인'들

흔히 홈런을 '야구의 꽃'이라 부른다. 실제로 중요한 순간에 터지는 홈런 1방은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바꿀 때가 많다. 역대 정규리그 MVP 중에서도 홈런왕이 MVP를 수상한 경우는 무려 20번에 달하지만 타격왕이나 안타왕이 MVP에 선정된 것은 5번에 불과하다(2010년은 타격왕·홈런왕·안타왕·MVP 공동수상). 하지만 야구에서 득점기회를 만들어주고 점수를 올릴 수 있는 안타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야구팬들이 기억하는 KBO리그 초창기 최고의 안타머신은 단연 '타격의 달인'으로 불리던 고 장효조였다. 1983년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타율(.369), 최다안타(117개, 당시 미시상), 출루율(.469) 1위에 오르며 한 차원 다른 수준의 타격을 선보였던 장효조는 1985년부터 1987년까지 3년 연속 타격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장효조가 높은 타율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타수가 적었던 이유는 그가 발군의 선구안으로 많은 사사구를 얻어냈기 때문이다.

은퇴 후 여러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유쾌한 이미지가 많이 생겼지만 한화 이글스의 전설이자 영구결번선수 김태균(KBS N 스포츠 해설위원) 역시 안타와 출루에 있어서 만큼은 '달인의 경지'에 올랐던 선수다. 김태균이 프로 21년 동안 때린 2209개의 안타는 여전히 깨지지 않은 '우타자 역대 최다안타' 기록으로 남아있다. 또한 커리어 내내 장타력 논란에 시달렸음에도 KBO리그에서만 통산 311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장효조나 김태균처럼 쟁쟁한 안타머신을 제치고 현재 KBO리그 역대 최다안타기록을 보유한 선수는 '쿨가이' 박용택(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이다. 박용택은 KBO리그에서 그 어떤 위대한 선수도 달성하지 못했던 10년 연속 3할 타율(2009~2018년)과 7년 연속 150안타(2012~2018년)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KBO리그 역대 최초이자 현재까지도 유일한 통산 2500안타를 기록한 박용택은 커리어 내내 '꾸준함의 힘'을 증명한 선수였다.

김태균이 보유한 역대 우타자 최다안타 기록에 단 10개가 부족한 2199안타로 은퇴한 이대호는 만약 전성기 구간(2012~2016년)에 있었던 5년의 해외활동이 없었다면 김태균은 물론이고 박용택의 기록도 손쉽게 넘었을 것이다. 은퇴 시즌에 타율 .331 179안타를 기록했을 정도로 그라운드를 떠나는 순간까지 최고의 자리를 지켰던 이대호는 KBO리그에서 활약한 17시즌 동안 14번이나 100안타 시즌을 만들었다.

역대 최다안타 유력, 3000안타까지 도전?

2011 시즌을 끝으로 이대호가 일본으로 떠난 후 롯데 자이언츠의 간판타자 자리를 물려 받은 손아섭은 타율 .295에 그쳤던(?) 2019년을 제외하면 2010년부터 2021년까지 12년 동안 11번이나 3할 타율을 기록했다. 2017년과 2018년 2년 연속 20홈런을 기록한 적도 있지만 거포라기 보다는 정확한 타격을 추구하는 교타자에 가까운 손아섭은 매년 3할 타율과 150개 이상의 안타를 보장하는 선수였다.

손아섭은 두 번째 FA를 앞둔 2021 시즌에도 타율 .319 173안타 88득점으로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그리고 원소속팀 롯데와의 FA협상이 여의치 않은 사이 NC에서 틈을 파고들어 손아섭과 4년 총액 64억 원의 FA계약을 체결했다. 롯데의 상징과도 같았던 손아섭이 14년 만에 정든 부산을 떠나 롯데의 지역라이벌 NC에 새 둥지를 트게 된 것이다. 하지만 NC에서의 첫 시즌은 손아섭의 이름값과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손아섭은 2022년 시즌 138경기에서 타율 .277 152안타 4홈런 48타점 72득점으로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고액연봉을 받는 FA선수로서 구단과 팬들의 기대치가 높았지만 손아섭은 나성범과 양의지가 떠난 NC의 새로운 간판타자가 되지 못했다. 손아섭은 올 시즌에도 외국인 타자 제이슨 마틴이 내복사근 부상으로 빠진 사이 4번타자로 출전했지만 4번 타순에서는 타율 .250(56타수 14안타)으로 좋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손아섭에게 익숙한 1번 타순으로 돌아온 후 손아섭은 야구팬들이 알던 롯데 시절 '안타머신'의 위용을 되찾았다. 올 시즌 1번타자로 10경기에 출전한 손아섭은 타율 .457(46타수 21안타) 6타점 7득점 OPS(출루율+장타율) 1.023으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특히 kt와의 주중 3연전에서는 11일 4안타 경기를 포함해 16타수 9안타(타율 .563) 3타점 5득점 2도루를 기록하는 엄청난 활약을 선보였다.

올 시즌 31경기에서 42안타를 치고 있는 손아섭은 어느덧 통산 2271안타로 박용택의 통산 최다안타기록(2504개)에 233개 차이로 접근했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10년 동안 평균 171안타를 기록한 손아섭이라면 내년 후반기 정도엔 박용택을 제치고 역대 최다안타의 새로운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손아섭이 박용택이나 이대호처럼 40대가 될 때까지 기량을 유지하며 장수한다면 전인미답의 3000안타에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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