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무 파이트클럽] UFC서 성공해 피자 가게 열고 싶어요...홍성찬의 간절한 바람
이은경 2023. 5. 12. 08:34
한국 종합격투기 명문팀 ‘코리안탑팀’ 소속의 파이터 홍성찬(34·코리안탑팀)은 피자 사랑이 남다르다. SNS 아이디가 ‘ktt_pizza’일 정도로 피자에 죽고 못 산다. 소개란에는 ‘Pizza lover’라고 아예 대놓고 쓸 정도다.
칼로리 폭탄인 피자는 종합격투기 선수에게 ‘지옥의 유혹’이다. 감량의 최대 적이다. 한 판 먹으면 다음날 2~3kg 늘어나는 것은 기본이다. 홍성찬도 사랑하는 피자와 잠시 이별하기로 했다. 종합격투기 인생을 통틀어 가장 큰 기회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홍성찬은 이달 27일과 28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로드 투 UFC’ 시즌2에 참가한다. 로드 투 UFC는 아시아 지역의 정상급 종합격투기 선수들에게 UFC와 계약할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된 대회다. 플라이급, 밴텀급, 페더급, 라이트급 총 4개 체급에서 각각 8명씩 참가한다. 토너먼트 방식으로 경쟁을 펼쳐 최종 우승을 차지하면 UFC와 정식계약을 맺는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진행했던 시즌 1에서는 플라이급 박현성과 페더급 이정영이 우승해 UFC와 계약했다.
시즌 2 라이트급(70kg 이하) 토너먼트에 참가하는 홍성찬은 중국의 롱주와 8강전을 치른다. 롱주는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다. 이미 UFC에 데뷔한 경험이 있다. 3전을 치러 1승 2패를 기록한 뒤 퇴출당한 바 있다. 이번이 UFC 두 번째 도전이다.
홍성찬의 선수 인생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1989년생. 우리 나이로 벌써 35살이다. 운동선수로서는 이미 환갑에 도달했다. 사정이 있었다. 그는 TV에서 중계되는 UFC가 너무 멋있어서 군대 제대 후 체육관으로 달려갔다. 2012년 프로선수에 데뷔한 뒤 정신없이 경기를 치렀다. 국내는 물론 필리핀, 괌, 아랍에미리트 등 해외 무대도 주름잡았다. 데뷔 후 2017년까지 9전을 치러 딱 1번만 패했다. 6번 이겼고 2번은 무효경기가 됐다.
홍성찬은 2017년 TFC 경기를 끝으로 종합격투기를 떠났다. 나이 서른을 바라보면서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선수로서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렸지만 생활이 나아지지 않았다. 무릎 등 반복되는 부상도 그의 의욕을 꺾었다.
“그때 엄청나게 고민을 많이 했죠. 계속 운동을 하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어요. 부상을 당하면 다른 부업도 할 수 없다 보니 생활이 어려웠죠. 그래서 고민 끝에 운동을 그만두자고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게 피자가게였다. 정말 피자를 좋아하긴 했나 보다. 홍성찬은 주방에서 열심히 피자를 만들었다. 선수 시절만큼 노력하면 잘 될 줄 알았다. 세상 일이 쉬운 건 하나도 없었다. 결정적으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많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시련을 겪었다. 홍성찬도 마찬가지였다. 눈물을 뒤로하고 자식 같았던 피자가게를 접어야 했다.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떠밀려서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아는 형이랑 체육관을 준비하다 다시 운동하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레 들었다. 고향과도 같은 코리안탑팀으로 돌아왔다.
2021년 4년 만에 케이지로 컴백한 홍성찬은 더 강해졌다. 복귀 후 3연승을 질주했다. 실력은 녹슬지 않았다. 거친 사회의 맛을 본 뒤 멘탈은 더 성숙해졌다. 스포츠에서 승리는 또 다른 기회를 낳는다. UFC라는 기회가 그의 앞에 놓였다. 거절할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운동을 오래 하다 보니 이런 좋은 기회도 오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상대 선수가 UFC 경험도 있고, 만만치 않다는 생각은 들어요. 내가 방심하고 그럴 상대는 절대 아닙니다. 단단히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그렇다고 자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의욕은 하늘을 찌른다. 홍성찬은 “목표는 무조건 우승입니다. 우승해서 계약서를 따내고 싶어요”라며 “그전에는 레슬러 이미지가 강했다면 이번에는 진짜 싸움을 걸어볼 생각입니다. 팬들에게 재밌는 경기를 하는 선수라는 것을 보여주겠습니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홍성찬은 필자에게 조심스럽게 다시 입을 열었다. 진짜 바람을 털어놓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UFC에서 성공해서 돈을 많이 벌면 다시 피자가게를 열고 싶어요. 그래서 이번 로드 투 UFC가 저에게는 더 간절하고 소중한 기회입니다”
이데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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