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키움號]①“주가 조작 연루설에 브랜드 타격 불가피”…실적 부진에 ‘설상가상’

박소연 2023. 5. 12.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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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금융시장 불안에 키움인베스트먼트·키움PE 실적 악화
기관 투자자 “SG사태로 키움 브랜드 흔들‥PE·VC 정성평가에 악재”
김익래 전 회장 장남 김동준 대표 위기관리·경영능력 시험대에

편집자주 -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의 사퇴에도 키움증권·키움자산운용·키움인베스트먼트·키움프라이빗에쿼티 등 금융 계열사의 신사업 확장 로드맵에 변수가 생겼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의 배후로 지목된 라덕연 호안 대표가 구속되는 등 연일 수사 강도가 높아지고 여론도 나빠지면서 키움증권 관련 논란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증시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유동성 불안에 대응할 신사업 구상에 한창이던 다우키움그룹이 오너리스크에 휘청이고 있다.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에서 최근 발생한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와 관련해 기자회견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준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키움인베스트먼트와 키움프라이빗에쿼티(PE)도 오너리스크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PE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 관련 리스크는 펀드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며 "투자자들이 많이 불안해하며 이탈할 수 있고 자금 모집에도 마이너스 요인"이라고 말했다.

공제회 등 기관 투자자 우려의 시선

오너가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A공제회 고위 관계자는 "김동준씨가 아버지인 김익래 전 회장의 매도 건에 얼마나 관여했느냐가 관건"이라며 "PE나 벤처캐피탈(VC) 쪽으로도 영향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B공제회 고위 관계자는 "키움 브랜드 전체가 영향을 받을 것 같다"며 "개인 투자자들은 이런 리스크를 오래 생각하진 않겠지만 PE나 VC는 투자자들이 대부분 기관 투자자일 텐데 (주요 주주의 법률적 리스크는) 정성평가 대상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돌발적인 '펀드런(fund run)'이 생기지는 않겠지만 투자 유치나 이런 부분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언급했다.

키움인베스트먼트·키움PE, 지난해 동반 부진

고금리 부담과 금융시장 불안이 이어지면서 키움인베스트먼트와 키움PE는 지난해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시장 분위기가 쉽게 반전되지 않는 상황에서 김 전 회장이 검찰과 금융당국의 수사선상에 오르자 김 대표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키움PE는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고, 키움인베스트먼트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0% 감소했다.

키움PE는 지난해 영업손실 127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 설립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지난해 대규모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투자 손실이다. 키움PE가 지난해 말 기준 결성한 사모펀드는 총 13개다. 이 가운데 10개에서 지분법손실이 발생했다. 지분법손실 합계 금액만 120억원에 이른다.

키움PE는 설립 첫해인 2017년 37억원, 이듬해 2018년 2700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후 2019년 영업손실 25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에는 흑자전환하며 영업이익 100억원을 돌파했고, 2021년에는 200억원을 넘어섰다.

키움인베스트먼트도 지난해 영업이익 25억원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키움인베스트먼트는 김 대표가 취임한 2018년 영업이익 63억원을 기록한 후 2019년 82억원, 2020년 96억원, 2021년 11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부진한 시장 상황과 맞물려 영업이익이 4분의 1토막이 났다.

다우데이타 블록딜도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

지분 승계 완료로 사실상 새 오너가 된 1984년생 김동준 대표에 대한 경영능력은 아직 검증이 덜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룹 내에서 장악력이나 실적 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유동성이 넘치는 틈을 타 2021년 10월, 2022년 12월에 모집한 펀드 투자 성과가 명확해져야 김 대표의 입지 역시 더 단단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2018년 그룹 벤처캐피탈인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를 맡으면서 투자 업무를 시작했다. 재작년 초 키움PE 공동대표를 겸직했고, 같은 해 6월엔 윤승용 전 키움PE 대표가 사임하면서 단독 대표가 됐다. 김 대표의 두 계열사 겸직은 다우키움그룹 경영권 승계와 맞물려 관심을 받아왔다. SG증권 사태의 시발점이 된 다우데이타 주가 급락은 크게 보면 김익래 전 회장이 김동준 사장에게 그룹 경영권을 넘겨주는 과정에서 불거진 일이다.

이번 사태가 김 대표의 위기대응·경영능력에 대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VC업계에 정통한 대형 금융회사 관계자는 "김동준 대표는 겸손하고 일도 열심히 잘하는 괜찮은 친구"라고 평가했다. 키움그룹 한 관계자는 "김 대표는 직원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잘 챙겨서 내부 평판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경제는 김동준 대표에게 다우키움그룹의 위기대응 방안 등을 묻기 위해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답이 없었다.

※이번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로 자본시장 질서에 경종이 울리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가 진상파악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투자피해 사례와 함께 라덕연 측의 주가조작 및 자산은닉 정황, 다우데이터·서울가스 대주주의 대량매도 관련 내막 등 어떤 내용의 제보든 환영합니다(jebo1@asiae.co.kr). 아시아경제는 투명한 자본시장 질서 확립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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