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선수·팬’으로 뭉친 제주, 2월의 다짐 지키러 간다
김우중 2023. 5. 12. 07:01
프로축구 K리그1 제주 유나이티드의 기세가 무섭다. 최근 한달간 치른 8경기에서 7승을 쓸어 담았다. 개막 첫 5경기 2무 3패에 그치며 하위권을 전전한 팀의 믿을 수 없는 반전이다.
지난 2월 열린 K리그 동계 전지훈련 미디어데이. 남기일(49) 제주 감독과 구자철(34)은 '현대가(울산 현대·전북 현대) 양강 구도를 깨겠다'고 다짐했다. 구상은 단번에 어그러졌다. 주장 최영준(32)이 쓰러진 데 이어 이창민(29) 등 주축 선수의 부상 릴레이가 이어졌다. 동계 훈련에서 구상한 계획이 깨지자, 갈피를 잡지 못했다. 결과는 개막 5경기 2무 3패. 하위권에 머물며 순위 경쟁에서 밀려나는 듯 보였다.
반전은 선수단에서부터 나왔다. 제주의 주장단(주장 최영준과 부주장 구자철·정운·김오규·안현범·김동준 등 5명)이 먼저 나섰다. 제주 관계자에 따르면 시즌 초 주장단이 선수들을 모아 끊임없이 회의하고 타개책을 찾기 위해 분전했다. 남기일 감독 역시 주장단과 소통하며 함께 위기 극복에 매진했다. 이어 관계자는 "남기일 감독은 선수들이 서로 간 믿음으로 잘 뭉친 모습을 보고 매우 흡족한 상태다"라고 귀띔했다.
결과는 차차 나타났다. 제주는 최근 한 달간 치른 리그 7경기에서 6승을 쓸어 담았다. FA컵 일정까지 포함하면 8경기 7승이다. 한 때 10위까지 내려앉은 순위는 11일 기준 5위까지 올랐다. 지난 10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12라운드 홈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하며 리그 4연승을 달렸다. K리그 9년차 남기일 감독이 1부 리그에서 4연승을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주목할 건 선수단 성적뿐만 아니다. 10일 인천전에선 주중 저녁 경기임에도 4124명의 팬이 집결했다. 지난달 23일 전북 현대전에선 2018년 유료 관중 집계 이후 처음으로 1만 관중(1만41명)을 돌파했다. 올 시즌 평균 관중은 7001명, 이미 지난해(3152명)의 2배를 넘었다.
제주 관계자는 먼저 “제주도에서 말도 안 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웃은 뒤 “시즌을 준비하며 모든 직원이 발품을 팔았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단체·기관과 협력하며 노력했고, 또 새로운 만남으로 이어지며 네트워크를 넓혔다”고 설명했다. 관중들을 위한 셔틀버스 운행도 있었다. 관계자는 “관중들이 편하게 경기장을 찾아올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며 “30명 이상 모이면 셔틀버스를 제공해 입출입을 도왔다. 단체 관람이 확실히 늘었다”고 덧붙였다.
제주는 14일 수원FC(6위)와 20일 FC서울(2위)을 연이어 상대하는 원정 2연전에 나선다.
김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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