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G8외교전’ 총력…日, ‘아시아 유일 G7’ 특권 내려놓나
한일관계 해빙으로 청신호
'亞 유일 G7' 특권적 위상 日, 설득이 관건
한일 셔틀외교 복원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G8(주요 8개국) 국가’ 진입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선진국 모임인 G7(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 확대 재편은 2020년 문재인 정권 당시 시도됐지만, 일본의 노골적인 훼방과 유럽 가입국들의 호응 부족으로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올 3월과 5월 한일회담으로 한일 관계가 해빙 무드로 접어들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G7 회원국인 일본의 적극적인 지지 하에, 다른 가입국들이 반대하지 않으면 G8 체제 구축이 어렵지 않아졌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G8 외교' 드라이브…한일관계 해빙 무드로 청신호
12일 외교가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사실상의 ‘강대국’ 모임인 G7 진입을 위해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10일 G7 주한대사 초청 만찬 모임을 가졌다. 외교당국자들도 여러 채널을 통해 G7국가 인사들을 만나 한국의 G8 입성을 타진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글로벌 중추 국가’ 현실화를 위해서도 선진국 클럽인 G7 가입은 긴요하다. 윤 대통령이 오는 19일 초청국 자격으로 참여하는 히로시마 G7회의가 G8 입성 여부를 가를 분기점이다. 회원국 가입은 만장일치로 결정된다.
한국의 G8 진입 가능성이 언급된 것은 윤석열 정부가 처음이 아니다. 2020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G7을 확장하자며 우리를 포함한 호주, 인도를 G7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는 아베 정권 하로 한일관계가 극도의 냉각기를 맞았던 때였다. 모테기 일본 외무상은 “북한과 중국을 다루는 데 있어 (한국은) G7가 입장을 공유하지 않는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여기에 독일까지 보조를 맞춰 미온적인 목소리를 냈다. 이 외에 G7 가입국으로서 특권적 지위를 포기할 유인이 약한 다른 국가들(캐나다·이탈리아·프랑스)까지 소극적으로 반응하면서 G8체제는 만들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한일 관계가 전환점을 돌았고,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이 가세한데다 북·중·러와 G7국간의 가치대결이 첨예해지면서 G8 확대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한국도 더 이상 ‘줄타기’나 ‘양다리’를 걸치는 외교가 아니라 글로벌 거버넌스에 적극 참여하는 중추국가로서 국제협의체에 참여해 위상을 확립해야 한다는 논리다.
'아시아 유일 G7' 특권적 지위 내려놓나..日 설득이 관건
전문가들은 G7회원국인 일본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봤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일본이 아시아 유일의 G7 국가로서 특권을 의식할 수도 있지만, 한국과 가치동맹이 된다면 G7내에서 공동비전을 가진 한국 진입을 긍정적으로 볼수도 있는 역발상이 가능한 시기다”라고 봤다. 신 전 대사는 “한국의 경제력이 이미 G10내에 들어가고 제조업 기준에서 G5에 포함된다. G7이 한국을 연속적으로 초대하는 것도 강화된 위상을 의식한 것이라고 볼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본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G7국가’로서의 상징성과 발언권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한국 입성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은 역사적으로 ‘탈아입구’(脫亞入歐·아시아를 벗어나 서구로 나아가자)를 지향하면서도 ‘아시아의 맹주’로서 정체성이 상당히 강하다”면서 “G7 가입국으로서의 자부심이 커 쉽게 회원국으로서 자격을 한국에 내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실제 일본은 G7 가입을 통해 글로벌 행위자이자 선진국으로 급부상했다. 1975년 프랑스 랑부예의 G5 정상에 초청된 것이 기점이었다. 이전까지 일본은 전범국가, 패전국가, 원폭투하의 피해자로서 ‘국제적인 존경’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G7 가입 이후 적극적으로 국제적 공헌에 나섰다. 그리고 서방세계의 중심으로 도약했다.
더이상 '전략적 모호성' 줄타기 외교 안돼..국제협의체 가입으로 국격 올려야
이 때문에 G7 가입에 대한 일본 지지를 조건으로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도와주고, 부산엑스포 공식 지지선언까지 얻어내 양국 관계를 획기적으로 도약시켜야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올해 1월 우리나라가 최초로 나토정상회의에 초청된 것도 긍정적인 신호다. 미국과의 동맹에서 안주하기보다 선진국 사회의 규범과 가치, 평판을 체화하고 축적하는 단계가 선진국 진입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다.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문제 해결을 위해서 우회로가 모색돼야 한다는 것이다. 쿼드(Quad·미국·인도·일본·호주 등 4개국 참여 비공식 안보회의체)나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도 마찬가지다.
한편 G7은 1973년 제1차 오일쇼크(석유위기) 대책 마련을 위해 미국, 영국, 프랑스, 서독, 일본 등 5개국 재무장관이 모여 G5로 시작했다. 1975년 2차 오일쇼크를 거치면서 정상회의로 승격됐다. 이탈리아와 캐나다가 합류, G7 체제가 굳어졌다. 초기에는 경제 문제에 초점을 두었으나 1980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소련군에 철수를 요구하는 등 정치와 외교 분야까지 확대됐다. 1991년 구소련이 준회원격으로 참여하고, 1997년 러시아가 G7 정상회의에 정식 참여하면서 G8로 확대된 적도 있다. 하지만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을 계기로 러시아는 다시 빠졌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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