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당규'에 '당무감사'까지…공천 앞둔 '친명·비명' 갈등 우려 고조
'권리당원 비중' 개정 無…"현역에 유리할 것"
4년 만의 당무감사서도 "특별한 변화 없을 것"
전망…개딸들 "친명에 불리" 반발 조짐 보여
더불어민주당이 공천룰을 정비하고 4년 만의 당무감사에 돌입하며 내년 총선 준비에 착수했다. 공천에 대한 기준을 미리 세워 총선에서의 잡음을 최소화하자는 의도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이번 당규 제정과 감사 과정에서 강성 당원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은 것이 친명계와 강성 지지층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향후 공천권을 둘러싼 당내 계파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11일 민주당은 이날부터 21일까지 10일간 전국 17개 시·도당과 253곳 지역위원회 중 사고지역과 사퇴지역을 제외한 245개 지역위원회를 대상으로 정기 조직감사(당무감사)를 실시한다. 당무감사는 당직자들이 대상으로 선정된 지역들을 찾아 당원명부·회의록 등 시도당과 지역위원회의 관리·운영상황을 살피고, 지역 사회의 여론을 점검하는 과정이다. 정성·정량평가로 진행되는 당무감사 결과를 토대로 당은 지역위원장을 평가하게 된다.
이번 당무감사가 갖는 의미는 어느 때보다 각별하다. 당헌·당규상 민주당은 연 1회 당무감사를 실시하는 게 원칙이지만 그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나 각종 선거 일정 등으로 2019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당무감사를 재개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21년에는 원외 지역위를 대상으로만 감사를 진행했다. 특히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이번 감사가 시행되는 만큼 그 결과가 추후 공천 과정에서 기초 자료로 쓰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감사 대상으로 선정된 현역 의원이나 원외 지역위원장 등의 긴장감은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당무감사는 지난 4년 동안 혹시 모를 지역 공백을 최소화하고 차기 공천 후보자로 적합한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며 "4년 만에 재개되는 것이라 해도 각 의원들이 지역구 활동에 열성을 다했던 만큼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8일 내년 총선 공천 룰을 담은 특별당규 제정안을 확정했다. 이번 안은 국민 50 대 당원 50의 국민참여경선 원칙의 시스템 공천 기조를 유지한 게 골자다. 정치권과 당내 일각에선 기존의 시스템 공천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확정된 '국민 50 대 당원 50'의 경선이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친명(친이재명)계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들은 줄곧 당원의 현역 평가 확대와 경선 권리당원 투표 비율 확대 등을 주장해왔다. 강성 당원들은 이번 특별당규 제정 투표가 이뤄지는 3~4일 간 조직적으로 당규 개정안 통과를 저지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해당 기간 이 대표 지지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재명이네 마을'에는 이번 '특별당규 개정안 반대'를 인증하는 글을 대거 올라오기도 했다. 그 결과 특별당규 제정안 투표에 참석한 권리당원 총 26만9994명 중 반대표를 던진 이가 10만3718명(38%)에 달하기도 했다.
당내 이목이 쏠리는 지점은 친명계 의원들이 강성 당원을 지지하고 나선 점이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지난 1일 '재명이네 마을'에 "권리당원 여러분 힘내시라. 바로 민주당의 주인인 권리당원"는 글을 올려 강성지지층의 부결 움직임을 부추기는 듯한 글을 올린 바 있다.
또 박 최고위원은 댓글에서 한 당원이 '투표에 반대할 거지만 어차피 통과될 것 같아 무기력하다'고 쓰자, "지금은 의원과 마찰이 있지만 결국엔 당원이 대세다. 지금의 저항과 마찰은 이겨내야 한다"는 답글을 남기기도 했다. 역시 강경파로 분류되는 현근택 변호사도 페이스북에 "현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특별당규"라는 평가를 남기기도 했다.
친명계와 강성 당원들이 권리당원 평가 확대를 주장하는 이유는 차기 공천에서 '친명계'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들은 특별당규를 가리켜 "'수박(비명계를 지칭하는 은어)'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특별당규가 비명계 현역 의원에게 유리하단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들은 지금까지도 "특별당규 개정안을 재수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당원 10%가 개정안을 발의하면 특별당규를 고칠 수 있다"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기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친명계와 강성 당원들의 우려와 맞닿아있다. 최근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김남국 의원 코인 보유 의혹' 등 민주당 내에서 논란으로 떠오른 사건들은 하나같이 친명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반면, 비명계는 특별히 연루된 지점이 없다. 당무감사에서 비명계 의원들 지역구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미 비명계인 박광온 원내대표가 신임 원내 사령탑으로 선출되는 과정에서 과반이 넘는 의원들이 이 대표에게 등을 돌렸다는 결과가 나온 만큼 강성 당원들은 현재 원내에서 과반이 넘는 의원들을 비명으로 간주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사법 리스크'가 여전하고 체포동의안 재상정시 이탈표 가능성도 고려해야 하는 이 대표가 이번 당무감사를 통해 지역위원장 교체라는 무리수를 둘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당내 중론이다.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현역 의원들의 내년 총선 재공천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다. 특별당규가 확정된 상황에서 당무감사도 특별한 변화 없이 끝날 경우 강성 당원들의 주장대로 비명계 현역에게 유리한 구도가 형성된다. 이 경우, 비명계 현역 의원들과 이들의 지역구를 노리는 당내의 비례대표 및 원외 친명계 인사들 사이의 긴장감이 높아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황현선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은 "내년 총선의 공천전략인 특별당규는 현역의원에게 불리한 당규였다면 진통과 토론이 불가피 했을 것"이라며 "당의 기득권을 갖고 있는 중앙위원회조차 토론 없이 온라인투표로만 진행된 것도 아쉽다. 논쟁을 허용하지도, 의견을 수렴하지도 않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이번 당무감사에서 권리당원 여론조사를 반영하지 않겠단 걸 보면 권리당원 비중을 높이려던 당원들 사이에서 반발이 있을 것"이라며 "총선은 물론 공천까지도 시간이 있어 무슨 일이 일어날진 모르겠지만 치열한 경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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