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 이어 ‘택배기사’까지..디스토피아 콘텐츠가 뜬다

김혜선 2023. 5. 12.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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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택배기사' '방과 후 전쟁활동' '정이' 포스터.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K콘텐츠가 떠오르고 있다. 올해 공개된 콘텐츠 중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정이’와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방과 후 전쟁활동’이 대표적인 예다. 여기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택배기사’가 12일 공개되며 합류한다. 이들 작품의 공통점은 모두 암울한 미래를 그린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다.

디스토피아는 이상적인 세상을 뜻하는 ‘유토피아’의 반대말로, 이상적이지 않은 불완전한 세상을 그린다. 환경파괴로 도저히 살 수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거나, 극단적인 정치 세력으로 통제된 삶을 살아가는 등 극한의 상황 속에 놓인 인간 이야기를 전개해가는 것이 특징이다. 고전 소설 중에서는 지난 1949년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이 쓴 ‘1984’가 대표적인 디스토피아 작품으로, 극단적 정치 상황 속 인간을 묘사했다.
영화 '정이' 프로덕션 스틸. (사진=넷플릭스 제공)

올해 공개된 콘텐츠 중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정이’가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지구가 멸망하고 인간은 ‘쉘터’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배경으로 설정했다. 영화 속에서 유능한 용병인 정이(김현주)를 인공지능으로 개발하고 군사력으로 활용하려는 거대 군수기업이 등장한다. 거대 기업의 이윤 추구 속에 한 가정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훼손당하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정이’는 지난 1월 말 공개 이후 사흘 간 넷플릭스 영화 부문 세계 1위를 한 만큼 관심을 받았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방과 후 전쟁활동’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방과 후 전쟁활동’은 완전한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미지의 외계 생물 ‘구체’에 대항하는 고등학생들의 이야기가 촘촘하게 담기면서 현실이 녹아든 절망적인 상황을 그렸다. 보호받아야 할 청소년들이지만 학교와 군대라는 기성세대의 시스템을 통해 전쟁터로 내몰리는 모습이 그려졌다. ‘방과 후 전쟁활동’은 지난달 공개된 첫 주에 유료가입 기여자수 역대 1위를 찍고, 그 다음주에도 유료가입 기여자수 1위를 유지하는 등 좋은 성적을 보였다.
드라마 '택배기사' 스틸컷. 황폐해진 서울 속 롯데타워로 보이는 건물이 서 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되는 ‘택배기사’ 역시 팬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택배기사’는 혜성 충돌 후 인류의 1%만 살아남은 황폐한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택배기사’는 인간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공기’를 독점하는 기업이 있고, 인간은 철저히 계급으로 나눠진 사회 속에서 비참하게 살아가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인류는 외부활동을 하지 못하고 필요한 물자를 택배기사를 통해 얻어야 한다. 김우빈이 전설의 택배기사 5-8이자 오염된 세상에서 모두의 희망이 될 블랙 나이트로 활약할 예정이다.

디스토피아 콘텐츠의 매력은 단순한 공포나 스릴러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연계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디스토피아 세계관 속 매력적인 캐릭터들은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이다. 영웅적으로 묘사되는 이 캐릭터들은 어둡고 음울한 미래 속에서 ‘희망’을 이야기한다.

‘정이’는 기업의 이윤 추구 속에 인간의 존엄이 훼손되지만 결국 가족애로 이를 극복해가는 메시지를 담았다. ‘방과 후 전쟁활동’은 입시 경쟁으로 끊임없이 친구를 밟고 올라서야 하는 한국 고등학생들이 아이러니하게도 ‘구체’와의 전쟁에서 비로소 연대와 협력을 배워나간다. ‘택배기사’ 역시 생존에 필수적인 자원을 특정 기업이 독점할 때 벌어지는 잔혹한 현실 속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한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디스토피아 콘텐츠는 두 가지 관점에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끈다”며 “하나는 사회 비판적 요소를 ‘망가진 미래 세계’에 투영시켜 보여주고, 그것을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짚었다.

이어 “또 다른 한가지는 디스토피아 세계에서는 모든 사람이 공평하다. 빈부격차 등 사회의 차별적 구조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지만 망가진 세계에서 선 인간의 모습을 보고 싶은 욕망이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시각효과(VFX) 기술이 크게 발전한 것도 디스토피아 콘텐츠 인기에 도움이 됐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더 현실적인 미래 세계를 그려낼 수 있게 되면서 상상속에 있던 거대한 스케일과 독보적인 세계관을 화면으로 옮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정덕현 평론가는 “한국 콘텐츠가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다루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OTT가 경쟁적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데 뛰어들면서 제작비가 많이 드는 VFX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된 것도 최근 디스토피아 콘텐츠 붐에 기여했다고 본다”며 “새롭게 열린 세계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집중하는 면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혜선 기자 hyese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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