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스물’ 5·18 겪은 이형석 “악의적 폄훼·왜곡 엄단 필요” [쿡 인터뷰] 

황인성 2023. 5. 1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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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5·18 폄훼 발언, 尹 가장 큰 탓”
“기념식 참석했으나 5·18 ‘헌법 수록’ 발언 없어…尹 진정성 의심돼”
“전광훈 ‘北 개입 주장’, 5·18 왜곡 처벌법 첫 사례 될 것”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실에서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쿠키뉴스와 인터뷰 중인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박효상 기자 

5·18은 역사적으로나 법적으로 이미 정의가 끝난 사건이지만, 4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왜곡과 폄훼는 계속되고 있다. 또한 책임자들의 사과와 반성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광주 학살의 최종 책임자인 전두환 전 대통령은 죽었고, 당시 진압을 지휘했던 수뇌부들은 아직도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18 기념식을 직접 찾아 5월 정신을 강조하고, 대선 후보 시절에는 5·18 정신을 헌법에 수록하겠다는 공약을 냈음에도 일부 보수 정치인은 공공연하게 5·18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일부 극단 세력은 ‘5·18 북한군 개입설’ 등을 주장하면서 여전히 모독을 일삼고 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3월 전광훈 목사가 주관한 예배에 참석해 ‘5·18 정신의 헌법 수록을 반대한다’고 언급했다. ‘표 얻으려면 조상 묘도 판다는 게 정치인’이란 발언으로 그간 윤 대통령이 강조해온 5·18 존중을 걷어차 버렸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10일 윤리위에서 1년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았으나 5·18이 왜곡되고 헐뜯긴 현실에 광주시민의 마음은 여전히 아프다.

오는 18일 5·18 민주화 운동 43주년 기념식에 앞서 지난 10일 5·18 민주화 운동의 산증인이자 주요 항쟁지인 전남대 일대를 지역구로 둔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국회 의원실에서 만났다. 

이 의원은 21대 국회 개원과 함께 숙원 과제인 5·18 왜곡처벌법(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인물이다. 당 최고위원과 5·18 40주년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지금도 5·18과 관련해서라면 두 발 벗고 나서는 열정맨이다.

특히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때 그는 막 대학에 진학한 신입생이었다. 청운의 꿈을 품고 공부에 매진해야 할 시기였지만 민주화를 갈망하는 시대적인 흐름 속에 함께했다. 어느새 그의 삶 한편에 자리 잡은 5·18은 더 이상 떼려야 뗄 수 없는지도 모른다. 5·18과 관련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 

-5·18 민주화운동 43주년을 맞는다. 5·18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5·18 당시 막 대학교에 입학한 신입생이었다. 당시에는 1980년 5월 광주가 우리나라 민주화 역사의 큰 분기점이 될 줄은 몰랐다. 회상해 보면, 영화 ‘택시 운전사’에 묘사된 것처럼 계엄군의 잔혹한 행태에 광주시민들이 격분했던 게 기억난다. 역사를 지나오면서 5·18이 4·19 혁명과 함께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이룩한 역사의 큰 사건이란 것을 느낄 수 있고, 지금의 민주주의가 성숙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자양분이 됐다고 본다. 아직도 그 당시를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21대 국회 개원과 함께 5·18 왜곡 처벌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유는
▷5·18은 역사적으로나 법률적으로 이미 정의가 끝났다. 그럼에도 폄훼·훼손하는 세력이 잔존하고 있다. 지만원을 시작해 최근엔 전광훈 목사까지 5·18 북한군 개입을 주장하고 있다. 과거부터 5·18 왜곡에 대한 처벌 요구가 많았지만 실패하다 21대에서는 다수 의석을 확보해 통과될 수 있었다. 

-5·18 왜곡 처벌법 주요 내용은
▷5·18을 폄훼·훼손하는 이들을 형사 처벌하는 법적 토대를 만들었다는 게 핵심이다. 5.18에 대해 허위 사실을 유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했다. 또 기존의 5.18 특별법이 ‘1980년 5월 18일을 전후해’라고 표현했는데 기간을 확장했다. 5·18은 단순히 딱 1980년 5월 18일에 발생한 게 아니다.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 쿠데타부터 1980년 5월 18일을 전후해 일어난 사건이기에 이를 반영했다. 반인도적 범죄를 추가했고, 시효도 없앴다. 암매장, 성폭행 등 5·18 진상들이 하나하나씩 밝혀지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처벌이 가능해진 것이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도 있던데
▷21대 국회 개원과 거의 동시에 5·18 왜곡 처벌법 관련 첫 공청회를 열었다. 당시도 ‘표현의 자유’ 침해 주장이 있었다. 충분히 보완·입법했다. ‘예술‧학문, 연구‧학설, 시사 사건이나 역사의 진행 과정에 관한 보도, 기타 이와 유사한 목적에 기여하는 경우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또 우리 헌법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타인의 명예나 권리, 사회윤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기본권 침해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서 참배하는 이형석 의원.   의원실 제공

-정치권에서 최근 5·18 폄훼 발언이 나왔다. 이에 대한 입장은
▷여당 최고위원의 입에서 5·18 가치를 훼손하는 발언이 나온 건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5·18 기념식에 참석해 5월 정신을 강조했지만, 그 이상은 없었다. 5·18의 헌법 수록 발언이 나오길 언론과 많은 광주시민이 기대했는데 결국 나오지 않았다. 여당 당론으로 정하든 명확하게 헌법 수록을 다시금 약속했다면 당 최고위원이 5·18 폄훼 발언을 했겠는가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 임명을 반대했다. 배경은
▷김 위원장은 5·18 왜곡 발언한 인물이다. 이런 사람을 국가 기관의 장에 임명했다는 점에서 5·18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국감과 현안 질의에서 김 위원장에게 5.18의 북한군 개입에 대한 의견을 물었지만, 그는 학문적인 입장이라고만 둘러댈 뿐 사과하거나 정정하지 않았다. 결국 인사 실책이자 윤 대통령의 진정성 없음을 인정한 꼴이다.

-전광훈 목사가 최근 5·18 북한 개입설을 주장했다. 알고 있나
▷알고 있다. 5·18 왜곡 처벌법의 첫 적용 사례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전광훈 목사가 광주역 광장에서 “5·18은 북한 폭동”이라고 주장했다. 5·18기념재단과 5월 단체들이 고발해 현재 광주 북부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다. 수사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전광훈 목사의 5·18 북한 폭동 발언 수사는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광주를 방문한 이들이 5·18을 제대로 알기 위해 방문할 만한 곳을 추전한다면
▷광주 도심 곳곳이 5·18 항쟁지자 역사다. 그래도 꼭 추천한다면 전남대 정문과 ‘전일빌딩245’를 추천한다. 개인적인 인연도 있어서 더 그렇지만 전남대 정문은 반드시 한 번은 들려봤으면 한다. 정문 앞에 1980년 당시 투석전이 벌어졌던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그 문 앞을 걸으면서 과거 당시를 회상해 보길 추천한다. (구)전남도청 앞 ‘전일빌딩245’도 추천한다. 245발의 총탄 자국이 남겨져 있는데 헬기에서 쏜 총탄 자국이 남겨져 있다. 헬기 사격까지 이루어졌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5·18의 역사적인 장소다.

-끝으로 이형석 의원에게 정치란
▷‘운명’이라고 말하고 싶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비슷한데 처음부터 정치에 뜻이 있었던 게 아니다. 은행원 출신으로 자행 출신 행장이 되겠다는 나름의 야심을 가졌는데 노조위원장을 하면서 본의 아니게 정치의 영역에 들어왔다. 이것도 내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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