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석 소피아그린CC 상임감사 "읽는 골프도 매력있죠"
전국 발품 팔아 ‘골프장 이야기’ 3권 출간
클럽하우스에 도서관 오픈 "감성 나누기"
평생 골프 클럽을 잡아보지 않았다. 하지만 골프의 매력에 푹 빠진 ‘골퍼’가 있다. 바로 한상석 소피아그린CC 상임감사다. 한 감사는 12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골프에는 하는 골프, 보는 골프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읽는 골프도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읽는 골프를 알게 되면 그 매력에 빠져나올 수 없다"며 "저도 골프를 정말 사랑하는 골프인"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한 감사는 전남대 철학과를 나왔다. 골프와는 거리가 멀었다. 환경운동과 교육계에서 오랜 시간 일했다. 한 감사는 1980년 5.18민주화운동으로 고초를 겪었다. 영광원전대책위원장, 광주경실련집행위원장, 한솔공영 사장, 광주비엔날레사업추진위원장, 5·18민중항쟁 서울기념사업회장, 경기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 상임대표, 교육부 어깨동무학교사업 PM 등을 역임했다.
골프에 대해선 부정적인 생각이 많았다. 한 감사는 "저는 골프를 반대했던 사람"이라면서 "골프장은 생태계를 훼손하고, 농약을 많이 쓰는 곳이란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한 감사는 지난해 3월 소피아그린CC에 ‘취업’했다. 면접을 볼 때 ‘골프를 하지 않으면서 골프장을 경영을 할 수 있겠습니까’라는 질문도 받았다. 그는 "골프를 하진 않지만 골프에 대한 사랑과 소신을 전달했다"며 "그 점을 좋게 평가해 골프장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소피아그린CC는 경기도 여주의 명산인 오갑산 자락에 자리 잡은 27홀 대중형 골프장이다. 더케이 교직원공제회가 100% 출자한 곳이다. 무엇보다 친환경골프장으로 유명하다. 맹독성 농약은 사용하지 않고, 잔디 찌꺼기도 폐기물 처리 지침을 철저하고 지키고 있다. 한 감사는 "골프장 부지는 예전에 흑염소 목장이 있었던 곳이다. 지난 21년 동안 자연훼손을 최소화하고 재자연화가 됐다"면서 "골프장을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고, 인원도 고용하는 등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골프장 경영은 ESG로 가야 한다"며 "환경, 공익, 투명한 경영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감사는 책 사랑이 남다르다. 1995년 ‘영광원전의 재인식’ 1~2권을 출간했다. 2016년부터 2022년까진 ‘길 찾기’ 1~5권을 내놓았다. 소피아그린CC 상임감사로 부임한 이후 골프에 푹 빠져서 살았다. 직무에 대한 역할을 다하기 위해 1년여 만에 ‘골프장 이야기’ 3권을 펴냈다. 1~2권은 입문서, 3권은 심화서다. 골프의 역사와 정책, 산업, 장비 등 풍성한 지식으로 가득 채웠다.
골프 서적을 만든 과정이 흥미롭다. 대형서점은 물론 중고책방까지 다니면서 골프책을 수집했다. 제주도에 가서 골프책 3권을 구해오기도 했다. 약 480권이란 큰 자산을 모았다. 한 감사는 "골프 관련 서적을 구하는 것이 어려웠다"며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었다면 책을 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저는 일을 시작하면 제대로 본질을 찾는 스타일"이라면서 "주제를 잡으면 끝까지 결과를 보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한 감사는 라운드를 즐기는 골퍼들도 ‘읽는 골퍼’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읽는 골프는 또 다른 맛이 있다. 희로애락이 있다"며 "수많은 골프 관련 책을 보면 골퍼들이 라운드를 마쳤을 때 느끼는 감정이 그대로 느껴진다"고 전했다. 한 감사가 골퍼들에게 강조하는 문구가 있다. ‘허심적타(虛心適打)’다. 마음을 비우면 이뤄진다는 뜻이다. 골프에 적용한다면 마음을 비워야 원하는 샷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한 감사는 "골프는 푸른 초원에서 잔디를 밟으며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즐거운 운동"이라면서 "스코어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동반자와 즐기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감사는 골프에 매력에 푹 빠져있다. 그는 "골프는 재밌다. 골프의 묘미는 심판이 없는 스포츠"라면서 "스스로 규칙과 에티켓을 엄격하게 지켜가는 신사의 운동"이라고 평가했다. 실수를 통해 배울 수도 있고,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자신에겐 엄격하게 룰을 적용하고, 동반자에겐 배려하는 것도 멋있다"며 "골프에는 우리가 배워야 하는 인생이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소피아그린CC의 어원은 그리스어다. 소피아는 ‘지혜’를 의미한다. ‘땅’을 뜻하는 그린과 합쳐져 ‘지혜의 땅’이 된다. 한 감사의 꿈은 지혜를 이웃들과 나누는 것이다. 골프장 클럽하우스 내에 작은 골프 도서관인 ‘풀빛알천지’를 만든 이유다. 골프 레슨서, 골프 에세이, 골프 소설 등 분야도 다양하다. 한 감사는 "국내 어디를 가도 이렇게 많은 골프 서적이 있는 곳은 없다"면서 "누구든지 와서 책을 보면 된다"고 자랑했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새로운 책이 나오면 채워 넣을 생각이다. 올해 목표는 500권 돌파다. 그는 "국내 골프장에도 이런 도서관이 많았으면 좋겠다"며 "아마추어 골퍼들도 동영상만 보지 말고 책을 읽는 감성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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