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AtoZ]‘전세사기 사각지대’ 근생빌라, 위험한 이유는?

류태민 2023. 5. 1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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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를 신고했더니 '근생빌라'라면서 구제 대상이 아니라고 합니다. 임대차 계약 당시 등기부등본 떼보고 아무런 이상이 없어서 계약했는데, 이제 와서 불법건축물이라고 하니 너무 당황스럽네요."

이후 취사 시설을 설치해 주택으로 개조하기 때문에 겉보기에는 일반주택과 모양새가 비슷해 근생빌라가 불법건축물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매매하는 이들이 많다.

정부는 앞서 전세사기 피해자가 주택을 낙찰받을 경우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근생빌라와 같은 불법건축물의 경우 지원 대상에서 제외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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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를 신고했더니 ‘근생빌라’라면서 구제 대상이 아니라고 합니다. 임대차 계약 당시 등기부등본 떼보고 아무런 이상이 없어서 계약했는데, 이제 와서 불법건축물이라고 하니 너무 당황스럽네요."

최근 매매가가 전세보증금을 뛰어넘는 ‘깡통전세’ 주택 문제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서울 은평구에서 건축 허가받은 용도와 달리 불법으로 개조한 ‘근생빌라’에서도 전세사기 피해사례가 나와 세입자들의 피해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세입자 울리는 근생빌라, 대체 뭐길래?

근생빌라는 근린생활시설의 상가 부분을 주거용으로 개조해 사용하는 일종의 불법주택이다. 겉보기에는 일반 빌라 건물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허가받은 용도와 다르게 쓰이는 불법건축물인 셈이다. 근린생활시설은 건축법에 따라 소매점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상가 시설로 사용해야 한다. 주차장 및 층수 제한 등이 주택 기준과 달라 사실상 용도변경이 불가하다.

근생빌라가 성행하는 것은 개발이익을 높이기 위함이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근린생활시설로 허가를 받으면 주차장 면적은 줄이면서 높은 층수로 건물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비용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 이후 취사 시설을 설치해 주택으로 개조하기 때문에 겉보기에는 일반주택과 모양새가 비슷해 근생빌라가 불법건축물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매매하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 현행 서울시 부설주차장 설치기준을 보면 근린생활시설은 134㎡(시설면적)당 1대의 주차장을 설치해야 하는 반면, 다가구주택 및 공동주택은 면적 기준에 따라 가구당 최소 0.5대 이상의 주차장을 설치해야 한다. 층수 제한에서도 건축법상 다가구주택은 3층 이하, 다세대주택 및 연립주택은 4층 이하로 규정돼 있지만, 근린생활시설은 별도로 층수 제한을 두지 않는다.

근생빌라가 위험한 이유는?

문제는 근생빌라에 거주하는 임차인에 대한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상가건물로 분류되는 근린생활시설은 전입신고가 불가능할 수 있어 세입자가 대항력을 갖추지 못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세입자는 전세사기 등으로 문제가 생겨도 사실상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렵게 된다. 여기에 근생빌라 거주 임차인은 전세대출을 받을 수 없고 전세보증보험에도 가입할 수 없는 등 여러 제약이 따른다.

정부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는 앞서 전세사기 피해자가 주택을 낙찰받을 경우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근생빌라와 같은 불법건축물의 경우 지원 대상에서 제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내규상 건축물을 매입임대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공공매입 가능성도 작다.

그런데도 세입자들이 근생빌라를 찾는 까닭은 가격이 저렴하고 불법건축물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임대인들이 불법인 측면 등을 고려해 주변시세보다 싼 가격에 매물로 내놓다 보니 가격부담을 느끼는 사회초년생들이 이에 넘어가 근생빌라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또 같은 빌라 건물 내에서도 일부 층은 제대로 된 주택이고, 몇 개 층만 근린생활시설로 된 경우도 있어서 외관만으로는 구별이 어렵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건축물대장을 떼봐야 하는데, 통상 임대차계약을 맺을 때 확인하는 등기부등본만 봐서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놓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다만 근생빌라는 임차인에게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집주인에게도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 만약 불법건축물인 사실이 적발될 경우 애초에 불법행위를 저지른 건축주가 아니라 현재 소유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행강제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취사시설을 철거하지 않으면 매년 최대 2회씩 시가표준액의 10%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만약 불법 증축한 부분이 구조상 원상 복구가 불가능한 경우 피해 복구가 사실상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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