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왜 '예민보스'가 됐나 [장진호 전투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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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국 최대 영화제 중 하나로 꼽히는 대중영화백화상에서 최우수 영화상을 받은 작품은 '장진호(長津湖)'였다.
중국은 6·25전쟁 참전 70주년을 맞은 2020년을 전후해 '항미원조(抗美援朝)'를 부각하고 있다.
미중 갈등이 날로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이 "미국을 이겼다"고 자평하는 한국전쟁을 소환해 내부결속을 도모하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미 의회연설에서 한미혈맹 상징으로 장진호 전투를 언급한 데 대해 중국이 발끈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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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겼다"고 자평하는
6·25전쟁 소환하고 나서
지난해 중국 최대 영화제 중 하나로 꼽히는 대중영화백화상에서 최우수 영화상을 받은 작품은 '장진호(長津湖)'였다. 재작년 개봉한 장진호는 6·25전쟁 장진호 전투를 철저히 공산당 시각에서 풀어낸 영화다.
장진호는 중국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것은 물론, 흥행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우리 돈으로 1조원 넘는 돈을 쓸어 담으며 역대 중국영화 최고 수입을 기록했다.
장진호 후속편으로 지난해 2월 개봉한 '장진호 전투의 수문교'도 흥행에 성공했다. 1편에 미치진 못했지만, 작년 흥행 1위 작품으로 등극했다.
중국은 6·25전쟁 참전 70주년을 맞은 2020년을 전후해 '항미원조(抗美援朝)'를 부각하고 있다. 항미원조란 '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도왔다'는 뜻으로, 6·25전쟁 참전을 정당화하는 표현이다.
영화 장진호 역시 '항미원조 승리의 토대를 닦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미중 갈등이 날로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이 "미국을 이겼다"고 자평하는 한국전쟁을 소환해 내부결속을 도모하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미 의회연설에서 한미혈맹 상징으로 장진호 전투를 언급한 데 대해 중국이 발끈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평가다. 지난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실상 같은 발언을 했음에도 중국이 딴지를 걸지 않았던 건, 미중관계가 지금보다는 '말랑'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미국과 중국이 사사건건 갈등을 빚고 있지만, 대만이 '핫스팟'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무엇보다 미중은 서로가 서로를 '잠재적 현상변경 세력'으로 간주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현상변경을, 중국은 미국이 대만 독립세력을 부추기는 현상변경을 우려한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방문을 앞두고 진행한 외신 인터뷰에서 대만해협을 언급하며 "힘에 의한 현상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은 즉각 발끈했다. 윤 대통령이 "'하나의 중국 원칙' 존중"을 언급하지 않은 채, 중국의 대만 침공을 우려하는 '미국식 표현'을 가감 없이 활용하자 반발한 것이다.
중국이 장진호 전투 관련 윤 대통령 발언에 신경질적 반응을 보인 것 역시, 미중경쟁 속 한국의 '포지셔닝'에 대한 불만 표출로 평가된다. 중국을 '높은 산봉우리', 한국을 '작은 나라'로 묘사하며 몸을 낮췄던 문 정부와 180도 다른 윤 정부가 못마땅할 수밖에 없을 거란 관측이다.
다만 일각에선 윤 정부의 '메시지 관리' 필요성도 제기된다. '힘에 의한 현상변경 반대' 표현이 특정국을 겨냥하지 않은, 국제규범 준수 차원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제1차, 2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겪은 국제사회는 지난 70년간 주권 평등, 영토 보전, 분쟁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규범에 기반해 질서를 구축하고 자유·평화·번영을 구현해 왔다"며 "대한민국 헌법은 이러한 국제규범도 국내법과 같이 준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분쟁의 군사적 해결과 힘에 의한 현상변경을 반대해 왔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물론, 북한의 대남 적화통일 및 중국의 대만 침공 등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포괄적으로 표명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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