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물가 둔화 속 지역은행발 우려 재확산...나스닥만 상승

뉴욕=조슬기나 2023. 5. 12.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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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11일(현지시간) 예상을 밑도는 인플레이션 지표가 추가 공개된 가운데 지역은행발 우려가 재확산하면서 혼조 마감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221.82포인트(0.66%) 하락한 3만3309.51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7.02포인트(0.17%) 떨어진 4130.62를 기록했다.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2.06포인트(0.18%) 상승한 1만2328.51에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에서 통신, 임의소비재, 필수소비재 관련주를 제외한 나머지 8개 업종이 하락했다. 특히 에너지, 부동산, 유틸리티 관련주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지역은행주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금융주도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팩웨스트방코프는 지난주 예금이 9.5% 줄었다고 발표하면서 전장 대비 22%이상 내려앉았다. 웨스턴얼라이언스 방코프, 퍼스트호라이즌 등 다른 지역은행주들의 주가도 하락했다.

월트디즈니는 예상치에 부합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스트리밍 구독자가 줄어들면서 8.73% 떨어졌다. 디즈니의 하락세는 다우지수를 끌어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월가 행동주의 투자자인 칼 아이칸의 ‘아이칸엔터프라이즈’는 공매도 세력의 공격에 이어 전날 검찰 조사 소식이 알려진 여파로 2%가까이 주저앉았다. 펠로톤은 안전 문제로 약 220만대의 운동용 자전거를 리콜한다고 발표하며 8.90% 내렸다. 알파벳은 전날 구글이 연례 개발자회의에서 챗봇 ‘바드’를 전면 오픈하면서 이날도 4% 이상 올랐다. 테슬라, 아마존도 2% 안팎 상승률을 보였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투자자들은 이날 개장전 공개된 생산자물가지수(PPI ) 등 지표를 통해 향후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경로, 경제 전망 등을 살피는 한편, 지역은행발 우려를 주시했다. 이날 팩웨스트가 지난주 예금이 9.5% 줄었다고 밝히면서 지역은행주를 둘러싼 변동성은 재차 커진 상태다. 직후 팩웨스트는 즉각적으로 150억달러의 유동성을 지원할 수 있다고 발표했으나, 투자자들의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서튜이티의 딜렌 크레머 공동 최고투자책임자는 "투자자들이 이제 경제적 배경, 유동성, 금리와 인플레이션 상황 모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팩웨스트(뉴스)는 지역은행 위기, 부채한도 등에 따른 취약한 부분에 속한다.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시장에서는 미 의회의 부채한도 상향이 실패할 경우 사상 초유의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져들 것이라는 경계감도 확인된다.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미국이 디폴트 가능성에 가까워짐에 따라 시장이 공포에 휩싸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날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디폴트에) 가까워질 수록 증시 변동성, 국채 격변의 형태로 패닉에 빠질 수 있다"며 "전 세계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은 지난 1월 31조4000억달러 규모의 부채한도를 모두 소진했고, 직후 특별조치로 협상 시간을 벌었지만 이마저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현금이 소진되는 X데이를 6월1일로 제시한 상태다. 이번 주 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여야 지도부가 회동했으나 이 자리에서도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는 못했다. 이들은 오는 12일 다시 회동할 예정이다. 다만 공화당이 대규모 정부지출 삭감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반면,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조건 없는 부채한도 상향을 주장하며 대치하고 있어 회동에 대한 기대감은 낮다.

이날 개장전 공개된 도매물가 지표는 전날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이어 인플레이션 압력이 둔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도매물가 격인 4월 PPI는 전년 동월보다 2.3% 상승했다. 이는 3월(2.7%) 상승폭보다 둔화한 것으로 2021년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4월 PPI는 전월 대비로도 0.2% 오르는 데 그쳐 월가 전망치(0.3% 상승)를 하회했다.

통상 도매물가 상승분이 향후 소비자 물가로 전가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수치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됐다는 시그널로도 분석된다. LPL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수석글로벌전략가는 "이날 공개된 PPI는 물가가 조금씩 하락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이는 물가 상승추세를 우려하는 시장에게 중요한 지표"라고 평가했다. 전날 공개된 CPI도 시장 전망치를 하회했다. 4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4.9% 올라 2021년 4월 이후 최소폭 상승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3월 CPI, PPI도 예상을 밑돌며 인플레 압력이 둔화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CPI에 이어 PPI까지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를 재확인한 Fed가 당장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부터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라는 관측도 지속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현재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6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90%가까이 반영하고 있다. 이르면 7월부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베팅도 확인된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선언한 Fed는 지난해 3월부터 10연속 금리 인상을 통해 미국의 기준금리를 5.0~5.25%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같은 날 Fed가 우려해온 노동시장 과열이 냉각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고용지표도 나왔다. 이날 공개된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021년 10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 신규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6만4000건으로 전주 대비 2만2000건 증가했다.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181만 건으로 1만2000건 늘어났다. 오안드의 에드워드 모야 애널리스트는 "PPI, 실업수당 청구건수 모두 놀랄만한 것은 없었다"며 "올바른 방향으로 지표가 나아가고 있고 이는 Fed가 금리인상을 끝낼 것이라는 전망을 지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욕채권시장에서 국채금리는 소폭 하락세를 나타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3.89%선에, 10년물 금리는 3.38% 선으로 내렸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는 전장 대비 0.5%이상 오른 102선을 나타내고 있다.

국제유가는 경기둔화 우려에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69달러(2.33%) 내린 배럴당 70.8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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