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말말말…"지난 대선 불복·캐럴 모르는 여자·1·6 아름다운 일"
주요 외신 "거짓 주장만 늘어놓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CNN과의 생방송 인터뷰에 출연해 지난 대선이 조작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가 내년 대선과 관련해 TV 인터뷰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특히 자신과 재임시절부터 악연인 CNN에 출연한 점이 주목을 끈다. 그는 CNN을 상대로 4억7500만 달러(약 6300억원)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는 등 CNN과 갈등을 빚어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오후 8시 뉴햄프셔주 세인트 안셀름 칼리지에서 열린 CNN 타운홀에 출연해 1시간 넘게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진행자인 CNN 소속 앵커 케이틀런 콜린스와 공화당 지지자, 지역 유권자 등에게서 질문을 받았으며 개인 추문과 국내외 정치 현안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말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재선에 실패한 2020년 대선이 부정선거였다는 내용에 대해 우선 언급했다. 그는 '왜 다시 미국 대통령이 되려고 하느냐'는 첫 질문에 2020년 대선이 "조작된 선거"라는 주장을 재차 내놨다.
진행자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배한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사실관계가 어긋난 발언들을 지적했지만 그는 같은 주장을 반복하거나 화제를 돌리기도 했다.
그는 '선거 조작은 증거가 없다. 대선 패배를 공개적으로 인정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는 "투표함이 (가짜 투표용지로) 채워지는 비디오 증거가 있다"며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 조국에는 슬픈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내년 대선은 결과와 상관없이 인정할 것이냐'는 질문엔 "정직한 선거가 치러진다면 그럴 것이다"고 답했다.
CNN은 이후 팩트체크 보도를 통해 "방송 시작 후 몇 초만에 그의 첫 번째 거짓말이 튀어나왔다"고 지적했다.
1·6 미 국회의사당 폭동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1·6 미 국회의사당 폭동은 트럼프의 지지자들이 지난 2021년 1월 6일 대선 결과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의사당에 무력 난입했던 사건으로 당시 최소 5명이 사망하고 850명 이상이 법무부에 의해 기소됐다.
트럼프는 지지자들을 사면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나는 그들 중 많은 사람을 용서하고 싶다"며 "그들은 나에 대한 사랑을 품고 그곳에 있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날"고 전했다.
오히려 당시 하원의장이었던 낸시 펠로시 의원에게 보안의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그는 "큰 문제는 펠로시와 워싱턴 시장이 보안 책임자였다는 점"이라며 "그들은 자신의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자신이 패소한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에 대한 조롱도 서슴지 않았으며 해당 혐의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앞서 패션잡지 엘르의 칼럼니스트였던 E. 진 캐럴은 일면식도 없던 트럼프가 27년 전 뉴욕 맨해튼의 고급 백화점 탈의실에서 성폭행을 시도했다며 민사소송을 걸었다. 이에 전날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트럼프에 캐럴의 성폭행 주장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평결과 피해보상과 징벌적 배상을 명령했다.
그는 성추행 혐의를 인정한 배심원단의 판단이 향후 여성 유권자 민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나는 그녀를 모른다. 만난 적도 없고, 그가 누구인지 짐작도 못했다"고 부인했다.
또 캐럴을 성대모사하듯 우스꽝스러운 목소리를 내며 청중의 웃음을 유도하기도 했다. 캐럴을 "정신나간 사람", "추잡한 여자"라고 폄훼하기도 했다.
차기 대통령 후보로서 국내외 현안에 대한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지지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자신이 대통령이라면 하루 만에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모두 약점과 강점을 갖고 있다. 24시간 이내에 전쟁은 해결된다. 완전히 끝날 것이다"고 말했다.
최근 연방정부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가 부채한도를 상향하려는 것에 대해 공화당이 제시한 정부 예산 삭감에 정부·여당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디폴트가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화당 의원들에게 만약 저들이 막대한 (예산)삭감에 응하지 않으면, 디폴트 사태를 맞이 해야한다고 말한다"며 "그런 일을 바라지 않는 민주당은 반드시 굴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 부채 한도 상향 문제를 논의했지만 별다른 합의 없이 의견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이들은 오는 12일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AP통신은 "진행자는 지속적으로 팩트체크를 하거나 당면한 주제에 초점을 맞추려고 고군분투했지만, 트럼프는 길고 뒤틀린 대답을 내놓곤 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월스트리트저널(WSJ)는 트럼프가 수년 동안 앙숙인 CNN에 출연한 것이 더 많은 청중과 핵심 유권자, 특히 무당파 여성에게 어필하기 위한 선거전략의 일부였다고 분석했다.
NPR은 "트럼프는 뭔가 동의하지 않는 사안이 튀어나오거나 정치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빠지면 방어적으로 비난을 퍼붓는 전형적인 모습을 다시금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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