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에 옵션 포함' 감독 자존심 세우기? 새로운 트렌드?
배중현 2023. 5. 12. 05:02
이제 감독 계약에 옵션을 포함하는 게 트렌드인 걸까.
한화 이글스는 11일 삼성 라이온즈와 홈 경기를 마친 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최원호 퓨처스(2군) 감독을 구단 제13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흥미로운 건 최 감독의 조건. 한화는 3년, 최대 14억원(계약금 2억원, 연봉 3억원, 옵션 3억원)을 안겼다. 보장 금액은 11억원인데 옵션을 포함, 총액을 키웠다.
감독 계약에 옵션이 공개된 건 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부터 두드러진다. 2022년 10월 삼성 사령탑에 오른 박 감독의 조건은 3년, 최대 12억원(계약금 3억원, 연봉 2억5000만원, 옵션 연 5000만원). 보장 금액은 10억5000만원인데 연간 옵션을 넣어 총액을 상향했다. 삼성의 계약 발표를 지켜본 한 야구 관계자는 "이례적"이라고 놀라워했다. 그동안 감독 계약에 옵션이 없었던 게 아니지만 이를 비공개로 유지하는 게 관례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 먼저 두산 사령탑에 오른 이승엽 감독의 계약 조건이 3년, 총액 18억원(계약금 3억원, 연봉 5억원). 프로 감독이나 코치 경험이 없었지만, 옵션 없이 18억원을 전액 보장하는 파격적인 내용이었다. 삼성으로선 코치에 감독대행까지 거친 박진만 감독의 계약 조건을 너무 낮게 발표하면 이에 따른 시선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금액을 구체적으로 밝힌 삼성에 대해 "박진만 감독의 자존심을 세워주기 위해 총액을 최대한 늘린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 이유다. 당시 구단 관계자는 "옵션 내용에 대해선 답을 할 수 없다. 서로 동기부여를 하면서 잘해보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LG 제14대 사령탑에 오른 염경엽 감독도 조건에 옵션이 포함됐다. 계약 기간 3년, 최대 21억원(계약금 3억원, 연봉 5억원, 옵션 3억원). 보장 금액은 18억원이지만 옵션을 더해서 20억원을 넘겼다. 20억원은 프로야구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은 감독들의 상징적인 금액. 2020년 10월 이강철 KT 위즈 감독, 2016년 11월 김경문 전 NC 다이노스 감독 등이 각각 3년, 총액 20억원에 재계약했다. 대부분의 감독 옵션은 우승이나 포스트시즌 진출과 같은 팀 성적이어서 감독 의지대로 달성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옵션으로 계약 조건을 더 부각하는 효과가 있다. 성적이 뒷받침해야 하기 때문에 팀으로선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화는 수베로 감독과 인연을 정리했다. 수베로 감독은 2020년 11월 한화 사령탑에 올라 319경기에서 106승 15무 198패(승률 0.349)를 기록했다. 2021년과 2022년 리그 꼴찌. 올 시즌에도 11승 1무 19패로 리그 9위에 머물렀다. 재임 기간 한화를 제외하면 승률 0.450 미만 팀이 없을 정도로 성적이 바닥이었다. 리빌딩이라는 가치를 내세웠지만 눈에 띄는 성과도 적었다. 그 결과 3년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짐을 싸게 됐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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