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원준 칼럼] 두 얼굴의 김남국
검소한 줄 알았는데 몰빵 투기
청년을 위하는 줄 알았는데
청년들과 돈 놓고 돈 먹기 경쟁
위선적 행태로 국민을 속이고
개인 이익 직결된 입법 활동도
서슴지 않은 ‘투잡’ 국회의원
정치생명 이미 바닥난 듯하니
그냥 잘하는 일을 하시라
“저 친구가 저렇게 돈이 많았어?”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자 의혹이 이렇게 커진 폭발력은 같은 당 조응천 의원이 방송에서 말한 저 문장에 담겨 있었다. 이 사건의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는 ‘코인’도, ‘60억’도 아닌 ‘김남국’이다. 매일 라면을 먹고, 구멍 난 운동화를 신고, 아버지가 물려준 차를 24만㎞까지 타고, 아이스크림도 안 먹으면서 아끼고 살았다는 이가 수십억원대 가상화폐를 숨겨놓고 있었다. 재작년 11월 TBS방송에 나와서 운동화 구멍에 손가락을 넣어 보여줄 때 이미 비트토렌트란 코인으로 10억원 이상 수익을 챙긴 터였다.
전세금 빼서 주식에 몰빵하고 다시 ‘잡코인’에 몰빵한 투자 방법도 아이스크림 값에 벌벌 떠는 사람이라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공격적이었다. 청년의 삶을 개선하는 청년 정치인을 표방하면서 자산이 부족한 청년들이 어쩔 수 없이 몰려든 코인 시장에 뛰어들어 큰손 노릇을 하며 치부에 열을 올렸다. 가난한 줄 알았는데 코인 자산가였고, 검소한 줄 알았는데 투기에 몰두했고, 청년을 위하는 줄 알았는데 청년들과 돈 놓고 돈 먹기 경쟁을 한 국회의원. 이것은 야누스처럼 두 얼굴을 가진 정치인이 감춰놨던 다른 얼굴을 들킨 사건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적극 해명에 나선 김 의원은 조국 전 법무장관을 보는 듯했다. 부모 찬스의 불공정에 분노한 사람들에게 “불법은 없었다”는 논리를 폈던 조 전 장관처럼(나중에 불법이 드러났지만), 두 얼굴의 위선에 황당해하는 국민에게 김 의원도 “법을 어기지 않았다”는 말만 매일 되풀이했다. “법만 어기지 않으면 국회의원이 그래도 되는 거냐”는 질문이 반드시 뒤따를 텐데 그리한 걸 보면, 정말 국회의원이 그래도 된다고 생각한 것 아닌지 모르겠다. 나흘이 지나서야 나온 형식적인 사과에서도 “억울하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그는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를 몹시 지키고 싶어 했다. 고2 때 산 안경을 20년이나 썼다는 식의 에피소드를 장황하게 나열하며 ‘짠돌이’임을 증명하려 들었고, 김건희 여사를 끌어들여 ‘코스프레’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투자 개요를 공개한 입장문은 사실관계를 교묘히 마사지한 조작에 가까웠는데, 그 글만 읽으면 “9억8000만원 투자해 지금 9억1000만원어치 남았다니, 번 것도 없네” 하게 된다. 당 지도부엔 설명했다는 10억원 가까운 수익금 인출 부분을 국민에게 해명하는 글에선 쏙 빼버린 탓이다. 결국 “나는 짠돌이가 맞고 번 것도 없으니 위선이 아니다”는 주장을 편 셈이었다.
이렇게 위선을 합리화하는 여러 시도 가운데 같은 당 김용민 의원이 거들면서 꺼낸 논리는 단연 백미였다. “민주당은 서민이 계속 서민으로 남기를 바라는 당이 아닙니다. 서민도 누구나 얼마든지 부유해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정당입니다. 그게 서민을 위한 것입니다.” 민주당 송갑석 최고위원이 “서민을 대변한다는 당의 국회의원이 그래도 되느냐”며 김남국 의원을 꾸짖은 날 올라온 이 글은 그의 코인 투자를 서민 탈출의 좋은 사례 정도로 여기는 듯했다.
거듭된 해명에도 의혹은 도리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공개하지 않은 전자지갑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그가 보유했던 코인 규모 추정액은 최고 60억원대에서 80억원대를 지나 1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위믹스 코인이 아직 상장되기도 전에 그의 지갑에 수십억원어치가 들어 있었던 정황도 나왔다. 무엇보다 전세금 빼서 마련한 사실상 전 재산을 어떻게 이런 잡코인에 몰빵했는지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다. 코인 관련 게임업계와 이익공동체였다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이런 의문이 다 풀리려면 김 의원은 아주 긴 수사를 받아야 할 듯하다. 정치생명을 걸고 그것을 돌파하겠다는데, 그렇게 걸 수 있는 정치생명이 그에게 남아 있지 않다. 불법이 있었냐 없었냐는 ‘투자자 김남국’에 대한 사법적 판단일 뿐, ‘정치인 김남국’에 대한 정치적 판단은 이미 내려졌다. 그가 보인 위선의 행태는 국민을 속인 것이다. 국회의원과 코인 투자자로 ‘투잡’을 하면서 벌인 일련의 입법 활동은 개인적 이익과 무관치 않았다. 사익을 챙기는 두 얼굴의 정치인에게 허락할 의석은 없다. 민주당의 여러 의원이 질타와 충고를 했는데, 지금 그가 가장 새겨들어야 할 조언은 이상민 의원이 했다. “(그럴 거면) 장사를 하든지, 사업을 하든지, 스타트업을 해야지….”
태원준 논설위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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