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코퍼’의 경고… 원자재값 하락세·경기침체 깊어진다

황민혁 2023. 5. 12.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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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코퍼'(Doctor Copper·구리 박사)의 경고장이 날아들고 있다.

국제 구리 가격이 내리막을 걸으면서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짙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2000년 미국 닷컴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확산 등 경제위기 국면에서 국제 구리 가격은 하락했었다.

최근 국제 구리 가격은 내림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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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경기 예측 지표 구리값 하락
전문가 “기업에 매우 힘든 시간 될 것”
수출 경쟁력 강화 등 지원책 시급


‘닥터 코퍼’(Doctor Copper·구리 박사)의 경고장이 날아들고 있다. 국제 구리 가격이 내리막을 걸으면서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짙다. 구리뿐만이 아니다. 철광석, 비철금속, 전기차 배터리 원료 등 가격도 올해 들어 하향세를 타고 있다. 전문가들은 물가 불안이 여전한 상황에서 경기침체가 본격화하면 산업계 전반에 타격이 상당하다고 우려한다. 특히 한국은 줄어드는 대(對)중국 수출을 민간소비로 보완하고 있어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기업 지원책, 수출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

산업 전반에 두루 쓰이는 원자재의 가격이 내린다는 건 경기침체의 전주곡이다. 특히 구리 가격은 미래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다. 구리는 자동차·건설·조선과 같은 전통 제조업뿐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설비, 전기차 등에도 폭넓게 쓰인다. 그만큼 경기 흐름에 민감하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2000년 미국 닷컴버블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확산 등 경제위기 국면에서 국제 구리 가격은 하락했었다.


최근 국제 구리 가격은 내림세다. 11일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전 세계 구리 수입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의 지난달 구리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24.60% 줄었다. 구리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지난 9일 거래된 구리 가격은 t당 8583달러로 올해 고점(1월 18일 9436달러) 대비 9.04% 하락했다. 월평균 가격은 1월 8999.79달러에서 지난달 8814.00달러, 지난 1~9일 평균 8533.80달러로 주저앉았다.


철광석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중국의 지난달 철강재 수입은 지난해 4월보다 31.20%나 감소했다. 철강 수요의 부진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NMIS)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지난 2월 t당 126.21달러를 찍은 뒤 줄곧 내려가고 있다. 지난 1~5일 평균 가격은 103.62달러다. 공업용 재료로 쓰이는 아연, 주석, 알루미늄 등 구리 외 비철금속 가격도 마찬가지다. 올해 고점 대비 아연은 24.25%, 주석은 17.86%, 알루미늄은 11.95% 내려간 가격에 지난 9일 거래됐다.


전문가들도 ‘닥터 코퍼’처럼 경기침체를 예고한다. 오스턴 굴즈비 미국 시카고연방은행 총재는 지난 8일(현지시간) “신용위축이 시작되고 있다. 경기침체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경기침체는 물가 불안과 맞물려 산업계에 타격을 준다. 김문태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정책팀장은 “그동안 줄어든 대중 수출을 민간소비가 보완했다. 그런데 경기침체로 소비까지 줄면 기업 상황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금리 부담으로 금융비용이 커진 상황에서 매출이 악화하면 기업에 매우 힘든 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기업 부담을 덜어 주는 지원정책, 중장기적으로 수출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성 교수는 “규제 개선 등으로 이중고, 삼중고를 겪는 기업의 부담을 덜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정부는 기업의 혁신기술 투자를 지원해 중국과의 기술 격차 확보를 도모해야 한다. 인도·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새로운 수출시장 개척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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