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품위를 지킬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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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거리다/ 넘어지려다/ 그래 무너지자, 하고/ 마음먹은 나를 옆에서/ 꼭 붙잡는 사람은 마치/ 곁에 있는 사람처럼// 마음의 눈으로 보았다/ 절대로 지지 말라는 듯/ 무너지는 마음 정도는/ 괜찮다는 듯." 사람에 대한 믿음이 실망으로 무너질 때 사람들은 어떻게 마음을 추스를까? 전욱진 시인의 시 '결심'을 읽으면서 나는 지난달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때마침 시장기가 돌던 터라 나는 중국 냉면 한 그릇을 시켜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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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거리다/ 넘어지려다/ 그래 무너지자, 하고/ 마음먹은 나를 옆에서/ 꼭 붙잡는 사람은 마치/ 곁에 있는 사람처럼// 마음의 눈으로 보았다/ 절대로 지지 말라는 듯/ 무너지는 마음 정도는/ 괜찮다는 듯.” 사람에 대한 믿음이 실망으로 무너질 때 사람들은 어떻게 마음을 추스를까? 전욱진 시인의 시 ‘결심’을 읽으면서 나는 지난달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 중국 요릿집 화단은 눈에 띄었다. 수선화와 튤립이 싱싱하게 물을 머금었고, 장식 화분도 여러 개 놓여 있었다. 화단을 저토록 탐스럽게 가꾸는 요리사라면 음식 또한 정성껏 만들지 않을까 짐작할 정도였다. 때마침 시장기가 돌던 터라 나는 중국 냉면 한 그릇을 시켜먹었다. 계산하면서 화단이 참 보기 좋다고 인사를 건네자 과묵한 주인은 쑥스러운 듯 웃었다.
며칠 뒤 그 가게 앞을 지나가는데 골판지로 만든 팻말이 꽂혀 있었다. “화분 돌려주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오며 가며 주인이 화단을 얼마나 아끼는지 봐왔던 터라 괜히 나까지 안타까웠다. 그의 정성스러운 시간과 신뢰마저 도둑맞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손을 타지 않도록 가게 안에 화분을 들여놓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주인은 무슨 이유에선지 그러지 않았다.
다시 그 집 앞을 지나가는데 이번에는 다른 문구가 팻말에 적혀 있었다. “이왕 훔쳐간 거, 잘 키워 주세요.” 주인장의 심성이 저 한 줄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왕 훔쳐간 거’라는 말에는 얼마간의 체념이, ‘잘 키워 주세요’라는 말 속에는 당부가 담겨 있었다.
그 팻말을 보자 어쩌면 주인은 이런 일을 여러 번 겪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실망으로 무너지는 마음을 괜찮다고 다독이며, 꼭 붙잡는 힘에 대해 생각한다. 그것은 함부로 자신의 마음을 ‘미움’에 허락하지 않는 힘. 스스로 품위를 지키고자 하는 결심과 같은 게 아니었을까.
신미나 시인 겸 웹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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