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윰노트] 입장료까지 받는데 사람이 들끓는 ‘렐루’

2023. 5. 12.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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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이게 뭐야.

여기가 어디일까? 놀랍게도, 책을 파는 렐루 서점이다.

그렇다고 렐루 서점 앞에 온 세상 편집자들이 다 모여 있을 리는 만무했다.

렐루 형제가 지금 자리에서 서점을 시작한 때는 무려 1906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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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포르투갈 작은 서점
100여년 세월, 아름다운 장식,
해리 포터 유명세의 합작품


헉! 이게 뭐야. 여기가 디즈니랜드도 아니고, 연예인 콘서트장도 아닌데 이 기나긴 줄 좀 보소. 입장하려면 표를 사야 한다는 사실은 미리 알고 있었다. 문을 여는 아침 시간에 맞춰 일찍 가야 덜 기다린다는 정보도 알았다. 하지만 이 정도로 사람이 많을 줄은 미처 짐작하지 못했다.

30분 단위로 세워진 표지판 뒤에 구불구불 서 있는 줄 끝이 어딘지 보이지 않았다. 미술관 들어가듯 매표소에서 쉽게 표를 살 줄 알았는데 커다란 오판이었다. 입장 바우처는 오직 온라인으로만 살 수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은 미리 예매를 해온 상태였다. 어리버리한 나 같은 외국인만 “대체 어디서 표를 사는 거야?” 묻고 다녔다.

매표소나 안내인은 없었다. 몇 개 세워둔 입간판의 큐알 코드가 전부였다. 오전 10시였지만 이미 12시까지 매진이었고, 오후 시간만 예약이 가능했다. 내 신상 정보를 제공하고 회원 등록을 마친 후 카드로 5유로 결제를 끝내야만 표가 저장됐다(나중에 방문할 분들은 꼭 미리 예매하시길).

여기가 어디일까? 놀랍게도, 책을 파는 렐루 서점이다. 포르투갈 북쪽 포르투라는, 손바닥만 한 도시에 있는 자그마한 책방이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종이책 판매가 급감한다고 전 세계가 한탄하는 요즘, 이 서점에 사람들이 들끓는 이유는 무엇일까? 5유로나 되는 적지 않은 입장료를 지불할 만큼 그리 매력적인가?

그럼 본인은 왜 갔냐고? 대부분 편집자들은 어느 도시에 가든 서점을 찾아 둘러보는 직업병이 있다. 나 역시 그렇다. 런던에 갔을 때는 ‘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독립 서점’이라는 ‘던트 북스’를 보고 왔다. 프랑스 파리에 짧게 머무를 때도 루브르박물관보다 ‘가난한 작가들의 유토피아’ 역할을 해온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를 먼저 찾아갔다. 그렇다고 렐루 서점 앞에 온 세상 편집자들이 다 모여 있을 리는 만무했다.

렐루 형제가 지금 자리에서 서점을 시작한 때는 무려 1906년이다. 잘 나가는 유수 기업도 버티기 힘들다는 100년 이상의 세월이 농익은 셈이다. 그 시절 모습 그대로 고풍스러운 건물 외관을 잘 유지하고 있는 점이 우선 놀랍다.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책보다 먼저 1층의 나무 천장과 빨간색 곡선으로 이어진 계단, 벽과 난간마다 아로새겨진 아름다운 장식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2층 스탠드 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햇빛까지, 인테리어 자체로서 완벽한 작품이다.

렐루 서점이 세상에 확실히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8년부터다. 가디언 지나 론리 플래닛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중 하나’ 또는 ‘아르누보의 진주’로 소개됐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오늘날처럼 세계인의 발길을 끌어당기게 된 최고의 비결은 ‘해리 포터’ 덕분이다. 작가 조앤 롤링이 1991년부터 93년까지 3년간 포르투에 머물면서 이 책방에 자주 들렀단다. 해리 포터 덕후들은 작가가 영감받은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고픈 욕망에 사로잡힌다.

결국 렐루 서점의 인기는 100년 넘은 세월, 아름다운 실내 장식, 해리 포터 유명세의 합작품이라고 하겠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서점 역사만큼 오랫동안 출판 활동을 해온 렐루 서점은 세계 관광객들을 위한 ‘고전 소설’을 만들어 팔고 있다. 특히 ‘정글짐’ ‘톰 소여의 모험’ ‘어린 왕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비교적 쉽게 느껴지는 영어 버전을 근사한 패키지로 구비해 놨다. 책을 기념품처럼 구입하도록 유혹한다.

책을 사면 책값에서 입장료 5유로를 제해 준다. 2015년부터 시작한 이 시스템 덕분에 평균 6만권을 밑돌던 책 판매가 2019년 통계를 보면 약 70만권으로 늘어났다. 꿩 먹고 알까지 먹는 마케팅 수단이 아닌가. 게다가 개인정보를 자동 확보해 단순 방문자를 독자로 만들었다. 이젠 그 독자를 ‘열렬한 독자’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책방 주인도 아니면서, 샘이 나고 부러워서 하루 종일 배가 아팠다.

마녀체력 (‘걷기의 말들’ 작가·생활체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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