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간첩’ 혐의 무더기 구속기소에도 침묵하는 민주노총

2023. 5. 12.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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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지난 10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민주노총과 소속 산별노조 간부 출신 4명을 구속기소했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지난 1월 민주노총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면 위로 떠오른 '간첩단 사건'의 피의자들을 재판에 넘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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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현 수원지검 인권보호관이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서 ‘노동단체 침투 지하조직’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중간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지난 10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민주노총과 소속 산별노조 간부 출신 4명을 구속기소했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지난 1월 민주노총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면 위로 떠오른 ‘간첩단 사건’의 피의자들을 재판에 넘긴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재판에 넘겨진 이들은 2017~2019년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나 지령을 받은 뒤 합법적 노조활동을 빙자해 이를 수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청와대 등 주요 국가기관의 송전선망 마비를 위한 자료, 경기도 화성·평택 2함대 사령부와 평택 화력발전소·LNG저장탱크 배치도 등 비밀 자료를 수집하라는 지령을 받았고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 결과 예상, 내부 통신망 ID 및 비밀번호 등을 북한에 보고했다고 한다. 검찰은 또 이들이 북한 지령에 따라 반정부 투쟁, 반미·반일 감정 등을 조장하며 민주노총을 정치투쟁 선동에 동원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재판에서 사실 여부를 가려야겠지만 검찰이 공개한 혐의 내용은 그 자체로 충격적이다. 피고인들이 구속돼 법원의 1차 판단을 받았고 검찰 등이 수사 과정에서 90건의 북한 지령문과 24건의 대북 보고문을 확보했다고 하니 일방적 주장이라고 할 수 없다. 민주노총은 수사 과정에서 ‘국정 실패를 덮으려 종북·공안몰이를 하고 있다’고 반발했는데 혐의가 사실이라면 그런 주장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피고인들이 민주노총 사무총국과 산하 산별노조 주요 간부로 활동했던 이들이어서 이 사건은 돌출적인 ‘개인’의 문제로 넘길 사안이 아니다. 그런데도 민주노총은 무더기 구속기소에도 이렇다 할 입장 표명이 없다. 책임을 피해 가려 한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국가보안법을 놓고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있지만 북한의 지령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이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그런 행태가 실제 있었다면 민주노총의 주장은 물론 조직 자체의 정당성마저 흔들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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