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흘린 순교의 피와 헌신… 한국교회 밑거름”

우성규 2023. 5. 1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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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카네이션을 들고 아기들이 이름 없이 묻힌 묘비 앞에 무릎을 꿇는다.

"캄보디아가 1970년대 크메르루주 정권에 의해 5년 새 300만명 가까이 학살당했는데, 우리도 1950년대 한국전쟁으로 300만명 가까이 희생됐습니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이 양화진에는 절두산 성지와 선교사 묘원이 있습니다. 순교에는 적색 순교와 백색 순교가 있다고 합니다. 가톨릭 성지 절두산에선 피를 흘리는 적색 순교가 있었습니다. 백색 순교는 피 대신 하얀 물, 즉 땀과 눈물을 흘리는 순교입니다. 이곳에 묻힌 선교사들은 주님을 위해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날마다 스스로 죽이고 십자가를 진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헌신과 사랑으로 100여년 전 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하고 지저분했던 이곳이 지금은 가장 거룩하고 아름다운 곳으로 변했습니다. 죽음을 이기는 종교, 그것이 기독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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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캄보디아 목회자, 한국교회 탐방… 첫 외부 일정으로 양화진외국인선교사 묘역을 가다
캄보디아 여성 사역자들이 11일 서울 마포구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을 찾아 이름 없는 아기들의 묘비 앞에 꽃을 놓고 기도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흰색 카네이션을 들고 아기들이 이름 없이 묻힌 묘비 앞에 무릎을 꿇는다. 서울 마포구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역 서쪽 가장 낮은 자리. 이 땅에 태어나자마자 두서너 해 안에 숨진 선교사 자녀들이 묻힌 곳이다. 캄보디아에서 온 여성 사역자 폿 티니(47)씨는 “하나님은 사람을 자신의 형상으로 똑같이 만드셨는데 선교사들에겐 자식을 잃는 어려움마저 겪게 하셨다”면서 연신 눈물을 훔쳤다.

빨간색 크메르어 성경을 들고 양화진 묘역을 찾은 폿씨는 현지에서 ‘지저스러브스유’ 교회를 섬기며 열여섯 열넷 그리고 세 살 아이를 입양해 돌본다고 했다. 그를 비롯해 캄보디아 전역에서 사역하는 목회자와 사역자 18명과 김동규 이승향 박효순 이영희 한인 선교사 4명이 16박17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조은교회 성진교회 등이 후원하고 선교단체 지저스월드미션(JWM)이 주관하는 한국교회 탐방이다. 이들은 11일 첫 외부 일정으로 양화진을 택했다. 이덕주 감리교신학대 은퇴 교수가 캄보디아 목회자들을 위해 기꺼이 안내를 맡았다.

“캄보디아가 1970년대 크메르루주 정권에 의해 5년 새 300만명 가까이 학살당했는데, 우리도 1950년대 한국전쟁으로 300만명 가까이 희생됐습니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이 양화진에는 절두산 성지와 선교사 묘원이 있습니다. 순교에는 적색 순교와 백색 순교가 있다고 합니다. 가톨릭 성지 절두산에선 피를 흘리는 적색 순교가 있었습니다. 백색 순교는 피 대신 하얀 물, 즉 땀과 눈물을 흘리는 순교입니다. 이곳에 묻힌 선교사들은 주님을 위해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날마다 스스로 죽이고 십자가를 진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헌신과 사랑으로 100여년 전 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하고 지저분했던 이곳이 지금은 가장 거룩하고 아름다운 곳으로 변했습니다. 죽음을 이기는 종교, 그것이 기독교입니다.”

이 교수의 말에 캄보디아 목회자들은 우리처럼 “아멘”이라고 화답했다. 양화진에 묻힌 헤론 언더우드 아펜젤러 스크랜턴 홀 존슨 켄드릭 선교사를 비롯해 일본인 소다 가이치와 이름 없는 아이들 묘비까지 설명이 이어졌다. 이 교수의 말을 현지어로 통역하던 김동규(60) 선교사는 한국으로 오는 배편에서 병을 얻은 부인을 일본에서 잃고 본인도 입국 1개월 만에 숨진 존슨 선교사 이야기를 전하며 울먹였다. 김 선교사는 “캄보디아 현지에서 교통사고와 암 투병 등으로 먼저 순교한 동료 선교사님들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양화진을 둘러본 폴 다라(68) 목사는 “캄보디아에서도 킬링필드 당시 숨진 기독교인의 역사가 있다”면서 “그들의 마지막 모습을 발굴하고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폴 목사는 부친을 포함해 가족 넷을 크메르루주 정권의 학살로 잃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순교자의 피는 교회의 씨앗이란 말이 떠오른다”고 답했다.

캄보디아 목회자들의 탐방을 돕는 다큐멘터리 감독 한혜정 드림빌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저출산 극복으로 유명한 당진동일교회를 비롯해 파주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과 서울 영락교회 등을 안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캄보디아는 킬링필드 여파로 국민의 80%가 30대 이하이고 특히 14세 미만이 국민의 30%인 나라”라며 “어린이 사역과 농촌교회 모델에 목회자들이 관심을 보인다”고 전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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