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우진의 돈의 세계] 이윤은 비윤리적인가
한국인은 기본적으로 이윤을 비윤리적이라고 여긴다. ‘착한 가격’이라는 표현의 밑에는 그런 시각이 깔렸다. 한국인은 나아가 이른바 초과 이윤은 바로잡아야 할 현상으로 다루려고 한다.
영리활동은 착하지 않다는 생각은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에도 뿌리 깊었다. 그러나 서구와 일본에서는 근대 들어 영리활동에 떳떳함과 긍지를 부여하는 철학이 제시돼 자리 잡았다.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1864~1920)에 따르면 16~17세기 프로테스탄트 윤리, 특히 칼뱅주의가 영리활동과 부의 증식을 ‘신을 위한 활동’이라는 등의 단서 아래 장려했다. 일본에서는 사상가 이시다 바이간(石田梅岩·1685~1744)이 고객을 성(誠)으로 섬기고 검약, 근면, 신용을 실행하라고 가르쳤다. 그는 이런 ‘상인도(商人道)’에 따라 정직하게 번 돈은 “후지산만큼 쌓이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서구에 악덕 자본가도 많았지만, 프로테스탄트 윤리를 실천한 자본가도 있었다. 정승처럼 환원함으로써 명예를 누린 기업가도 많았다. 일본은 이나모리 가즈오(稲盛和夫·1932~2022)처럼 사회 전반에서도 두루 존경받는 기업가를 다수 배출했다.
서구와 일본에 비해 한국에서는 영리 철학이 제시되지 않았다. 사회에서 널리 존경받는 가운데 막대한 부를 축적한 기업가도 드물었다. 이윤에 대한 한국인의 반감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그런 반감은 최근에도 표출됐다. 정유회사의 지난해 이익이 몰매를 맞았고, 은행의 이익이 매도됐다. 그러나 정유회사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은행 실적은 급증하기도 하지만 급감하기도 한다.
‘배경’은 ‘근거’가 되지 못한다. ‘비윤리적인 이익’이라는 비판의 역사·경제적 배경은 합당한 경제적 근거가 될 수 없다. 그런 비판은 경제활동을 제약한다는 점에서 이제 지양할 때도 됐다.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오재원, 박찬호 저격…"'코리안특급' 너무 싫다, 감사한 줄 몰라" | 중앙일보
- 밀실에 고교생과 성인 남성 동시 입실…경기 룸카페 5곳 적발 | 중앙일보
- "내 삶 찾고싶다" 이혼 1년 뒤, 전남편 울린 그녀의 약봉투 | 중앙일보
- "홍콩 여행 오세요"…무료 왕복 항공권 2만4000장 풀린다 | 중앙일보
- 공주도 예외 없다…바닥 뒹굴고 탱크 모는 '군필' 차기 여왕들 | 중앙일보
- 키 169→183㎝ 됐다…목숨 걸고 2억 들여 다리 늘린 모델 | 중앙일보
- '감염병X' 곧 온다…"코로나 종식은 또 다른 시작" 날아든 경고 [VIEW] | 중앙일보
- 동남아 40도는 예고편? 심상찮은 올여름, '슈퍼 엘니뇨' 공포 | 중앙일보
- "그 아이 이렇게 예쁘게 컸죠"…죽음 직전 '에크모 임산부' 기적 | 중앙일보
- 洪, 尹잔칫날 'B급 영수회담'…與는 부글, 김기현 입 닫았다 왜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