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통수권자가 북 제재 풀어달라해 과거 정부에서 결국 군 골병 들었다”

현일훈 2023. 5. 1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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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11일 “과거 정부에서 국군통수권자가 전 세계에 ‘북한이 비핵화할 것이니 제재를 풀어 달라’고 해 결국 군이 골병이 들고 말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탈원전 등 전 정부 정책을 비판한 일은 많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발언을 한 건 이례적이다. ‘자발적 비핵화’란 북한의 선의에 기댄 문 정부 대북정책 실패가 북핵·미사일만 고도화한 반면, 우리 군 안보역량엔 타격을 입혔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청사에서 주재한 국방혁신위원회 첫 회의에서 마무리 발언을 통해 “(과거) 정부가 정치이념에 사로잡혀 북핵 위험에서 고개를 돌렸다. 이런 비상식적인 것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에서 논의된 것들이 국민들께 공개돼 우리 국민 모두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군 골병’ 발언은 윤 대통령이 국방부가 추진하는 ‘국방혁신 4.0’의 목표를 두고 “위험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우리 군의 최첨단 과학기술을 적용하는 것”이라며 “적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언급한 데 이어 나왔다.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을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부위원장 역할을 맡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은 “당장에라도 싸울 수 있는 군이 되도록 준비하는 동시에, 작지만 강한 군대를 만들기 위해 첨단과학기술을 군사작전 개념에 접목할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 앞서 국방혁신위도 공식 출범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고 조태용 국가안보실장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 민간위원 8명 등 11명으로 구성했다. 김관진 전 장관, 김인호 전 국방과학연구소장, 김승주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교수, 김판규 전 해군참모차장, 이건완 전 공군참모차장, 정연봉 전 육군참모차장, 이승섭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하태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민간위원이다.


윤 대통령 “문 정부의 K방역, 국민 희생 담보한 정치방역”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방혁신위원회 첫 회의를 주재하고 “제2 창군 수준의 대대적인 변화가 있어야 이길 수 있는 전투형 강군을 만들어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오른쪽 둘째는 국방혁신위원으로 위촉된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 [사진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하는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의 K방역을 “이념·정치 방역”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11일 오전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과거에 우리가 K방역이라고 자화자찬했지만 결국 국민이 재산권·영업권 제한을 받으면서도 무리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따라주셨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리스크가 있으면 그걸 최우선해서 즉각적인 조치를 해야 하는데 그걸 하지 않고 이념적, 정치방역을 해서 국민들이 피해를 봤다”고 강조하면서다.

윤 대통령은 ▶2020년 코로나19 확산 초기 대한의사협회의 여섯 차례 건의에도 중국인 입국을 통제하지 않은 점 ▶신도 반발로 부작용이 뻔한데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신천지 압수수색을 공개 지시하고 ▶청와대·정부의 방역 컨트롤타워를 전문성 아닌 이념적 성향의 인사들에게 맡긴 점 등을 정치적, 이념적 방역의 문제로 꼽았다. 그러면서 “문 정부가 자랑했던 K방역은 과학적 데이터에 전혀 기반하지 않은 것이었다”며 “엄밀히 말해 자유로운 국민의 일상과 소상공인의 영업권·재산권, 의료진 희생을 담보한 정치방역으로 합격점을 주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국방혁신위에선 “군이 골병만 들었다”며 문 정부 대북정책을 비판하며 ‘제2 창군 수준의 대대적인 변화’를 군에 주문했다. 먼저 이날 국방혁신위를 공식 출범한 데 대해 “지난해 하반기에 에릭 슈밋 전 구글 CEO가 위원장인 미국의 국방혁신자문위원회를 한번 벤치마킹해 봤다”고 소개했다. 미국 국방부가 국방부 혁신자문위원장에 슈밋 전 CEO를 임명하고 실리콘밸리의 최신 IT(정보기술)를 접목하는 임무를 부여한 걸 롤 모델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어 “제2 창군 수준의 대대적인 변화가 있어야 이길 수 있는 전투형 강군을 만들어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방혁신의 목표로 “고도화되는 북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압도적 대응 역량을 갖추고 대내외 전략환경 변화에 부합하는 효율적인 군 구조로 탈바꿈해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또는 감히 싸움을 걸어오지 못하게 하는 강군으로 우리 군을 바꾸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북한 전 지역에 대한 정찰감시와 분석 능력, 목표를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는 초정밀 고위력 타격 능력, 복합·다층적인 대공 방어능력을 충실하게 확보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이를 위한 전략사령부 창설 구상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3군의 합동성을 강화하면서 각 군의 분산된 억제 전력을 통합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전략사령부 창설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략사령부 창설은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로 2024년 창설이 목표다. 이를 통해 한국형 3축 체계를 구현할 핵심 전력인 F-35A 전투기, 정찰위성, 패트리엇 미사일,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L-SAM) 등을 비롯해 사이버 및 우주전력까지 통합적으로 지휘한다는 구상이다.

◆독일 총리 21일 30년만의 방한=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오는 21일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후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밝혔다. 독일 총리의 양자회담을 위한 방한은 1993년 헬무트 콜 당시 총리 이후 30년 만이다. 숄츠 총리는 비무장지대(DMZ)도 방문할 예정이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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