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과 이별 앞둔 황의조…“요즘 노팅엄 경기 챙겨봐요”
프로축구 FC서울은 지난 3시즌 연속 파이널B(7위~12위)에 그쳤다. 그러나 올 시즌엔 다르다. 지난 2월 가세한 공격수 황의조(31)를 앞세워 2위(7승2무3패)를 달리고 있다. 공격 포인트(2골-1도움)는 많지 않지만, 황의조는 FC서울에서 국가대표 스트라이커의 ‘클래스’를 보여주고 있다. 볼을 연계하는 과정에서 ‘익수볼(안익수 축구)’의 핵심이며,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한다. 안익수 서울 감독은 “황의조는 15골 이상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10일 경기도 구리시 GS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난 황의조는 “내 욕심만 부렸다면 전방에서 버티며 골만 넣으려 했겠지만, 제 움직임을 통해 찬스를 만들어 팀이 승리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황의조는 지난 9일 광주FC와의 경기에서 1-1로 맞선 후반 20분 ‘칼날 크로스’로 후배 나상호(27)의 골을 도왔다. 황의조는 “(나)상호가 내게 크로스를 길게 올려주겠다고 했는데 정반대 상황이 됐다(웃음). 상호는 경기 전날 우리 집에서 자고 함께 경기장으로 출근하고, 평소 롤(온라인 게임)도 함께 한다”고 했다. 황의조는 1992년생, 나상호는 1996년생이다. 대표팀 내 1992년생과 96년생 간의 불화설도 돌았지만, 황의조는 “저랑 상호만 봐도, 선수끼리 그런 것 없이 잘 지낸다”고 했다.
지난달 황의조와 친분이 있는 가수 임영웅이 서울 홈 경기에서 시축 및 하프타임 공연을 했는데 4만5000명의 관중이 몰렸다. 황의조는 “보르도에서 식사를 한 적이 있다. 영웅이 형의 티켓 파워를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대단한 줄 몰랐다. 언제 한 번 공을 함께 차기로 했다”고 말했다.
황의조는 지난해 8월 보르도(프랑스)에서 노팅엄 포리스트(잉글랜드)로 이적한 뒤 곧바로 구단주가 같은 올림피아코스(그리스)로 임대됐다. 하지만 주전 경쟁에서 밀려 FC서울로 6개월 동안 단기 임대됐다. 다음 달 30일 계약 만료까지 7경기를 남겨놓은 상황이다. 선배이자 FC서울 동료인 기성용은 “서울과 재계약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던진다.
황의조는 “지금은 서울의 승리에만 집중하고 있다. 다가오는 울산전(14일)이 중요하다”며 거취에 대해 말을 아꼈다. 다만 “노팅엄이 어제 이겨 승점 차가 크지 않더라. 결과와 하이라이트는 챙겨본다”며 유럽 무대 재진출에 대한 열망을 에둘러 나타냈다. 올여름 황의조는 계약 기간이 2년 남은 원소속팀 노팅엄으로 돌아가거나, 유럽 다른 팀으로 향헐 수도 있다. 황의조는 손흥민(토트넘)과 같은 에이전시(미국 CAA)다.
황의조는 서울에 오기 전 미국 메이저리그사커 미네소타의 영입 제의를 거절했다. 그는 “조건은 유럽보다 좋았다. 보르도에서 3시즌을 보낸 뒤 다음 스텝이 꼬이긴 했지만, 서울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려 다시 한번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27세)에 유럽에 나갔지만 꿈이 있다”고 했다.
황의조는 보르도에서 3시즌간 29골을 기록하는 동안 파리생제르맹의 리오넬 메시와 킬리안 음바페, 네이마르와도 대결을 펼쳤다. 황의조는 “세 선수 모두 잠깐의 틈이 보이면 집요하게 파고들어 골을 넣는 걸 보고 배웠다”고 했다. 삶의 목적 의식이 뚜렷한 황의조는 오래 전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행을 열망해왔다. 2019년 프랑스 리그 보르도 입단 당시에도 그는 프랑스어 대신 영어 과외를 받았다. 그는 “지금도 주 2회씩 영어 과외를 하고 있다. 인터뷰가 끝나고도 잡혀있다. (나)상호도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작년 12월 황의조는 카타르월드컵 우루과이와의 1차전에서 결정적인 찬스를 놓쳤다. 황의조는 “4년간 해온 게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돌이킬 수 없다. 16강전을 뛰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은 경험이었던 같다”고 덤덤하게 했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한국 감독의 선수 시절 골 영상을 본 적이 있다는 황의조는 “부드럽고 샤프하다. 지난 3월 소집 때 ‘득점은 모든 공격수들의 고민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해주셨다”고 전했다. 득점 후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대는 ‘쉿 세리머니’를 펼치는 그는 “부담을 떨쳐내고 찰나의 시간이라도 평온해질 수 있는 것 같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을 앞둔 황의조는 “2019년 우승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8강에서 탈락해) 아쉬웠고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황의조는 북중미 월드컵이 열리는 2026년에 34세가 된다. 대선배 황선홍도 35세에 2002년 월드컵에 나가 골을 넣었다. 황의조는 “신인 시절 황 감독님과 식사를 한 적이 있다. 집념이 있어야 저 정도 스트라이커가 될 수 있다고 느꼈다. 3년이란 시간이 남아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하루하루 소홀히 보내지 않겠다”고 했다.
■ 황의조는...
「 나이: 31세(1992년생)
체격: 1m83㎝, 73㎏
포지션: 최전방 공격수
소속팀: 성남(2013~17) 감바 오사카(2017~19) 보르도(2019~22) 노팅엄 포리스트(2022~) 올림피아코스(2022~23) 서울(2023, 6개월 단기 임대)
올 시즌: K리그 11경기 2골 1도움
국가대표: A매치 54경기 16골
에이전시: 미국 CAA베이스(손흥민, 황인범 소속)
별명: 빛의조
」
구리=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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