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했던 4월 가고, 이정후 봄날 시작되나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25·사진)는 올 시즌 낯선 봄을 보내고 있다. 슬럼프는 어느 선수에게나 찾아오지만, 지난해 최고 타자였던 그의 시즌 초반 성적표는 여전히 생경하다. 스스로 “2군에 가도 할 말 없는 성적이었다. ‘힘들다’는 감정을 넘어 답답함이 느껴졌다”고 털어놨을 정도다.
이정후는 올 시즌 30경기에서 타율 0.231(121타수 28안타)을 기록했다. 지난달까지 타율 0.218에 머물다가 조금 좋아진 게 이 정도다. 삼진은 벌써 13개나 당했고, OPS(출루율+장타율)도 0.686에 불과하다.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부진이 더 두드러진다. 이정후는 지난해 첫 30경기에서 타율 0.328(119타수 39안타), OPS 0.856으로 활약했다. 삼진도 3개밖에 없었다. 타석당 삼진 수(KK/PA)가 0.02개, 헛스윙 비율이 2.6%로 같은 기간 리그에서 가장 적었다.
반면 올해는 타석당 삼진 수(KK/PA)가 0.09개(7위), 헛스윙 비율이 4.2%(8위)로 치솟았다. 둘 다 여전히 톱10 안에는 들지만, 이정후의 이름값엔 못 미치는 기록이다. 멀티 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 경기도 같은 기간 11경기에서 6경기로 줄었고, 무안타 경기는 5경기에서 10경기로 두 배 늘었다. 이정후는 “생각한 것보다 슬럼프가 길어져 점점 의식하게 됐다”며 “훈련 땐 잘 되다가도 경기 때 안 풀리니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그래도 점차 나아질 조짐이 보인다. 이정후는 지난 10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4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으로 활약했다. 7경기 만에 멀티 히트를 기록하면서 팀의 4연패 탈출에 힘을 실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최근 “한 타석이라도 더 들어서서 감각을 찾으라”는 의미로 이정후의 타순을 3번에서 1번으로 조정했다. 그 효과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이정후는 “앞으로 더 좋아질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이정후는 지난 겨울 타격폼에 변화를 줬다. 내년 메이저리그(MLB) 도전을 앞두고 빅리그 투수들의 강속구에 대처하기 위해 스윙을 간결하게 가다듬었다. 1년간 확실하게 몸에 익힌 뒤 미국에 가겠다는 마음으로 바꾼 폼으로 타격했는데, 정작 한국에서 통하지 않아 스트레스가 커졌다. 이정후는 “가능하면 편하게 치려고 노력한다. 스윙도 지난해와 비슷한 폼으로 돌아갔다. 그래도 소득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 과정에서 좋은 경험을 했다. 기술적으로 많은 도움이 됐고, 원래 하던 타격에 확신을 갖게 됐다”고 했다.
비슷한 과정을 겪은 구자욱(30·삼성 라이온즈)의 조언도 도움이 됐다. 구자욱은 지난 시즌 부상과 부진으로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그 시간을 잘 이겨내고 올해는 예전의 실력을 되찾고 있다. 이정후는 최근 대구 원정길에 만난 구자욱에게 “작년과 똑같이 하는데 이상하게 올해는 안 된다”며 조언을 구했다. 구자욱은 “작년과 올해는 몸 상태와 밸런스가 모두 다르다. 작년에 매달리면 안 된다”고 다독였다. 이정후는 그 후 훈련 전 루틴도 바꿔가며 변화를 모색했고, 점점 답을 찾아가고 있다.
이정후는 키움의 간판스타이자 전력의 핵심이다. 그가 부진한 사이, 키움은 연패를 당하면서 8위로 처졌다. 이정후는 “내게 계속 믿음을 보여준 감독님과 동료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조금만 기다려준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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