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 GRAND BLEU! 블루진에 대한 모든 것
2023. 5. 12. 00:01
젊음과 저항의 상징이자, 광부의 옷에서 오트 쿠튀르에 오르기까지 블루진에 새겨진 그 모든 역사와 순수에 관해.
앤디 워홀은 진짜 블루진을 입고 죽었을까? 그는 왜 블루진을 입고 죽고 싶었던 걸까? 그리고 스티브 잡스는 왜 평생 블루진을 입었을까? 좀 더 패션적으로 이야기해보자. 전설적 패션 에디터 다이애나 브릴랜드는 이렇게 말했다. “블루진은 곤돌라 이래로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유행 따위와는 상관없이 평생 입을 수 있는 가장 친한 친구다.” 모델 장윤주를 비롯한 수많은 패션 전문가와 유명 인사들이 사랑하고 오늘날 우리와 가장 가까운 패션 아이템(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에디터 역시 블루진을 입고 있다)이 된 블루진은 어떻게 오늘과 같은 ‘위대한 베이식’의 반열에 오르게 된 걸까?
「 1965 Jean Seberg 」
스트라이프 티셔츠에 매치한 밑단을 툭 접어 올린 블루진이 멋스럽다.
「 2020 S/S Celine 」
1970년대 레트로 감성의 부츠컷 진을 트렌드로 만든 에디 슬리먼.
「 2021 F/W Couture Balenciaga 」
쿠튀르 피스로 신분 상승한 블루진.
「 2023 S/S Celine 」
이번 시즌 에디 슬리먼은 자신의 상징 스키니 진을 소환했다.
「 Fashion Icons 」
「 History 」
늘 우리와 함께하기에 지극히 동시대적인 아이템이라 느껴지지만 사실 블루진은 유구한 역사를 지닌 클래식 아이템이다. 19세기의 위대한 발명품이라 평가받는 블루진은 1873년 사업가 리바이 스트라우스에 의해 창조됐다. 미국 서부 개척 시대에 천막용 천을 비롯한 여러 직물과 물품을 판매했던 그는 튼튼한 바지를 원한 광부들을 위해 XX라는 이름의 블루 컬러 팬츠를 만들었다. 이후 1890년 이 팬츠에 그 유명한 501이란 제품 번호를 부여했고 그렇게 리바이스 501 팬츠가 탄생했다. 광부와 카우보이들을 위한 작업복으로 이용되던 블루진은 1920~1930년대 골드러시를 다룬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전 세계에 그 존재를 알렸다. 이후 남자 배우들뿐만 아니라 오드리 헵번을 비롯한 수많은 여배우가 블루진을 즐겨 입었다. 그리고 블루진은 1950년대에 반항적인 이미지를 얻게 된다. 영화 속에서 반항아적 매력을 뿜어낸 말론 브란도와 제임스 딘이 블루진을 입었는데, 이 룩이 엄청난 화제를 일으켰기 때문. 이후 록 가수들과 히피, 반전 시위자들이 블루진을 입기 시작하며 1960년대에 블루진은 반문화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젊은 세대의 블루진에 대한 사랑은 계속 커져만 갔고, 결국 1970년대 후반 하이 패션계가 주목하기에 이르렀다. 캘빈 클라인은 1976년 런웨이에 블루진을 올린 첫 디자이너로, 그의 룩은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1980년대 브룩 실즈의 캘빈클라인, 클라우디아 시퍼의 게스 캠페인은 블루진에 관능적인 이미지를 불어넣었다. 그렇게 하나의 강력한 문화적 아이콘이 된 블루진은 1990년대 베르사체, 돌체앤가바나, 디올과 같은 럭셔리 하우스들이 블루진 시장에 진출하며 패셔너블한 아이템으로 거듭났다. 이제 하이엔드 레이블의 런웨이에 블루진이 등장하는 것은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다. 수많은 디자이너가 블루진을 끊임없이 재해석해 왔고, 그중 몇몇 디자이너들은 트렌드를 변화시켜나갔다. 대표적인 디자이너가 바로 에디 슬리먼. 남자들의(심지어 칼 라거펠트도) 과도한 다이어트를 불러온 디올 옴므 시절의 맨스 스키니 진, 셀린느 하우스에서 부활시킨 부츠컷 진, 그리고 이번 시즌의 스키니 진까지 브랜드를 옮길 때마다 블루진을 중요 아이템으로 다루고 있다. 그리고 2021년 블루진은 오트 쿠튀르 런웨이에도 올랐다. 뎀나에 의해 50년 만에 돌아온 발렌시아가 쿠튀르를 통해 작업복에서 쿠튀르 피스로 신분이 상승했다. 그리고 블루진은 시대에 따라 컬러와 워싱, 실루엣이 변화해왔다. 블루진을 상징하는 패션 아이콘들의 룩에서도 느낄 수 있듯, 블루진은 다양한 형태로 우리의 삶에 늘 함께해왔다.
「 From the Runway 」
이브 생로랑이 이토록 사랑한 블루진은 수많은 디자이너에 의해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있다. 스텔라 맥카트니와 VTMNTS의 런웨이엔 맨스 팬츠를 입은 듯 여유로운 실루엣의 블루진이 올랐다. 이런 핏이 가장 쿨하다. 탱크톱과 매치한 디올의 룩도 마찬가지. 티비의 스타일링도 재미있는데, 재킷을 톱처럼 팬츠 안으로 넣어 입었다. 최첨단의 트렌드는 셀린느와 지방시 컬렉션을 통해 부활한 스키니 진. 유니크한 디자인을 원한다면? 뒤집어 입은 듯 보이는 디자인을 제안한 베트멍, 스터드 장식을 더한 아크네, 패치워크로 화려함을 살린 넨시 도자카, 컷아웃으로 파워를 보여준 쿠레주를 참고하자. 실험 정신이 가득한 디자이너들도 만날 수 있다. 보테가 베네타의 매튜 블라지는 블루진처럼 가죽 팬츠를 가공해 블루진의 소재를 하이엔드화했고, 글렌 마틴스는 디젤을 위해 레이스·시스루 디테일을 데님에 접목하거나 해체주의적 작업을 더하는 등 블루진을 다채롭게 변주하고 있다. 이렇듯 블루진은 이제 디자이너들이 지속적으로 탐구하게 만들 만큼 하나의 완벽한 아이콘이 됐다.
「 How to Wear? 」
마크 제이콥스의 말처럼 에디터 또한 에포트리스 시크의 관점에서 블루진과 티셔츠의 조합을 가장 사랑한다. 블루의 청명함을 극대화하는 화이트 컬러의 기본 티셔츠와 탱크톱 같은 것들 말이다. 빅토리아 베컴과 켄들 제너의 룩을 참고하면 된다. 셔츠를 매치하는 것도 당연히 멋지다. 에마뉘엘 알트처럼 화이트 셔츠 또는 블루 셔츠와 함께 입으면 세련되고 지적으로 보일 수 있다. 또 다른 데님 아이템을 매치해 ‘청청 패션’으로 즐기는 것도 파워풀한 데님 룩을 연출할 수 있는 방법. 아우터를 걸치고 싶다면 모던한 재킷이나, 스포티한 아노락, 엄마 신디 크로퍼드의 1980년대 공항 룩과 비슷한 룩으로 화제에 오른 카이아 거버처럼 가죽 재킷이 좋겠다. 사실 블루진은 그 어떤 아이템과도 잘 어울린다. 지방시 컬렉션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클래식한 트위드 재킷과도 잘 어울리지 않던가! 넨시 도자카처럼 시퀸 톱과 같은 화려한 상의와 매치하면 파티 룩으로도 손색없으니, 그냥 입고 싶은 아이템과 마음껏 매치해 자유롭게 즐겨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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