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포커스] "이제는 성과" 한화, 여전했던 수베로 감독...엇갈린 시선, 정해진 결말

차승윤 2023. 5. 11.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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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가 11일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경질을 공식 발표했다. 사진=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한화 이글스는 3년 차 수베로 호에 성과를 원했고,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여전했다. 결국 수베로 호는 2023시즌이 중반에 접어들기도 전에 선장을 바꾸게 됐다.

한화는 11일 밤 수베로 감독의 전격 경질을 발표하고 최원호 퓨처스(2군)리그 감독을 1군 정식 감독으로 선임했다.

이례적이다. 당일 1군 경기가 끝나고, 그것도 경기 승리와 위닝 시리즈로 마친 날 1군 감독 경질을 발표하는 경우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한화의 현재 순위는 10개 팀 중 9위. 성적이 이유라고 말한다면 납득이 가능하나 시점이 일반적이지 않다.

당연히 결정은 경기 이전에 났다. 손혁 한화 단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오늘 최종 결정이 났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기 전 빨리 발표를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고, 최원호 감독과는 오전 퓨처스 경기가 끝난 후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잠시 후에도 좀 더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결정은 이미 났지만, 경기 전 발표를 할 수 없으니 경기 종료 후 전해졌다는 의미다. 실제로 한화 1군 선수단은 수베로 감독 본인을 비롯해 경기 중 경질 소식을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질 이유는 결국 성적이다. 정확히 말하면 '리빌딩 3년 차' 시점에서의 방향성에 대해 구단과 수베로 감독의 시각 차가 컸다. 손혁 단장은 "지난 시즌 끝나고도 구단은 감독 교체에 대해 고민이 있었다. 하지만 수베로 감독이 지난 2년 동안 선수단과 리그 파악을 마쳤다고 생각해 1년 더 함께 갔다"며 "그러나 포지션, 타순, 투수의 역할 등 선수 기용에 대해 실험적인 부분이 올해도 계속됐다. 구단은 포지션과 보직 문제 등이 올해 뚜렷해져야 내년 시즌 더 나은 승부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화는 올 시즌 준비 과정에서 이전과 다른 모습이 여럿 있었다. 채은성(6년 총액 90억원)을 비롯해 FA(자유계약선수) 영입이 여럿 이뤄졌고, 노시환과 정은원 등 젊은 주축 선수들도 연차가 쌓인 만큼 시행착오 대신 활약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 따랐다. 아끼던 유망주 문동주도 개막전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그러나 4월 결과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최하위를 맴돌았다. 특히 투수 등 선수 기용에 대한 불만들이 쏟아졌다. 마무리 투수, 셋업맨 등이 확실하지 않아 승리를 확정하지 못하고 패한 경기도 많았다. 수베로 감독이 1군 감독답게 승부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따랐다.

길었던 논의에 따른 결과라고는 해도, 팀이 5월 반등한 시점에서 경질 발표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혁 단장은 이에 대해 "선수들의 보직이 자리 잡아야 내년에 승부를 볼 수 있고 그 부분을 남은 시즌 중요한 단기 과제로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 연패 기간에 논의를 했고, 오늘 그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한화도 수베로 감독이 보여준 육성 방향성을 폄하하는 건 아니다. 손혁 단장은 "수베로 감독은 어려울 때 팀을 맡아 흔들리지 않고 팀 리빌딩을 이끌어줬다. 특히 선수 관리에 전념한 부분, 한 베이스 더 가는 야구를 선수단에 이식해준 부분 등에 대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경질 시점에 대한 의문이 클 뿐, 최원호 감독 선임에 대해서는 준비된 인사에 가깝다. 최 감독은 이미 앞서 2020년 당시 한용덕 감독이 경질된 후 감독 대행으로 팀을 이끈 바 있다. 손 단장은 "최원호 감독은 앞서 2020년도 대행으로 팀을 이끌어봤고, 지금 성장해 1군에 자리잡은 선수들도 대행 때 지도해본 바 있다. 빠르게 내부 수습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부드러워 보이지만, 카리스마도 갖춘 인물"이라고 기대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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