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당시 광주기독병원 의료활동, 사진으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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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광주의 모습을 그린 영화 '택시운전사'(장훈 감독, 2017)에서는 부상자들이 병원으로 끊임없이 몰려 들어온다.
광주기독병원(병원장 최용수)은 5·18 민주화운동 43주년을 맞아 광주광역시 남구 양림로에 있는 병원 로비 제중역사관 앞에서 5·18의료활동 사진전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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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미 남장로교 선교사 마르타 헌트리 여사가 사진 제공
1980년 5월 광주의 모습을 그린 영화 ‘택시운전사’(장훈 감독, 2017)에서는 부상자들이 병원으로 끊임없이 몰려 들어온다. 이 장면이 연출이 아니라 실화였음을 증명하는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광주기독병원(병원장 최용수)은 5·18 민주화운동 43주년을 맞아 광주광역시 남구 양림로에 있는 병원 로비 제중역사관 앞에서 5·18의료활동 사진전을 진행 중이다. 오는 22일까지 이어지는 사진전에서는 외신 기자들의 모습과 부상자를 위해 헌혈하는 의료진의 모습 등을 비롯해 일자별 의료활동 통계와 총상환자 치료 통계 등도 볼 수 있다.
계엄군의 집단 발포가 있었던 5월 21일. 당시 춘태여자상업고등학교(현 전남여자상업고등학교) 3학년이던 박금희 양은 헌혈을 호소하는 가두방송을 듣고 광주기독병원으로 향한다. 헌혈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박 양은 병원을 나선 지 불과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싸늘한 주검으로 다시 병원으로 돌아온다. 계엄군의 총격에 희생당한 박금희 열사다. 박 열사를 비롯해 당시 헌혈에 참여했던 시민들과 이들을 치료했던 의료진들의 사투가 담긴 사진들도 눈길을 끈다.
당시 응급실을 찾은 25세 남성의 수술기록지에는 다급했던 상황이 묻어난다. 기록지에는 ‘총상에 의한 관통상, 혈흉 다발성 장·횡경막·위 천공 비장 파열, 응급 수술’이라고 적혔다. 총상 환자의 X-ray 사진에는 우측 갈비뼈를 관통한 총알의 선명한 모습이 담겼다. 수술 시 빼낸 5발의 총알과 5개의 파편도 고스란히 사진으로 남았다.
이토록 많은 사진이 남은 건 그만큼 많은 부상자들이 이곳으로 모였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당시 광주기독병원은 공휴일(석가탄신일)이었지만 정상 근무를 했다. 모든 의료진이 대기상태였다. ‘기독병원’은 이름 때문일까. 사태 이전부터 이곳에선 치료비 걱정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심정적 기대감이 있었다. 선교사들의 영향력이 남아있던 곳이어서 신변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도 시민들의 발걸음을 광주기독병원으로 옮기게 했다.
당시 병원은 전 직원에게 비상소집을 걸어 휴가 중이던 직원들도 모두 병원으로 복귀시켰다. 모든 의료진은 응급실로 배치됐다. 장기전에 대비해 혈액 산소 약품 식량을 충분히 확보했고 전 직원이 헌혈에 참여했다. 치료에는 시민군과 계엄군을 가리지 않았다.
병원 관계자는 1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광주기독병원은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부상당한 시민들을 헌신적으로 치료한 민주의료 현장”이라며 “당시 신앙적 양심으로 정의를 지킨 그리스도인들의 역할을 조명하고 고난당한 이웃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나타내기 위해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광주기독병원은 1905년 미국남장로교 의료선교사 놀란이 설립한 병원이다.
한편 이번 사진전에는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마르타 헌트리(전 미국남장로교 선교사) 여사가 제공한 자료들이 활용됐다. 헌트리 여사는 남편인 고 헌트리 목사와 함께 1980년 5월 민주화운동 당시 상황과 진실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일에 앞장섰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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