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강제동원 피해자 양영수 할머니 향년 93세 별세

일본에 강제동원 됐던 양영수 할머니가 11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사진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연합뉴스

일제 강제동원 피해 당사자 양영수 할머니가 11일 일본의 사죄를 받지 못한 채 별세했다. 향년 93세.

11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에 따르면 양 할머니는 1944년 광주 대성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두 달 만에 미쓰비스중공업 나고야 항공기제작소로 끌려갔다.

양 할머니의 생전 진술에 따르면 그는 ‘일본에 가면 돈도 벌고 공부도 공짜로 할 수 있다’는 일본인 교사의 권유를 받고 일본행을 택했다. 아버지는 늘 일본 경찰에 쫓겨 다녔고, 오빠는 징용으로 끌려간 상황이라 주변의 판단을 구할 새도 없었다.

양 할머니는 “내가 일본에 조금이라도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버지를 덜 괴롭힐 것이고, 돈을 벌면 집안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순진한 생각을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에서의 생활은 감옥살이와 다름없었다. 양 할머니는 해방 이후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자신을 ‘위안부’로 오인하던 곱지 않은 시선에 일본에 다녀왔다는 얘기를 하지 못했다.

그러다 2014년 2월 미쓰시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 원고로 참여한 그는 1·2심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1억원을 배상하라는 승소 판결을 받았다. 상고심은 2018년 12월부터 지금까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평생을 강제 동원 피해의 상처를 안고 지내야 했던 양 할머니는 이날 노환으로 세상으로 떠나게 됐다. 그는 슬하에 딸 한 명이 있으며 빈소는 대구기독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13일, 장지는 대구 명복공원이다.

이수민 기자 lee.sumi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