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버 먹방 소리, 스트레스 17% 감소" 영상은 사실일까 [오마이팩트]
[강석찬 기자]
▲ 인스타 @uzzagram - "스트레스를 받을 땐 양배추를 찢어먹는 비버를 보자" 릴스 영상 인스타 |
ⓒ @uzzagram |
비버가 흰 양배추 먹는 소리가 스트레스를 17% 줄인다고?
최근 SNS를 통해 '비버가 양배추를 먹는 소리만으로 스트레스가 줄어든다'는 주장이 담긴 영상이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해당 영상에서는 "비버가 흰 양배추를 찢어 먹는 소리를 들으면 일시적으로 스트레스를 17%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영상은 ASMR(자율 감각 쾌락 반응) 같은 심리적 안정감이 있는 소리와 귀여운 비버 모습을 앞세워, 5월 11일 기준 인스타그램 '좋아요' 10만 개와 댓글 약 7천 개를 넘기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뇌과학전문가 인터뷰와 관련 논문들을 통해 '비버가 양배추를 먹는 소리가 스트레스를 낮춘다'는 주장을 검증했다.
'비버 먹방' 영상, 3년 전 트위터에서 이미 화제
▲ 트위터 @Dick King-Smith HQ - "비버가 열심히 흰 양배추를 씹는 소리를 들으면 일시적으로 스트레스 수준을 최대 17%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
ⓒ 트위터 @Dick King-Smith HQ |
해당 인스타그램 게시물의 출처는 트위터 'Dick King-Smith HQ' 계정이었다. 지난 2020년 10월, 이 계정에서 "Studies have shown that listening to the sound of beavers enthusiastically munching on white cabbage can temporarily reduce stress levels by up to 17%.(비버가 열심히 흰 양배추를 씹는 소리를 들으면 일시적으로 스트레스 수준을 최대 17%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라는 영상이 게재됐다.
이 게시물 또한 조회 수 약 430만 회, '좋아요' 약 13만 9천 개를 기록했다. 다만 이 게시물에서도 어떤 연구(Studies)를 토대로 한 주장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 citizenme 사이트 "이것은 사실입니다 : 비버가 양배추를 먹는 것은 당신의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도움을 줍니다!" |
ⓒ citizenme 사이트 |
'비버 먹방 소리를 들으면 스트레스가 17%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국내외 학술지 등을 찾아본 결과, 외국의 한 데이터플랫폼 사이트에서 그 근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2020년 10월 똑같은 비버 영상을 주제로 '시티즌 미(Citizen Me)' 사이트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한 인터넷 설문조사 결과였다. 이 설문조사는 네티즌 924명을 대상으로 '비버가 양배추를 먹는 영상'을 보기 전과 후 스트레스 지수가 얼마나 낮아졌는지 비교하는 방식이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버 동영상을 보기 전과 후 '스트레스를 전혀 느끼지 않는다(I don't feel stressed at all)'는 응답이 12.86%에서 30.84%로 17%p 증가했다.
뇌과학 전문가들 "과학적 실험 결과 아냐"
뇌과학 전문가들은 해당 설문조사 결과가 과학적인 실험 연구 결과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김래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바이오닉스연구센터 선임 연구원은 11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인터넷 설문조사는 재미로 봐야지, 신뢰성이 떨어지는 조사이기 때문에 과학적 연구 결과라고 하기는 미흡하다"고 설명했다.
권정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도 11일 <오마이뉴스>에 "단순한 의미의 설문조사일 뿐, 과학적인 실험 결과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과학적 실험을 하려면 피실험자들의 개별적 특성(ADHD, 우울증 등)을 고려해 참여 대상을 제한하고 이들이 영상을 보는 환경을 동일하게 통제했어야 했다. 또한 영상을 시청한 후, 편견이 개입될 수 있는 설문조사 방식이 아닌 객관적인 스트레스 지표를 확인할 수 있는 혈액 혹은 뇌파검사 등을 진행해야 한다.
▲ ‘ASMR과 귀의 청각 박동이 스트레스 감소에 미치는 영향 비교: 시범 연구’(2022) 결과,PSS 값은 22.63에서 16.16으로 BDI-II 값은 24.45에서 12.32로 하락했다. |
ⓒ NatureResearch |
'ASMR과 귀의 청각 박동이 스트레스 감소에 미치는 영향 비교: 시범 연구'(이민지, 이혁주, 안준석, 홍정경, 윤인영, 2022년 )에 따르면, 피실험자들에게 ASMR을 들려줬을 때 불안이 해소되고 스트레스가 완화되는 효과가 있었다. 피실험자들이 3주 동안 잠들기 전과 낮에 15분 동안 ASMR이나 BB(뇌파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소리)를 들었을 때 '지각된 스트레스 척도(PSS)'와 '벡 우울 지수 II(BDI-II)' 점수가 유의미하게 향상됐다.
▲ ‘ASMR이 대학생의 불안, 스트레스, 수면의 질에 미치는 영향’(2022) 논문에 따르면, 상태 불안은 11.97점, 특성 불안은 12.93점, 스트레스는 0.77점 줄었다. |
ⓒ The Journal of the Conver |
<문화기술의 융합>에 실린 'ASMR이 대학생의 불안, 스트레스, 수면의 질에 미치는 영향'(박선아·임희수, 2022년, 국제문화기술진흥원) 논문에서도 ASMR이 불안, 스트레스, 수면의 질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시험을 앞둔 불안 상태에서 ASMR 청취한 피실험자들의 상태 불안은 11.97점, 특성 불안은 12.93점, 스트레스는 0.77점 줄어든 결과가 나왔다.
"ASMR과 스트레스 감소 메커니즘은 규명 못해"
그러나 아직 ASMR이 스트레스를 어떻게 낮추는지 구체적인 의학적 기전(메커니즘)은 설명할 수 없다. 권정태 교수는 "ASMR 청각 자극이 어떤 방식으로 처리되는지 그 메커니즘을 명확하게 밝혀야 하는데, 아직 관련된 자세한 연구는 발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각 자극을 처리하는 영역이 뇌신경 회로를 거쳐 스트레스 지표인 신경호르몬 등의 변화가 나타나는 과정을 일일이 증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권 교수는 "현재까지 그렇게 자세한 연구는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씩 임상적인 스트레스 완화 효과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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