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치]세계 최고 갑부 '만수르家', "美주식 떨어진다"
원자재·가상화폐 투자 비중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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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부자로 꼽히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왕가의 투자회사 로열그룹이 글로벌 경기 침체를 우려해 미국 주식 하락에 베팅했다. 반면 원자재나 가상화폐 투자 비중은 확대하고 나섰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로열그룹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미국 주식 비중을 축소하고, 미국 단기 국채 비중을 늘렸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로열그룹은 연초 미국 증시가 하락할 것으로 보고 미 주식에 수십억 달러(약 수조 원) 규모의 '숏(매도)' 포지션을 구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공매도한 주식이나 업종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미국, 유럽 주식과 기타 자산에 최대 100억 달러(약 13조300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었다. 미국 투자를 통해 지난해 말 일부 차익도 실현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미국 지역은행이 잇따라 붕괴하고 세계 경기 둔화 전망까지 짙어지자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블룸버그는 전문가를 인용해 은행 위기로 인한 신용 경색에다, 고유가·인플레이션 및 성장률 둔화가 지속될 경우 미국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이른 7월께 도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로열그룹이 공매도를 통해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이익을 거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블룸버그는 "그들(로열그룹)은 지금 주식 매수 종목 리스트를 수정하고 있다"면서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개선되고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를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낼 경우 미국 주식 노출 비중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로열그룹은 UAE 아부다비 왕가의 투자 회사로 왕실 재산을 관리한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아부다비 가문의 순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최소 3000억 달러(약 400조 원)로, 수년째 세계 1위였던 미국 월마트를 소유한 월튼 가문(2250억 달러·약 300조 원)을 제치고 가장 부유한 가문으로 올라섰다. 맨체스터 시티 축구단, 파리 북부의 바이용 성, 런던의 버클리 스퀘어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을 소유했지만 핵심은 금융부터 로봇공학에 이르기까지 2만7000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로열그룹과 같은 투자회사란 게 외신의 분석이다.
UAE는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의 6%를 보유해 막대한 오일머니를 자랑한다. 아부다비 왕가는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한 왕성한 투자를 통해 가문의 부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수 리한나의 의류 브랜드, 빅데이터, 패스트 푸드,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X'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그중에서도 핵심 투자회사로 꼽히는 로열그룹은 UAE 대통령이자 아부다비 군주인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의 동생인 셰이크 타눈 빈 자예드 알 나흐얀이 이끈다. 우리나라에서 중동 갑부로 잘 알려진 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흐얀의 형이기도 하다. 셰이크 타눈은 로열그룹 회장 뿐 아니라 7900억 달러(약 1050조 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UAE 국부펀드인 '아부다비 투자청' 회장도 맡아 아부다비 왕실에서 가장 강력한 사업가로 급부상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전 세계 금융 시장에 자금이 마른 상황에서 로열그룹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영향력 있는 선수로 급부상하고 있다"며 "로열 그룹은 석유가 넘치는 걸프 국가의 다각화 전략을 위한 주요 수단이 돼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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