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前정부서 軍 골병 들었다…제2창군 수준으로 변화해야"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과거 정부에서 국군 통수권자가 전 세계에 ‘북한이 비핵화할 것이니 제재를 풀어달라’고 해 결국 군이 골병이 들고 말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청사에서 주재한 국방혁신위원회 첫 회의에서 “(과거) 정부가 정치이념에 사로잡혀 북핵 위험에서 고개를 돌렸다. 이런 비정상화를 정상화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
해당 발언은 윤 대통령이 국방부가 추진하는 ‘국방혁신 4.0’의 목표를 두고 “위험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우리 군의 최첨단 과학기술을 적용하는 것”이라며 “적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나왔다.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을 내세웠던 전임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국방혁신위 부위원장 역할을 맡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은 “당장에라도 싸울 수 있는 군이 되도록 준비하는 동시에, 작지만 강한 군대를 만들기 위해 첨단과학기술을 군사작전 개념에 접목할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공개 모두발언에선 제2 창군 수준의 대대적인 변화를 군에 주문했다. 먼저 “취임 후 국군 통수권자의 책무를 맡아보니 개혁과 변화가 정말 시급하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작년 하반기에 에릭 슈미트 전 구글 CEO가 위원장으로 있는 미국의 국방혁신자문위원회를 한번 벤치마킹을 해봤다”고 소개했다. 미국 국방부가 국방부 혁신자문위원장에 슈미트 전 CEO를 임명하고 실리콘밸리의 최신 IT(정보·기술)를 국방부에 소개·적용하는 임무를 부여했는데, 이를 롤모델 삼아 국방혁신위를 신설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북핵 위협이 고도화되고 있는 등 안보 환경이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며 “군의 운영 체계, 소프트웨어, 하드웨어에 대해 창군 수준의 대대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제2 창군 수준의 대대적인 변화가 있어야 이길 수 있는 전투형 강군을 만들어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국방 혁신의 목표로 “고도화되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압도적 대응 역량을 갖추고 대내·외 전략환경 변화에 부합하는 효율적인 군 구조로 탈바꿈해,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또는 감히 싸움을 걸어오지 못하게 하는 강군으로 우리 군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우리 군의 능동적 억제대응 능력을 보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북한 전 지역에 대한 정찰감시와 분석 능력, 목표를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는 초정밀 고위력 타격능력, 복합·다층적인 대공 방어능력을 충실하게 확보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북한의 이런 도발 심리를 사전에 억제할 압도적인 전력을 보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전략사령부 창설 구상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3군의 합동성을 강화하면서 각 군의 분산된 전력능력을 통합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전략사령부 창설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략사령부 창설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포함된 내용으로, 군은 2024년 창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형 3축 체계를 구현할 핵심 전력인 F-35A 전투기, 정찰위성, 패트리엇 미사일,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L-SAM) 등을 비롯해 사이버전력과 우주전력을 통합적으로 지휘한다는 게 윤 대통령의 구상이다.
윤 대통령은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군의 지휘통제 체계도 최적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드론, 로봇 등의 유·무인체계를 복합적으로 운영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부대 구조와 작전 수행 개념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 앞서 국방혁신위 출범식이 진행됐다. 국방혁신위는 지난해 12월 제정된 대통령령에 근거해 신설된 대통령 직속 위원회다. 국방혁신 추진 계획, 부처 간 정책 조율, 법령 제·개정과 예산 확보 등을 논의한다. 위원회는 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조태용 국가안보실장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 민간위원 8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된다. 김 전 장관을 비롯해 김인호 전 국방과학연구소장, 김승주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교수, 김판규 전 해군참모차장, 이건완 전 공군참모차장, 정연봉 전 육군참모차장, 이승섭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교수, 하태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민간 위원으로 위촉됐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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