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결정 지연 속 가스공 미수금 12조, 한전도 5조 적자 예고
'정치 요금'으로 변질된 전기·가스 요금 인상 결정이 40일 넘게 표류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가스공사의 도시가스 미수금은 12조원 가까이 쌓였고, 한국전력도 올해 1분기에만 5조원대 적자 실적을 받아들 판이다.
11일 가스공사가 공시한 올 1분기 영업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말 8조6000억원이던 도시가스 미수금 누적액이 11조6000억원으로 3조원 늘었다. 1분기 가스요금이 동절기 서민 부담을 이유로 동결된 데다, 국제 LNG(액화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이 지속했기 때문이다. 가스공사 미수금은 2021년 말 1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8조원대로 빠르게 늘었고, 올해도 증가세가 멈추지 않았다. 미수금은 천연가스 수입 대금 중 가스 요금으로 회수되지 않은 금액으로, 그만큼 가스공사의 경영 부담이 악화했다는 의미다.
지난해 역대 최대인 32조6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한전 상황도 다르지 않다. 올해 1분기 전기료를 ㎾h(킬로와트시)당 13.1원 올렸지만, 여전히 전기를 팔수록 손해가 커지는 가격 구조다. 이에 따라 12일 발표될 한전의 1분기 실적은 '마이너스(-)' 행진을 벗어나지 못할 게 확실시된다. 주요 증권사 실적 전망치(컨센서스)에 따르면 5조5000억원 가까운 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를 해소할 2분기 전기·가스료 결정은 지지부진하다. 당초 11일로 예정됐던 당정 협의회가 취소되는 등 요금 인상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한전·가스공사는 12일 결의대회 형식으로 자구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하지만 다음 주 초에 열릴 가능성이 큰 당정 협의 일정은 유동적이다.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전기료 인상 폭(㎾h당 7원 안팎)도 한전의 천문학적 적자 해소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달 중순에 7원 오른다고 해도 올해 줄일 수 있는 적자 폭은 약 2조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연간 손실의 10%에 못 미친다. '국민 부담'을 내세운 여당 목소리에 정부가 내세운 '단계적 인상' 계획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빠른 요금 현실화와 공기업 경영 혁신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치적 입김에서 자유로운 독립적인 요금 결정 기구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3~4분기는 이른바 '냉방비·난방비 폭탄'과 내년 총선 때문에 요금을 더 올리기 힘들 것이다. 그나마 국제 에너지 가격이 안정적이고 수요가 적은 2분기에 최대한 올려야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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