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는 왜 '증인' 유동규의 말을 끊었을까
[김종훈 기자]
▲ 법정 향하는 유동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뇌물수수 혐의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증인신문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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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 심리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5차 공판. 이날 피고인 이재명 대표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직접 신문했다.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그의 진술을 하나하나 따져가며 질문을 이어갔다. 이 대표의 공세에 유 전 본부장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재명 : "하나만 물어볼게요. 위례신도시 개발 건을 김문기와 함께 나한테 대면 직보했다고 했어요. 아닙니까?"
유동규 : "위례 자체 건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김문기와 둘이서 처음에 가서 시장님한테 보고한 건 맞습니다. 위례 관련해서 김문기랑 왔는지는..."
이재명 : "아까 한참 위례 관련해서 보고를 많이 했다 했는데..."
유동규 : "위례 관련해서 보고가 많이 이뤄졌는데, 김문기와 갔는지는 명확하지 않고요. 저는 시장님한테 여러 차례 보고 했었죠."
이재명 : "위례 관련 일정이 빡빡했고 '미래에셋' 관련 문제가 있어서 보고를 김문기하고 같이 했다고 했거든요. 지금은 아니란 겁니까?"
유동규 : "김문기하고 갔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결국 재판장인 강규태 판사는 증인석에 앉은 유동규 의 말을 중간에 끊고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증인(유동규), 지금 증언이 왔다갔다하긴 해요. 아까 김문기씨랑 위례사업 관련해서 보고했다고 증언했어요."
이처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혐의 재판이나 대장동 의혹 관련 재판에 핵심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는 유동규 전 본부장의 진술이 오락가락하는 경우가 생기면서 재판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피고측 변호인들도 유 전 본부장이 내놓는 진술의 신빙성을 흔들기 위해 법정에서 강한 공세를 펴고 있다.
▲ 정진상, 법정으로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428억 약속·뇌물'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 최유진 |
지난 2일 열린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당대표실)의 뇌물 혐의 공판에서 정 전 실장 측 변호인은 유 전 본부장이 건넸다고 주장하는 뇌물의 출처와 전달 방식이 진술마다 달라진다고 공세를 폈다.
변호인 : "증인은 김용에게 줬다는 1억 원의 출처는 김만배에서 남욱으로 변경했고, 정진상에게 줬다는 5000만 원 출처는 김만배에서 김만배 또는 남욱으로 바꿨다가 법정에서는 다시 김만배로 변경했는데 진술이 수시로 바뀌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유동규 : "지금 변호사님 말에, 수시로 변경했다는 것이 맞는 말일 수도 있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어떤 진술을 함에 있어 그 과정들은 사실 명확하게 기억나지 않습니다. 정확하게 기억나는 부분은 돈 전달한 부분, 그 생각만 기억납니다."
변호인 : "돈 준 장면은 명확히 기억난다고 말씀하셨죠?"
유동규 : "예, 준 장면은 정확하게 기억납니다."
변호인 : "증인(유동규)은 김만배로부터 받은 돈을 쇼핑백에 받은 그대로 정진상에 전달했다 했죠?"
유동규 : "그게 제 기억상에는 그 옆에 편의점이 있던 걸로 기억합니다. 거기서 봉지를 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예전 정진상한테 3000만 원 줄 때 비닐 (사용했던) 기억이랑 오버랩될 수 있지만 확실히 기억하는 건... (중략) 그 집에서 검은 비닐 두 개를 받아서 거기에 아마 담아주지 않았을까라고 생각을 했던 거고요. 그때 받은 쇼핑백으로 전달했는지 검은 봉지에 넣어서 줬는지 그건 사실 명확하지 않습니다."
변호인 : "아까 김만배한테 돈 받은 즉시 줬다고 하지 않았나. 방금 전 그렇게 진술했습니다. 그런데 방금은 또 쇼핑백에 넣은 채로 줬는지 비닐에 넣었는지 확실치 않다고 했습니다."
유동규 : "거기 김만배 만난 대로변 바로 인근에 편의점 하나 있어요. 쇼핑백보다는 아무래도 비닐봉지로 전달하는 방법을 보완해서 하지 않았을까. 왜냐면 머릿속에 비닐봉지 두 장을 얻었던 기억이 나기 때문에 쓸데없이 봉지 얻을 필요 없잖아요. 그래서 갖다가 줬을 거다 생각은 했거든요. 근데 제가 진상이형 집 앞에서 줄 때는 그게 질감이 머릿속에서 그때 당시에 쇼핑백이었나 이게 비닐이었나 이것에 대해서는 확신은 없습니다."
결국 이날 공판에서 유 전 본부장은 정 전 실장 측 변호인의 연이은 공세에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며 "누가 무죄가 되든, 유죄가 되든 내 증언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 밝혀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호인이 재차 "거짓말이 탄로 나 위기에 봉착했다"고 추가로 공세를 이어가자 유 전 본부장은 피고인석에 앉은 정 전 실장을 노려보며 "왜 모욕을 하느냐. 정진상씨. 이렇게 해도 되겠느냐"고 고함을 쳤다. 그러면서 유 전 본부장은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울먹이며 호흡 곤란을 호소했고 재판은 중단됐다.
이날 재판을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 재판장인 조병구 판사도 유 전 본부장을 향해 "(진술) 두 개가 혼재됐다", "증인(유동규) 기억을 명확히 하고, (상황에 대해) 기억이 나는 대로 답하라"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 공판 참석하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불법 대선 자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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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진행된 정진상 전 실장의 공판에서도 변호인 측의 공세가 이어졌다. 정 전 실장 측 변호인은 유 전 본부장을 향해 "뇌물은 대가성이 있는 돈이어야 하는데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은 민간업자들의 주요 5대 요구사항을 왜 하나도 안 들어준 것이냐"고 추궁했다. 이에 유 전 본부장은 "(정 전 실장의) 동생이라는 칭호를 받은 그 자체가 혜택"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이날 유 전 본부장은 정 실장 측 변호인이 자신의 진술 번복 내용을 이용해 신뢰성 여부를 재차 파고들자 재판과는 무관한 '폭로'를 예고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휴정 시간에 홀로 "안 하려 했는데 정진상 반대신문을 해서 어떤 놈인지 다 밝힐 것이다. 술집 가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다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태도 또한 재판부의 우려를 샀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을 향해 "합리적이고 차분하게 재판에 임해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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