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 덕분에 싱가포르에서 관심 받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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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혜 기자]
나는 싱가포르 사람들이 내 국적을 물어볼 때 기분이 좋다. 한국 사람이라고 말을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에게 호감을 보인다. 사실 내가 한국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전에 먼저 알아차리는 사람들도 많다. 어딘가 모르게 얼굴 생김새가 다른 데다가 내가 구사하는 영어도 다르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사람들은 영국식 영어에 중국어나 말레이어 억양이 섞인 싱글리시를 많이 쓰지만 나는 미국식 영어에 가까운 말을 한다.
처음 본 사람들과 우연히 한국말로 인사할 때가 있다. 커피숍에서 커피를 주문할 때 직원들이 멤버십 카드에 적힌 내 이름을 보고서 한국 사람인지 물어볼 때가 있다. 한국말을 조금 배웠다고 하면서 내게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 멋쩍은 웃음을 짓는다.
택시 안에서 기사님과 이야기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영어 억양이 달라서 내가 싱가포르 사람이 아닌 걸 금방 눈치챈다. 한국 사람인지 묻고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시는 분들이 있다.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도 직장인들도 많다. 한국말은 못 하지만 한국 여행이나 한국 음식, 한국 드라마 등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아주 많다.
"한국에 가 봤어요!"
"이번 휴가에 한국에 여행을 갈 거예요!"
한국은 싱가포르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이다.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2020년 10월, 싱가포르 스트레이츠 타임스 신문이 온라인으로 실시한 투표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다.
▲ 싱가포르 리츠칼튼 밀레니아 호텔에서 바라 본 풍경 |
ⓒ 황성혜 |
내 주위에 한국 여행을 한 적이 있는 싱가포르 사람들이 많이 있다. 자신들이 경험한 한국 여행에 대해 신나서 이야기한다. 한국에서 어디에 갔는지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쭉 나열하면서 내 반응을 본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우와, 재미있었겠다, 좋았겠다, 맛있었겠다"라고 말하며 맞장구를 쳐 준다.
며칠 전 잘 알고 지내는 이웃이 제주도로 자유여행을 떠났다. 그들은 3박 4일 일정으로 자전거여행을 계획했다. 자전거를 타고서 빼어나게 아름다운 제주 풍경도 감상하고 현지 음식도 맛볼 것이라고 했다. 요즘은 이렇게 자전거여행, 템플스테이, 한옥스테이 등과 같은 체험 관광이 여행 트렌드라는 말을 덧붙였다.
"한국 음식이 정말 맛있어요!"
"김치를 좋아해요!"
내 주위에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싱가포르 사람들이 많이 있다. 김치 마니아들도 꽤 많다. 나와 친하게 지내는 현지 친구는 포장 김치를 사놓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먹는다. 가끔 내가 겉절이를 담가 친구에게 나눠 주면 특별히 맛있게 담근 것도 아닌데 온 식구가 맛있게 먹었다고 아주 고마워한다. 얼마 전 택시에서 만난 기사님도 한국 여행을 다녀오면서 배추김치 10kg을 사 왔다고 했다. 가족들이 모두 김치를 아주 좋아한다고 했다.
현지 친구들이나 동료들과 밥을 먹을 때 한식당에 자주 간다. 단골메뉴는 주로 비빔밥, 김밥, 떡볶이, 부대찌개, 해물파전, 잡채, 바비큐, 순두부찌개 등이다. 친구들은 나와 밥을 먹으면서 "맛있어요!"라고 말하며 연신 감탄한다. 우리 집 근처 한국 슈퍼에서는 김밥과 떡볶이를 만들어 판다. 김밥 한 줄에 $8(약 8천 원)이 넘는데도 잘 팔린다. 저녁이면 매진된다. 싱가포르에서 한식의 인기가 높은 게 나는 실감난다.
"한국 드라마를 좋아해요!"
"드라마가 아주 재미있어요!"
내 주위에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싱가포르 사람들이 많이 있다. 퇴근 후 자기 전까지 매일 한국 드라마를 본다는 직장인들도 있고 주말이면 남편과 한국 드라마 몇 편씩 본다는 친구도 있다.
커뮤니티센터(주민자치센터)에서 나와 같이 운동하는 싱가포르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인기 드라마와 그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 줄거리도 줄줄 꿰고 있다. "OO드라마 봤어요?", "정말 재미있어요!", "남자 주인공이 아주 잘생겼어요!"라고 내게 말하며 재미있는 드라마를 추천해 주기도 한다.
드라마를 통해 접한 한국의 문화에도 관심을 가진다. 김장 김치를 고무장갑 낀 손으로 둘둘 말아 싸서 입에 넣어 주는 것, 같이 목욕탕에 가서 때를 밀어주는 것은 어색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다양한 모습의 시월드와 며느리 역할을 보면서 드라마와 현실의 차이가 얼마나 있는지도 궁금해했다. 드라마에 나오는 음식, 패션, 화장품에도 관심이 많다. 이런 이유로 한국에 여행을 간다고 했다.
처음 내가 해외살이를 경험해 본 건 30년 전에 미국에서였다. 그때는 한국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남한에서 왔는지 북한에서 왔는지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제는 그때와 다르다. 싱가포르 사람들은 한국의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며 한국에 친밀감을 느낀다. 적어도 지금껏 내가 만난 싱가포르 사람들은 한국을 또 한국 사람인 나를 좋게 여겼다.
얼마 전부터 딸이 싱가포르 어느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출근 첫날 딸은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회사 직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고 했다.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직원 몇몇은 딸에게 앞으로 한국말로 말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싱가포르 사람들이 한국에 호감을 갖고 있어서 좋다. 그 무엇보다 좋은 건 아이들이 한국 사람이라고 말했을 때 상대방이 아이들에게 보이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단지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로 아이들의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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