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화된 홍콩 근황…‘선거제 풍자’ 40년 시사만평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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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40년 역사의 시사만평이 선출직을 줄이고 정부 임명직을 대폭 늘린 홍콩 구의회 선거제도 개편안을 풍자한 뒤 퇴출당했다.
4년마다 치러지는 홍콩 구의회 선거는 선출직 452석(94%), 당연직 27석 등 총 479석으로 구성됐는데 개편안은 선출직을 88석(19%)으로 대폭 줄이고 나머지를 정부 임명직이나 친중 인사들로 구성된 지역위원회 3곳의 선출직으로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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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회 선거제 개편 비판에 당국 반발
“앞으로 나아갈 방법 있다”
홍콩 40년 역사의 시사만평이 선출직을 줄이고 정부 임명직을 대폭 늘린 홍콩 구의회 선거제도 개편안을 풍자한 뒤 퇴출당했다. 국가보안법 시행과 선거제 개편 이후 급속히 중국화된 홍콩에서 당국에 대한 비판이나 풍자는 원천 봉쇄됐음을 보여준다.
홍콩 명보는 1983년부터 ‘쭌쯔’라는 필명으로 활동해온 웡커이콴의 시사만평 코너가 오는 14일부로 종료된다고 11일 발표했다. 명보는 갑작스럽게 연재를 끝내게 된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웡커이콴은 자신의 시사만평이 퇴출당한 것을 “현재 홍콩의 이야기”라고 표현하면서 “앞길이 험난할 수 있겠지만 언제나 앞으로 나아갈 방법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AFP통신에는 “만화는 도구일 뿐이다. 우리는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홍콩 당국의 심기를 건드린 건 지난 9일 명보에 실린 시사만평이다. 3단짜리 만평에는 “중국어, 영어, 수학 시험에 떨어져도 심장 질환, 비만, 색맹 등이 있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공무원이 적합하다고 판단하면 대표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남성이 등장한다. 이는 지난 2일 발표된 구의회 선거 개편안을 꼬집은 것이다. 4년마다 치러지는 홍콩 구의회 선거는 선출직 452석(94%), 당연직 27석 등 총 479석으로 구성됐는데 개편안은 선출직을 88석(19%)으로 대폭 줄이고 나머지를 정부 임명직이나 친중 인사들로 구성된 지역위원회 3곳의 선출직으로 채웠다. 이들 지역위원회를 관할하는 홍콩 민정청년사무국은 해당 만평이 게재되자 “지역위원회 선발 원칙을 왜곡하고 관련 질환자들을 모욕했다”고 강력 반발했다. 웡커이콴은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 매체였던 빈과일보에도 시사만평을 연재한 이력이 있다. 빈과일보는 당국의 압박을 받다 2021년 6월 폐간했다.
선거제 개편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 원칙을 강조한 이후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가 2021년 3월 개편안 초안을 의결하고 홍콩 의회인 입법회를 통과하기까지 두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당국의 심사를 통과한 사람만 공직 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되면서 진영 후보는 출마 자격을 얻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다. 선거제 개편 후 그해 12월 처음 실시된 입법회 선거에서 전체 90석 중 89석을 친중 진영이 싹쓸이했다. 이어 지난해 5월 치러진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선 중국 정부가 낙점한 존 리 후보가 단독 출마해 94% 지지율로 당선됐다. 이번 구의회 선거 개편안까지 확정되면 2019년 6월 홍콩에서 반정부 시위가 대대적으로 벌어진 지 약 4년 만에 시민사회 목소리는 완전히 사라지게 될 전망이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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